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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홍당무 얼굴에 '한잔 더?'…"발암물질 마시는 셈"

송고시간2020-06-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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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후 안면홍조는 체내 독성물질 증가 의미…"소량의 술도 권해선 안 돼"

빨개지든 말든 마셨던 '술'…'한국인 30%'에 감춰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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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한두 잔의 술에도 얼굴이 금세 빨개지는 사람을 두고 여러 가지 속설이 나돈다. 혈액순환이 좋아지는 모습이라거나, 이대로 계속 마시면 술이 점점 는다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속설은 속설일 뿐이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소량의 음주에도 얼굴이 쉽게 빨개지는 건 타고 난 '알데하이드 분해효소'(ALDH)의 활성도가 떨어지는 탓이다. 흔히 하는 말로 '술이 받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는 셈이다.

보통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체내에서 알코올 분해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바뀐다. 음주 다음 날 숙취를 유발하는 물질이 바로 아세트알데하이드인데, 알데하이드 분해효소의 활성이 감소하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체내에 축적된다. 이로 인해 얼굴이 빨개지거나 피부가 가렵고, 맥박이 빨라지면서 심하면 두통 또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소량의 음주에도 얼굴이 쉽게 빨개지는 사람은 음주 후 아세트알데하이드가 혈액 내에 훨씬 높은 농도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음주로 인해 체내 독성물질이 빨리 증가한다는 얘기다.

이런 알데하이드 분해효소의 유전적 결핍은 유독 한국, 일본, 중국인에게서만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한 연구에서는 한국인의 30%, 일본·중국인의 40% 정도가 이런 유전적 소인을 가진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다른 아시아 국가나 유럽, 북미의 백인, 아프리카의 흑인에서는 음주 후 얼굴이 빨개지는 경우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소량의 음주시험에서 얼굴이 빨개진 일본인 모습(우). [논문 발췌]

소량의 음주시험에서 얼굴이 빨개진 일본인 모습(우). [논문 발췌]

흥미로운 건 한두잔의 술에 얼굴이 빨개지는 한국인의 상당수가 지속해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들은 얼굴이 빨개지는데도 자신의 주량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 '술이 세졌다'고 자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알데하이드 분해효소의 결핍이 있는데도 주량이 늘었다고 해서 술에 더 강해졌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에 불과하다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양대 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강보승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동물실험 결과를 보면, 음주 후 몸의 비상처리시스템이 발달하면서 간세포에 알코올 분해효소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이후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몸에 나쁜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방출되고, 발암물질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고려한다면 술이 세졌다고 평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어 "한두잔의 술에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건 독극물을 따르는 것과 같다"면서 "이런 경우에는 주변 사람들이 소량의 술도 권해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

더욱이 얼굴이 빨개지는지 여부를 떠나 알코올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1급 발암물질이란 석면, 방사성 물질처럼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의미다.

2010년 유럽 성인 36만명을 대상으로 한 음주 습관과 암 발생률 조사결과에 따르면, 암 환자 가운데 남성은 10명 중 1명, 여성은 30명 중 1명이 술로 인해 암에 걸린 것으로 분석됐다. 남성의 암 비율은 44%가 식도암·후두암·인두암, 33%가 간암, 17%가 대장암·직장암으로 각각 집계됐고, 여성은 이런 추세 속에 대장암보다 유방암 비율이 더 높았다.

술이 암을 유발하는 것은 주성분인 알코올이 만드는 발암물질이 점막이나 인체 조직에 쉽게 침투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 간이 알코올 분해를 위해 만드는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암을 일으키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술과 암 발병률의 여러 상관관계는 이미 많은 실험으로 입증됐는데, 안면 홍조와 상관없이 하루에 50g(주종별로 5잔 가량) 정도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 견줘 암 발생 위험이 2∼3배까지 증가한다.

특히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는 건 발암 위험을 더욱 높이는 행동이다.

강 교수는 "음주 때 흡연은 스스로는 물론 주변 사람에게도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행동"이라며 "술을 마셨을 때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람은 이런 상승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음주 전문가들은 이런 현실에도 피치 못해 술을 마셔야 한다면 ▲ 빈속에 술을 마시지 말 것 ▲ 휴간일(간을 쉬게 하는 날)을 정할 것 ▲ 술을 마신 후에는 적어도 48시간 금주할 것 ▲ 가능하면 천천히 마시고, 폭탄주는 금할 것 ▲ 음주 시 충분한 수분을 섭취할 것 등을 차선책으로 권고한다.

음주에 따른 암 위험요인과 예방요인 [논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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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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