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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가 기억하는 모리코네 "세계에 아름다운 선물 주셨다"

송고시간2020-07-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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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전화인터뷰…"마음 아파…이 시대 가장 위대한 작곡가"

음악으로 맺어진 인연 각별…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 첫 만남

작년 11월엔 자택에 초대받아…'한국투어 함께 하자' 청하기도

작년 11월 엔니오 모리코네의 로마 자택에서 조수미 씨와 모리코네가 함께 찍은 사진. [조수미 씨 페이스북]

작년 11월 엔니오 모리코네의 로마 자택에서 조수미 씨와 모리코네가 함께 찍은 사진. [조수미 씨 페이스북]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너무 정정하셔서 100세까지 작품 활동을 계속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믿어지지 않고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씨는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타계 소식을 접하고 한동안 먹먹한 마음을 안고 시간을 보냈다. 너무 갑작스러워 처음에는 믿기 힘들었다고 했다.

현재 이탈리아 로마에 거주하는 조씨는 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모리코네는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 분이었다"며 "전 세계 음악계의 큰 별이 진 것"이라고 애석한 마음을 전했다.

유서 깊은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동문이자 나란히 이탈리아 기사 작위를 받은 둘의 인연은 각별하다.

모리코네가 생애 첫 아카데미상을 받은 2016년 시상식장에는 조씨도 함께 있었다.

모리코네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The Hateful Eight) 사운드트랙을 작곡해 음악상에, 조씨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유스'(Youth) 주제가인 '심플 송'(Simple Song)을 불러 주제가상에 각각 노미네이트됐다.

결국 모리코네만 음악상을 받았지만, 조씨는 평소 존경해오던 작곡가의 수상을 기립 박수로 축하했다. 이때가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작년 11월 엔니오 모리코네의 로마 자택에서 마주 앉은 조수미씨와 모리코네. [조수미씨 페이스북]

작년 11월 엔니오 모리코네의 로마 자택에서 마주 앉은 조수미씨와 모리코네. [조수미씨 페이스북]

석 달 뒤 조씨는 '이탈리아의 아카데미상'으로도 불리는 '다비드 디 도나텔로' 주제가상을 받았다.

이 상의 시상식에 모리코네도 초대됐고, 조씨는 시상식 공연에서 모리코네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Once Upon a Time in the West)를 준비했다.

아쉽게도 모리코네는 몸이 좋지 않아 시상식에는 참석하지는 못하고TV로 조씨의 열창을 지켜보고는 직접 전화로 '잘 들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다고 한다.

사실 음악을 매개로 한 두 사람의 인연은 훨씬 넓고 깊다.

2005년 발매된 조씨의 앨범 '비 해피'(Be Happy)에는 모리코네가 작곡한 사운드트랙 '러브 어페어'(Love Affair)가 수록됐고, 작년에 나온 앨범 '마더'에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가 '유어 러브'(Your Love)라는 제목으로 담겼다.

조씨의 공연에서도 모리코네 곡은 단골로 등장한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 당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규모 미사에서 조씨가 부른 노래도 모리코네의 명곡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였다.

조씨는 자신의 한국어 앨범에 모리코네 곡을 수록할 때마다, 한국 공연에서 그의 곡을 부를 때마다 연락을 취했고, 모리코네는 한국 대중에게 자신의 곡이 소개됐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고 회고했다.

작년 11월 엔니오 모리코네 자택에서 열창하는 조수미 씨와 이를 감상하는 모리코네. [조수미 씨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작년 11월 엔니오 모리코네 자택에서 열창하는 조수미 씨와 이를 감상하는 모리코네. [조수미 씨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조씨에게 작년 11월 27일은 잊기 어려운 뜻깊은 날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하는 올 6월의 바티칸 콘서트를 준비하던 모리코네는 조씨에게 콘서트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며 이날 로마 자택에 초대했다.

평소 사람들과 대면하는 일이 드물고 낯을 많이 가리는 모리코네가 누군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조씨의 페이스북에는 당시 모리코네와 함께 찍은 사진과 영상이 올라와 있다. 조씨가 모리코네의 곡을 노래하고 모리코네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감상하는 인상적인 장면도 있다.

조씨는 페이스북에 "마에스트로(모리코네)가 피곤해하실까 봐 빨리 나오려 했지만 유쾌한 대화는 계속됐고 전혀 준비하지 않았던 그분의 노래까지 하게 됐다"고 썼다.

'감사합니다. 마에스트로' [조수미 씨 페이스북]

'감사합니다. 마에스트로' [조수미 씨 페이스북]

모리코네는 이 자리에서 '인생의 마지막 월드 투어를 계획하고 있는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투어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부탁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이 마지막 만남이 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 6월 바티칸 콘서트는 지켜지지 못한 약속으로 남았다.

조씨는 "모리코네 작품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 다양한 색을 입혀 아름답게 만들기 때문"이라며 "그는 전 세계에 너무 특별하고 아름다운 선물을 주고 가셨다"고 말했다.

조씨는 "탁월한 작곡가가 있어 노래하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며 머지않은 시점에 모리코네를 추모하는 특별한 공연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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