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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돈사에 파리만 '윙윙'…돼지열병 장기화에 빈 농장 속출

송고시간2020-07-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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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제한 이어지며 농민들 지쳐가…살처분 농가 재입식 감감

ASF 장기화에 지쳐가는 양돈 농가
ASF 장기화에 지쳐가는 양돈 농가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9일 강원 철원군 갈말읍 지포리의 양돈 농가가 돼지고기 수요가 많은 여름 성수기임에도 텅 비어 있다. 2020.7.9 yangdoo@yna.co.kr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돼지고기 소비가 많은 여름 성수기임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사태 장기화로 양돈 농장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9일 강원 철원군 갈말읍 지포리의 양돈 농가는 돈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텅 비어 있었다.

이곳은 30㎏가량의 새끼 돼지를 자돈 사육 농가로부터 받아 115㎏까지 키운 뒤 도축장으로 출하하는 비육 전문 농장이다.

600마리가량 기를 수 있는 돈사 1동은 텅 빈 채 파리만 날렸다.

나머지 1동은 돼지 300여 마리가 더위에 지쳐 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다.

농장을 운영하는 김연창(54)씨는 "1천200마리 규모 농장이 지난달 중순까지 완전 텅 비어 있었다"며 "매달 새끼 400마리를 받아서 다 큰 돼지 400마리를 출하하는 식으로 순환해야 하는데 돼지를 받지 못해 경영이 힘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철원지역의 다른 농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돼지 6천여 마리를 기르던 박모(53)씨 역시 새끼 돼지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대다수의 돈사를 놀리고 있다.

지금 기르고 있는 돼지 1천500여 마리를 다음 달 초 출하하면 농장은 텅 비게 된다.

박씨는 "대출 이자를 포함해 농장 운영 비용이 매달 6천만원가량 드는데 매출은 1천500만원 정도"라며 "지난해부터 경영난이 이어지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농가가 텅 비어버리게 된 이유는 새끼 돼지를 제때 들여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새끼 돼지를 공급받지 못한 이유는 바로 이동제한 조치가 장기간 이어진 까닭이다.

텅 빈 양돈 농가
텅 빈 양돈 농가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9일 강원 철원군 갈말읍 지포리의 양돈 농가가 돼지고기 수요가 많은 여름 성수기임에도 텅 비어 있다. 2020.7.9 yangdoo@yna.co.kr

지난해 9월 경기도 파주지역 양돈 농가에서 ASF가 첫 발생한 뒤 정부는 철원군 전체와 포천 일부 지역을 하나의 방역대로 묶었다.

새끼, 어미를 포함해 모든 돼지와 축산 분뇨 등은 방역대 안에서만 이동할 수 있도록 제한 조치했다.

이에 철원지역 내 비육 전문 농장은 같은 방역대 안의 자돈 농장으로부터 새끼 돼지를 공급받아야 하지만 자돈 농장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름 성수기를 맞았지만 많은 돈사가 텅텅 비어버렸고, 경영난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ASF 장기화로 양돈 농가가 겪는 어려움은 또 있다.

철원지역은 농장 내 ASF 감염이 없었지만, 예방적 살처분을 이유로 발생지역인 경기 연천군과 인접한 14개 농가의 돼지 1만7천여 마리를 매몰했다.

이들 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재입식을 허가하지 않아 대부분 문을 잠근 형편이다.

농가의 어려움은 축산업계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육가공업체에서 일하는 A씨는 "ASF 사태 이후로 출하한 돼지를 받을 때마다 너무 많은 절차와 시간이 소비된다"며 "출하 일정이 잡히면 시·군 축산과에 검사를 의뢰하고, 이는 검역본부로 넘어가 채혈 검사가 이뤄지고 결과가 나와야 돼지를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절차가 매끄럽게 이어져도 1주가량이 소요되며 채혈 검사가 몰리면 하염없이 길어질 수도 있다"며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원하는 때에 맞춰 수요에 맞는 물량을 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SF 장기화에 지쳐가는 양돈 농가
ASF 장기화에 지쳐가는 양돈 농가

(철원=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9일 강원 철원군 갈말읍 지포리의 양돈 농가에서 관리인이 텅 빈 돈사 외부의 울타리를 살펴보고 있다. 2020.7.9 yangdoo@yna.co.kr

ASF 확산을 막고자 정부와 지자체가 철저한 방역을 이어가고 있지만, 각종 규제도 함께 이어지면서 농가는 피로가 쌓여가고 있다.

이재춘 대한한돈협회 철원지부장은 "ASF 장기화로 이제는 규제가 일상처럼 느껴질 정도"라며 "양돈 농가는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이 꺾인 채 출구 없는 터널을 걷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ASF는 걸리면 끝장이기에 각 농가가 철저히 방역 대책을 세우고 있으니 이제 정부도 농가와 소통하면서 각종 규제를 손볼 필요가 있다"며 "철원군으로 한정한 방역대를 인접 시·군까지 넓혀서 농가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는 제때 돼지를 출하하지 못해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고자 전국 양돈 농가로부터 피해액을 집계했다.

철원지역 농가는 25억원을 신청했다. 이는 과체중이 된 돼지 피해만 산출한 것으로 경영난 등으로 발생한 피해를 더하면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철원군 내에는 지난해까지 농장 75곳에서 돼지를 20만 마리가량 길러왔다. 하지만 ASF 사태가 길어지면서 현재는 14만여 마리만 남아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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