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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의 골프확대경] 첫 우승 후 '자기 개조'에 3년 김지영 "이젠 담대한 승부사"

송고시간2020-07-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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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김지영.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김지영.

[KL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두 번의 준우승 끝에 첫 우승을 거뒀을 때만 해도 두 번째 우승은 금세 올 것 같았다.

하지만 두 번째 우승 대신 준우승만 7번이 쌓였다. 어느새 '준우승 전문'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달렸다.

마침내 찾아온 두 번째 우승은 첫 우승부터 무려 1천144일이나 걸렸다. 3년하고도 한 달이 넘는 세월이다.

지난 2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연장전 끝에 생애 통산 2승 고지에 오른 김지영(24)은 "지난 3년은 나를 다시 태어나게 만든 기간이었다"면서 "과정이 혹독했고, 곡절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김지영은 KLPGA투어 선수 중에 피지컬은 최상급이다. 167㎝의 큰 키에 근육질 몸매를 지녔다.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하게 해온 그는 힘 좋기로는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다.

KLPGA투어에서 신인이던 2016년을 빼고 2017년부터 장타 순위 2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는 이유다.

신인 시절 당시 국내 '지존'이던 박성현(27)과 연장전에서 맞붙어 강한 인상을 남겼고 2년 차 때 첫 우승을 신고하면서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던 김지영이 첫 우승 이후 뼈를 깎는 자기 개조에 나선 이유는 뭘까.

김지영은 "첫 우승을 하고 나서 나 자신을 돌아보니 컷 탈락한 대회도 많았고 경기 내용도 아주 별로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밝혔다.

"하루빨리 2승을 하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2승, 3승을 넘어 계속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이 키우는 게 먼저라는 위기감이 더 컸다"

특히 주니어 시절부터 프로 2년 차까지 이어진 손목 통증이 잘못된 스윙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린 터라 스윙 교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페이드 구질을 익히느라 국가대표 시절부터 하던 스윙이 손목 부상을 일으켰다. 처음 우승할 때도 그 스윙이었다"는 김지영은 "손목 통증이 너무 심해 골프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한 적도 많다"고 고백했다.

첫 우승은 이런 김지영에게 스윙 교정을 할 여유를 선물했다.

"우승으로 2년 시드를 확보했으니 지금 고쳐야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다"는 김지영은 외롭고 힘겨운 자신과 싸움을 시작했다.

그렇게 스윙을 고치는데 꼬박 2년이 넘게 걸렸다.

작년 시즌 초반부터 손목 통증이 사라졌고 스윙은 어느 정도 완성됐다.

2년이 넘는 동안 스윙만 고친 건 아니었다.

늘 부족하다고 느꼈던 쇼트게임 실력도 부지런히 갈고닦았다.

작년에 그는 우승 한번 없이도 상금랭킹 9위(5억7천165만원)에 올랐다. 우승을 신고한 2017년에도 해내지 못했던 상금 10걸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평균 타수 10위, 대상 포인트 9위 등 주요 지표에서 모두 데뷔 이후 처음으로 10위 안에 진입했다. 무엇보다 아프지 않고 시즌을 보낸 게 처음이었다.

2년이 넘는 노력이 보상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한가지 빠진 게 있었다. 도무지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우승 기회가 없지 않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준우승 기록만 쌓여갔다. 선두에 최종 라운드에서 나섰다가 역전을 허용해 준우승에 그친 게 두 번이다. 1타차 준우승은 세 번이다.

김지영은 "마음이 정말 아팠다"고 말했다.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다.

"준우승이 많다는 건 그만큼 우승 경쟁을 많이 했다는 뜻이라는 주변의 좋은 말이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난 역시 안되나'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는 김지영은 "결국 내가 멘털이 부족하다고 보고 멘털 코치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우승 기회가 왔을 때 머릿속에는 우승 인터뷰 때 무슨 말을 할까 같은 잡생각을 했다. 김칫국부터 마신 셈"이라고 불량 멘털을 고백했다.

"내 플레이에 집중하다 보니 우승이 왔어요…. 이런 말이 이해가 안 됐다"는 김지영은 "당장 쳐야 할 샷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음 홀, 그다음 홀 생각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기하게도 이번 우승 때는 정말 내 경기에만 집중했다. 연장전 갔을 때도 이겨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당장 티샷 잘해야겠다, 아이언 샷 잘 쳐야겠다, 퍼트 잘해야겠다 등 그때그때 해야 할 일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우승만 없을 뿐 비교적 성공적인 작년 시즌을 마친 김지영은 2020년을 대비해 베트남에서 전지훈련을 떠났다가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을 공개했다.

"전지훈련을 하는 데 공이 하나도 안 맞았다. 공을 제대로 맞히지도 못했다. 한마디로 공황에 빠졌다"는 김지영은 "너무 속이 상해 매일 울었다. 몸무게가 5, 6㎏이나 빠졌다"고 밝혔다.

베트남에서 귀국한 뒤에도 한동안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시즌 개막이 5월로 미뤄진 덕에 시간을 벌었다.

5개 대회를 치르면서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했던 게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김지영은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장점인 장타력을 유감없이 활용했다.

18번 홀(파5)에서 치른 연장전에서 강력한 드라이버 티샷에 이어 4번 아이언으로 그린에 볼을 올려 6m 이글 퍼트를 집어넣어 경기를 끝냈다.

김지영은 "하도 우승을 못 하니까 '멀리만 치면 뭣하나. 거리 안 나는 선수들도 곧잘 우승하는데'라는 생각에 거리를 덜 내도 좋으니 똑바로 치는 쪽으로 바꿔보려 했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역시 멀리 치는 게 복이라는 생각에 내 장점을 활용한 플레이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김지영은 "이글로 끝낸 연장전을 재방송으로 봤는데. 다들 짜릿하고 통쾌하다고 말씀하시는 게 납득이 되더라"고 설명했다.

장타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김지영은 "그동안 마지막 순간에 심약해서 우승을 놓치는 선수였다면 앞으로는 담대한 승부사로 다시 태어나겠다"면서 "이번 대회 우승으로 대담한 샷을 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장담했다. 그는 "버디 많이 잡는 선수가 멋있어 보인다"면서 '공격 골프'를 예고했다.

그는 골프채를 잡은 뒤 유난히 불운과 시련이 많았다.

중학교 3학년 때 태국 전지훈련을 하러 갔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치료에만 1년 반이 걸렸고 국가대표로 잘 나가던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입스에 걸려 헤어나오느라 프로 입문이 한참 늦었다.

프로 무대에서도 우승 기회 앞에서 번번이 무너지는 '유리 멘털'로 마음을 여러 차례 상했다.

올해도 전지훈련에서 입스나 다름없는 공황을 겪은 그는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라면서 "지금은 모든 게 다 좋다. 앞으로는 정말 탄탄대로를 걷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코스에서는 더없이 냉철한 승부사지만 코스 밖에서는 여유 있는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박인비(32), 유소연(30) 선배처럼 멋진 골프 선수가 되고 싶다는 김지영은 "이제 우승 물꼬를 텄으니 이번 시즌에는 메이저대회 우승을 꼭 한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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