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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나누는 행복이 더 커" 청주 사창시장의 기부천사 부부

송고시간2020-07-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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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가게 운영하며 복지시설 등 후원…적십자사 '희망풍차' 명패 받아

서원구청 '중장년 마음잇기'도 참여…"장사 접을 때까지 기부 이을 것"

기부 천사로 변신한 '반찬의 달인' 허미자씨
기부 천사로 변신한 '반찬의 달인' 허미자씨

[촬영 윤우용 기자]

(청주=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신나는 음악이 쉴 새 없이 직원과 손님의 귀청을 때린다. 대낮이지만, 나이트클럽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날씨 속에 마스크와 두건을 쓰고 앞치마까지 두른 가게 직원들은 신이 난 듯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인다.

낯선 이에게는 다소 시끄럽게 들릴 수 있지만, 이맛살을 찌푸리는 손님은 없다.

오히려 귀에 익숙한 듯 가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맛깔스럽게 포장된 반찬을 고르는 일에 열중한다.

흥겨운 음악이 종일 흘러나오는 곳은 청주시 서원구 사창시장 내 반찬 가게인 '웰빙앤찬'이다.

16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허미자(56) 사장은 "침체한 시장 분위기를 살리고 종일 서서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10여년 전부터 신나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고 했다.

7평 남짓한 가게 안에서는 10여명의 직원이 부지런히 오가며 손님 맞을 준비에 바빴다.

커다란 국 솥과 기름 솥이 쉴 새 없이 뜨거운 김을 내뿜으면서 가게 안은 한증막이나 다름없었다.

직원들 이마에는 금방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그런데도 직원들은 웃음꽃을 피우면서 흥겹게 나물을 데치거나 잡채와 김밥, 계란말이, 볶음류 등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손을 놀렸다.

이곳에서 파는 반찬은 김치, 젓갈, 장류, 전, 튀김, 탕, 볶음류 등 무려 200여가지에 이른다.

[촬영 윤우용 기자 ]

[촬영 윤우용 기자 ]

'없는 것 빼고 모두 다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어울리는 매장이다. 냉장고에 차곡차곡 진열된 반찬값은 1팩에 3천원부터 시작한다.

맛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가게는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10년 넘게 이 가게를 찾는다는 임 모(49·여) 씨는 "맛있고, 가격도 싼 데다 위생 상태도 좋아 매주 2∼3차례 반찬을 산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매년 한 차례 가게를 리모델링하는 등 위생관리에 무척이나 신경을 쓴다.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반찬 가지 수가 워낙 많고 맛도 좋아 주변에서는 그를 '반찬의 달인'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 데 매출액이 얼마나 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껄껄 웃으며 "그건 말씀 못 드려요. 국세청에서는 알겠죠"라고 재치있게 받아쳤다.

[촬영 윤우용 기자]

[촬영 윤우용 기자]

그는 지금도 손수레에 먹을거리를 싣고 고객을 찾아다니는 '억순이' 사장이다. 가게를 차린 뒤 휴일도 없이 일했다.

이 악물고 땀 흘린 보답으로 그는 가게를 차릴 때 진 2억원의 빚을 모두 갚았다.

그는 반찬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남편과 아들 내외, 그리고 손자 3명을 데리고 3층짜리 빌라에서 함께 산다.

소위 대박이 터지면서 웰빙앤찬 2호점도 생겼다. 2호점은 큰아들(36)이 운영한다.

허 사장 부부는 사람들로부터 '기부 천사'로도 불린다. 워낙 기부와 나눔 봉사를 많이 하다 보니 이런 별명이 붙었다.

관할 서원구청 직원들도 선행 사례를 소개하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허 사장 부부를 치켜세운다.

허 사장 부부에게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은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볼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서다.

"도움을 받는 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행복해집니다. 그저 즐거울 따름입니다"

[촬영 윤우용 기자]

[촬영 윤우용 기자]

이들 부부가 기부와 나눔에 나선 것은 가게를 연 2005년부터다.

먹는 게 큰 복인데 형편이 좋지 않은 이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주고 싶어 반찬을 보내주고 후원금도 내기 시작했다.

사회복지시설은 물론 유니세프 등에도 매달 3만원씩의 후원금을 꾸준히 내고 있다.

그러나 부부도 자신들이 후원하는 시설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얼마가 가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여보 이리 와 봐요. 어디 어디에 후원금을 내는지 당신은 기억해요? 남편이 먼저 기부하자고 했으니…"

아내의 부름에 달려온 남편 김상오(61) 사장은 "도움은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 능력이 있으면 더 돕고 싶다"는 짧은 말을 남기고 서둘러 냉장고가 있는 매장 밖으로 나갔다.

그는 부끄럽다며 인터뷰 요청도 정중히 사양했다.

허 사장 부부의 선행과 기부행렬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대한적십자사 희망풍차 명패를 받았다.

이 명패는 적십자사가 매월 3만원 이상 정기 후원하는 업소나 개인에게 주는 인증패다.

[촬영 윤우용 기자]

[촬영 윤우용 기자]

지난달부터는 서원구청의 '중장년 마음 잇기 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도입된 이 사업은 형편이 어렵고 홀로 사는 중장년에게 반찬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부부는 매주 목요일 중장년 가구 50곳에 보낼 반찬 꾸러미(4가지 메뉴)를 서원구청에 전달한다.

서원구청 관계자는 "두 분이 가져다주는 반찬이 너무 정성스럽고 맛이 있어 받는 분들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조를 정도"라며 "나눔을 실천하는 훌륭한 부부"라고 말했다.

얘기를 전해 들은 허 사장은 "그저 나누는 게 좋고, 누군가를 돕는 게 행복해서 하는 일"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장사를 계속할 것이고, 그때까지 나눔과 기부도 중단하지 않겠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y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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