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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 반달가슴곰 불법 번식…웅담 손님엔 살코기 제공

송고시간2020-06-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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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육 독려→수입금지·웅담채취 허용→증식 불법화 오락가락 정부정책 '불법' 조장"

동물단체 "곰들 안전한 시설로 보내고, 정부가 나서 사육 사업 폐지해야"

(용인=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멸종 위기종 반달가슴곰이 쇠창살 우리에 갇혀 불법 번식되는 것도 모자라 식용 고기로 제공되고 있다.

우리에서 사육되는 반달곰
우리에서 사육되는 반달곰

[동물자유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종 보호를 위해 특별관리가 필요한 반달곰이지만, 과거 '농가 소득을 높이겠다'며 곰 사육을 장려한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일부는 여전히 농가에서 사육되며 불법적으로 소비되는 실정이다.

동물보호단체는 곰들을 안전한 보호시설로 보내고, 정부가 나서 사육 곰 산업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경기도 농가서 반달곰 불법 번식하고 살코기 시식

업주가 제작한 웅담 판매 홍보지
업주가 제작한 웅담 판매 홍보지

[동물자유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물자유연대는 최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경기도에 있는 A 농가를 수사 기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A 농가는 용인과 여주 일대에서 반달곰 약 10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자유연대는 A 농가가 관할청 허가 없이 반달곰을 임의로 번식하고, 곰에서 웅담(쓸개)을 빼낸 뒤 법으로 금지된 살코기와 발바닥 등을 식용 목적으로 불법 채취했다고 주장했다.

A 농가는 웅담 구매를 사전 예약한 고객들에게 '특별 식사'를 명목으로 살코기 등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A 농가 측은 "정식으로 분양 받아 소유한 된 곰인데 왜 불법을 운운하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22일 "고발장이 접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사가 다 이뤄지지 않았다"며 "농가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 80년대 정부 주도로 수입된 곰…수출 막히자 웅담 채취만 허용

웅담 채취용 반달곰
웅담 채취용 반달곰

[녹색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는 1981년 곰을 재수출 해 농가 소득을 높이겠다며 곰 수입과 사육을 장려했다.

그러나 "국제 멸종위기종인 곰을 보호해야 한다"는 거센 여론에 4년 만인 1985년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이 사이 수입된 사육 곰은 500여마리이며, 2005년 기준으로 1천400여마리까지 늘었다.

재수출 길이 막힌 농가의 경제적 손실 보전 등을 위해 정부는 불가피하게 가축이 아닌 야생동물인 반달곰에 대한 웅담 채취를 합법화했다.

야생동물보호법상 웅담 외에는 고기와 곰 발바닥, 곰 가죽 등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정부는 웅담 수요가 줄고, 반달곰 사육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2014년 사육 반달곰에 대한 증식마저 금지했다.

농가들은 이때 사육 곰을 '중성화'하든지, 관할청 허가를 받으면 번식이 가능한 '전시 관람' 용도로 변경해야 했는데, 일부 농가는 이를 악용해 전시 관람용 곰으로 불법 증식을 이어가고 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남은 사육 곰은 400여마리다.

그러나 경기도 A 농가처럼 암암리에서 불법 증식이 이뤄지고 있어 이도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 "안전한 보호소 만들어야…정부, 사육 곰 사업 폐지해야"

반달곰
반달곰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물보호단체는 철창에 갇힌 사육 곰들을 안전한 보호소로 보내고, 정부가 나서 사육 산업 자체를 폐지해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자유연대는 먼저 '곰 보호소'(생츄어리·sanctuary)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츄어리는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그들에게 맞는 환경을 조성해 죽을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하는 장소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자연 상태인 반달가슴곰의 평균 수명은 20년에서 25년 정도인데, 사육 곰은 평생 2평 남짓한 공간에서 죽을 날까지 살다가 도축된다"며 "생츄어리는 이런 비인도적인 환경에 있는 곰을 구조해 곰을 곰답게 살 수 있게 해주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A 농가를 찾았을 때 좁은 우리에 갇힌 곰들은 한자리에서 빙빙 도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고, 철조망을 엮어 만든 '뜬 장' 아래에는 배설물들이 가득 쌓여있는 등 사육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농가소득을 위해 곰 사육을 장려했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웅담 채취만 허용해 주고, 다시 증식을 중단토록 하는 등 근본적인 정책 대신 임기응변으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농가들의 불법을 조장한 꼴이 됐다"며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농가에 적절한 보상금 등을 지급하는 방식을 통해 사육 곰 산업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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