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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교통사고·절도…'콜롬버스 곰'의 좌충우돌 방랑기(종합)

송고시간2020-06-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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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벗어나 5년째 떠돌이 생활…22일 충북 영동서 꿀 훔쳐

수도산→금오산→민주지산 북상, 생물종보전원도 "연구 대상"

(영동=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세 차례의 탈출과 한 차례의 교통사고, 또다시 이어진 탈출, 그리고 재물 손괴와 절도.

방랑 생활하는 KM-53
방랑 생활하는 KM-53

[거창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15년 1월 태어나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수컷 'KM-53'이 보여주는 행동은 한마디로 상식 밖이다.

KM-53은 지난 22일 새벽 충북 영동군 영동읍 화산2리에 나타나 산기슭 외진 길에 놓여 있는 벌통 6개 중 4개를 부수고 꿀을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역마살이 도진 듯 다시 방랑길에 올랐다.

2004년부터 지리산에 방사된 다른 반달가슴곰의 활동 반경은 15㎞ 이내지만, KM-53은 특이하게도 떠돌이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런 개체는 KM-53이 유일하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콜럼버스 곰'이다. 신대륙을 찾아 헤맨다는 뜻에서다.

KM-53이 첫 탈출을 시도했다가 검거된 때는 2017년 6월 15일이다.

당시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포획됐는데, 지리산을 벗어나 경남 함양과 거창을 거쳐 무려 90㎞를 이동한 것이다.

21일 뒤인 7월 6일 지리산에 다시 방사됐지만, 일주일가량 머문 후 또다시 수도산으로 옮겨갔다가 포획됐다.

지리산 탈출 과정에서 아찔한 교통사고도 당했다.

수도산에서 포획된 지리산 반달가슴곰
수도산에서 포획된 지리산 반달가슴곰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18년 5월 5일 대전-통영 고속도로 함양분기점 인근에서 시속 100㎞로 달리는 고속버스에 치여 왼쪽 앞발이 부러지는 상처를 입었다.

당시 버스 기사는 "곰이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앞발이 부러진 것 외에는 멀쩡했다. 걷는 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지리산에서 북동쪽으로 20㎞ 떨어진 경남 산청군 태봉산에서 포획돼 치료를 받은 KM-53은 같은 해 8월 27일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수도산에 방사됐다.

지리산 탈출이 자연스러운 분산 과정에서 비롯됐다고 본 환경 당국이 더는 인위적인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수도산도 안식처는 아니었다.

지난해 6월 5∼6일 수도산에서 90㎞ 떨어진 경북 구미 금오산 일대에서 발견됐고, 이번에는 또 이곳에서 30∼40㎞ 떨어진 영동에서 존재를 알렸다.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KM-53의 위치가 영동 민주지산 부근으로 확인됐다"며 "북쪽으로 올라가는 행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KM-53의 떠돌이 생활을 두고 야생개체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분산, 영역확장 차원의 활동, 암컷 찾기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KM-53
KM-53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껏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은 51마리, 새끼를 포함하면 69마리에 달한다.

이 정도 마릿수로는 지리산이 비좁다고 할 수 없고, 영역 확장 차원이라면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아 머물러야 하는데 KM-53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번식을 위해 배우자를 찾아 헤맨다는 주장 역시 지리산에 오히려 암컷이 많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낮다.

생물종보전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KM-53만의 독특한 호기심 때문 아닌가 싶다"며 "어딜 가는지, 어떤 이유로 가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계속 위치 추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KM-53이 방랑 생활을 이어가면서 안전사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KM-53이 사람을 기피하도록 훈련받아 마주칠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소리를 지르면서 큰 행동을 하거나 돌, 물건 등을 던지지 말고 조용히 멀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반달가슴곰은 천연기념물이다. 피해 발생 땐 보상체계가 갖춰져 있는 만큼 불법 포획하거나 해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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