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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최숙현' 막으려면 피해자가 불리한 구조 개선해야"

송고시간2020-07-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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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신뢰할 수 있는 전문기관 부재 아쉬워"

"8월 출범하는 스포츠윤리센터는 독립성·전문성·신뢰성 필수"

문경란 전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
문경란 전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스포츠윤리센터에 수사권을 주는 것보다 피해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단체의 독립성, 전문성,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지도자와 선배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고(故) 최숙현 선수의 소식을 접한 문경란(61)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는 안타까운 심정을 다스리기 어려웠다.

문 대표는 지난 1월 활동을 마친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2월 체육계를 강타한 인원 침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건을 계기로 체육 분야 구조 혁신을 위해 스포츠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

문 대표는 스포츠혁신위 위원장을 맡아 100차례 이상 회의를 거쳐 총 7차례 권고안을 발표한 뒤 지난 1월 활동을 종료했다.

문체부는 혁신위의 활동을 발판 삼아 오는 8월 ▲ 체육계 비리 및 인권침해 신고접수 및 조사 ▲ 인권침해 피해자 지원(상담, 심리, 법률 지원 및 관계기관 연계) ▲ 스포츠 비리 및 인권침해 실태조사 ▲ 예방 교육·홍보를 위한 스포츠윤리센터를 출범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최숙현 선수가 지도자와 선배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고인은 지난 2월 소속팀인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일부 선배를 고소했고, 4월에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신고하거나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문경란 대표는 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사건을 신고하고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이 없다고 봐야 한다"라며 "대한체육회가 기존에 운영하는 시스템은 전문성도 없고, 인원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이런 기관들은 가해자나 체육 단체 관계자들로부터 영향력이 차단되는 독립성이 중요한 데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심한 경우 신고하면 얼마 되지 않아 가해자들에게 사실이 알려진다"라며 "피해자에게는 '너 운동 안 할래' 같은 협박이나 회유가 들어간다. 그런 사실들을 선수들이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신고해봤자 소용없다는 인식이 선수들 사이에서 퍼져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걱정했다.

이런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문 대표는 문체부가 8월 출범하는 스포츠윤리센터에 대해 독립성·전문성·신뢰성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권침해 사건 브리핑 뒤 인사하는 박양우 장관
인권침해 사건 브리핑 뒤 인사하는 박양우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부터),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7월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철인3종 고 최숙현 선수 인권침해 관련' 브리핑을 마친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7일 관계기관 회의를 통해 스포츠윤리센터의 권한을 강화하면서 스포츠 분야 특별 사법경찰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사법권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독립성과 전문성은 물론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건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다 보니 가해자들은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는 생각을 한다. 처벌도 꼬리자르기식'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단체장 등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가 생겨도 성적만 좋으면 무마되는 사례도 많다. 폭력이 경기력 향상의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성적만 내면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이 모든 문제의 근원적인 원인"이라고 아쉬워했다.

문 대표는 "스포츠윤리센터의 사법권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 더 많은 것들을 총체적이고 유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전국 어디서나 365일 24시간 무료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더불어 익명성도 보장해야 한다. 현재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는 1차 상담에서 이름을 입력해야 한다. 그러면 누가 신고를 하겠나. 익명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적인 것에만 포커스를 두면 사안을 법적으로만 처리하게 된다. 실제 사건은 형사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일이 많다"라며 "스포츠윤리센터는 독립성을 확보해 가해자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기 낸 고 최숙현 선수 동료들 "팀은 감독·특정 선수의 왕국" (CG)
용기 낸 고 최숙현 선수 동료들 "팀은 감독·특정 선수의 왕국" (CG)

[연합뉴스TV 제공]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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