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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고질적인 체육계 폭력 뿌리뽑을 근본대책 마련할 때다

송고시간2020-07-0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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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랜 기간 상습적으로 폭력에 시달려온 국가대표 출신 23세 선수가 세상을 등졌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최숙현 선수가 소속팀이었던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선배들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지난달 26일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더욱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최 선수가 생전에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등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어느 곳도 최 선수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최 선수는 관련 기관에 폭력 사실을 신고하고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몇 달이 지나도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고 남긴 마지막 카톡은 최 선수의 분노와 고통, 체념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꽃다운 나이의 딸을 잃은 가족의 심정을 생각하면 온 국민이 마음이 아플 것이다.

최 선수가 남긴 녹취록과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최 선수는 욕설은 기본이고 온갖 폭행, 폭언, 협박, 성희롱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받아왔다. 가해자들은 체중감량을 해야 하는데 콜라를 주문했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의 빵을 사 오게 해 강제로 먹였고, 감독에게 알리지 않고 복숭아 1개를 먹었다고 구타했다고 한다. 체중 조절을 못 했다고 사흘을 굶기는가 하면 슬리퍼로 뺨을 때리기도 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폭행 당시의 참혹한 장면이 생생히 담겨있다. 심지어 임시로 고용한 물리치료사 팀닥터와 선배는 최 선수에게 금전을 요구해 이들 계좌에 거액의 돈이 이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체육계의 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에도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코치들로부터 폭력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히면서 비슷한 폭로가 줄을 이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고 훈련장이나 경기장, 라커룸 등에 CCTV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서둘러 인권침해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대한체육회는 대대적인 반성과 혁신을 다짐하며 스포츠인권센터도 만들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관련자들을 철저히 수사하고 엄벌할 것과 체육계 차원에서 쇄신책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1년 6개월 만에 이러한 사건이 재발했고 이번에는 피해 선수가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선수들에 대한 빈번한 폭력 행사는 우리 체육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선수가 지도자로부터 체벌을 받는 것을 당연시하고 가볍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다.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 선수들은 어린 나이에 합숙 훈련에 들어가 폐쇄된 환경 속에서 도제식 훈련을 받는다. 지도자와 선수의 관계는 지도자가 선수의 앞날을 좌지우지하는 주종의 권력 관계로 흐르기 쉽다. 선수들은 선수 생활을 지속하지 못할까 봐 폭행을 당해도 참아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용기를 내서 신고한다고 해도 묵인과 방관, 은폐와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선수만 2차 피해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번처럼 억울한 죽음이 있어야만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는 것인지 안타깝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강압적인 훈련방식을 당연시하는 체육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손보지 못하면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 체육계 내부에서 철저한 반성과 각성을 통해 뿌리박힌 병폐를 없애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회도 일회성이 아닌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최 선수의 억울한 희생이 헛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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