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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in제주] 조개 대신 담배꽁초·캔…바다 풍경의 한 축이 된 쓰레기

송고시간2020-07-0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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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만t 넘는 해양쓰레기 해안에 쌓여 골머리

염분많은 해양쓰레기 처리비용, 생활 쓰레기의 5배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엄마 이게 뭐야?"

6월 28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의 모습. 해수욕장 야자수 아래 쓰레기가 놓여있다.
6월 28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의 모습. 해수욕장 야자수 아래 쓰레기가 놓여있다.

[촬영 백나용]

지난 주말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화창한 날씨 덕에 유독 하얀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마치 한폭의 그림 같았다.

하지만 멀리 둔 시선을 가까이 돌리자 그림 같던 풍경은 자취를 감췄다.

대신 조개처럼 백사장에 박혀있는 담배꽁초와 맥주캔, 플라스틱 컵, 치킨과 케이크 등이 담겼던 상자, 물티슈, 다 쓴 불꽃놀이 도구가 눈을 어지럽혔다.

이 모든 것을 마구잡이로 담고, 묶지도 않은 채 해수욕장 초입에 두고 간 쓰레기 봉지도 있었다.

지난밤, 누가 이곳에서 무엇을 먹고 무엇을 했는지 결코 알고 싶지 않았지만, 쓰레기를 보니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쓰레기는 해수욕장뿐 아니라 곳곳을 장악하고 있었다.

바닷바람에 날려 데굴데굴 굴러가는 비닐과 플라스틱 컵 등도 눈에 띄었다. 해수욕장은 물론 인근 잔디밭과 카페 주변까지 쓰레기가 없는 곳이 없었다.

6월 28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의 모습. 대형 폐기물과 여러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6월 28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의 모습. 대형 폐기물과 여러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촬영 백나용]

야자수와 철제 울타리, 계단 옆 등 쓰레기 봉지를 세워 놓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마치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기자가 쓰레기가 쌓여있는 주차장 입구 철제 울타리로 가는 도중에도 한 남성이 남은 음료를 급하게 마시고 앉아있던 자리에 플라스틱 컵을 살포시 두고 갔다.

심지어 건설 폐기물 운반을 위해 해수욕장 인근에 자리하고 있던 적재함에도 각종 생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거나 신경 쓰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 시간 넘게 해수욕장을 돌아다녔지만, 3∼4살짜리로 보이는 아이 한 명만 야자수 아래 입을 벌린 채 널브러져 있던 쓰레기 봉지를 가리키며 "이게 무엇이냐"고 엄마에게 물어봤을 뿐이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길게 대답하기는 곤란했던지 "지지하다"(어린아이에게 더러운 것이라고 일러주는 말)며 딸의 손을 급하게 당겨 그곳을 떠났다.

대부분의 피서객은 익숙한 듯 쓰레기가 없는 장소를 찾아 텐트나 돗자리를 펼쳐 놓고 여름을 즐겼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쓰레기가 제주 바다 풍경 속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6월 28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의 모습. 각종 쓰레기를 담은 봉지가 쌓여있다.
6월 28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의 모습. 각종 쓰레기를 담은 봉지가 쌓여있다.

[촬영 백나용]

관광객 이모(42)씨는 "해수욕장 주변에 쓰레기가 많이 쌓인 것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놀다 보면 금방 또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혹시 클린 하우스가 멀리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클린 하우스는 해수욕장과 50m 남짓한 공영 주차장 초입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제주지역 다른 해안가도 마찬가지다.

모래 유실 방지 작업이 한창이던 근처 김녕해수욕장은 모래가 이리저리 섞이면서 쓰레기가 안 보일 만도 한데, 신라면 봉지와 장갑, 파일철, 맥주캔 등이 숨지 못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도에 따르면 매년 2만t이 훌쩍 넘는 해양쓰레기가 제주 바다에 쌓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도는 매년 60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바다 쓰레기를 수거·처리하고 있지만, 그 양이 많은 탓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최근 5년간(2015∼2019년) 도내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양은 2015년 1만4천475t, 2016년 1만800t, 2017년 1만4천62t, 2018년 1만2천412t, 2019년 1만6천112t 등이다.

결국 연간 발생하는 해양쓰레기 2만여t 중 나머지 수거하지 못한 쓰레기는 고스란히 해안가에 남아있게 되는 셈이다.

6월 28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백사장에 담배꽁초·맥주캔 등이 버려져 있다.
6월 28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백사장에 담배꽁초·맥주캔 등이 버려져 있다.

[촬영 백나용]

게다가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도 녹록지는 않다.

해양쓰레기는 육상쓰레기와 달리 염분과 이물질 등이 많아 쓰레기를 바로 소각하면 시설 고장 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밀물이 오기 전 신속한 수거가 필요해 플라스틱류와 비닐류, 폐목재, 폐그물 등을 분리하지 않고 혼합 수거가 이뤄지면서 분류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이에 따라 도는 민간에 해양쓰레기 처리를 위탁하고 있다.

이를 분리해 최종 소각까지 1t당 45만원이 소요되고 있다. 이는 생활 쓰레기 소각 비용(1t당 9만3천200원)보다 5배가량 높은 금액이다.

해양쓰레기 탈염 처리와 자동 선별·분류 등이 가능한 소각 전(前) 처리시설을 활용하면 해양쓰레기 처리 비용이 1t당 6∼7만원으로 현저히 감소하지만, 도내에는 현재 소각 전 처리시설이 구축되지 않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매년 제주지역 해안에 청정제주바다지킴이 등을 활용해 바다 쓰레기 수거에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 양이 많아 수거에 한계가 있고, 처리 비용도 비싼 만큼, 바다를 찾는 피서객도 귀찮다 생각하지 말고, 자신들이 배출한 쓰레기는 꼭 지정된 장소에 버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6월 28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의 모습. 해수욕장 초입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6월 28일 제주시 함덕해수욕장의 모습. 해수욕장 초입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촬영 백나용]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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