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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뒤바꾼 설탕·소금·후추·밀·커피·초콜릿

송고시간2020-07-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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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신 씨의 신간 '가루전쟁', 가루에 숨은 역사 탐색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인류의 역사 중 하나가 음식의 역사다. 먹고 마시는 행위는 생존과 직결된다. 인류는 자신의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효율적으로 즐기는 방법을 연구해왔고, 이런 노력은 그 지역이나 나라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세력을 키우는 기반이 됐다.

이들 음식을 차지하려는 싸움이 분쟁을 넘어 세계 역사를 뒤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 문명이 탄생하고 융성하며 쇠락하는 과정에 음식이 함께하고 있었던 것. 따라서 음식의 역사를 빼놓고 세계사를 제대로 논하기 어렵다.

소설가이자 역사서 집필자인 도현신(40) 씨는 신간 '가루전쟁'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고 즐기는 설탕, 소금, 후추, 밀, 커피, 초콜릿 등 6가지 가루들의 이면에 숨겨진 세계 역사를 촘촘히 들춰본다. 그리고 이 가루들이 세계사를 어떻게 바꿨는지 살핀다.

저자가 드는 가루들은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의 식탁에 필수로 오르다시피 한다. 또한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호품으로 자리 잡았다. 돌아보면 보편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들 가루가 빠진 일상을 상상하기 힘들 만큼 필수 요소가 된 것이다.

염전의 소금 채취
염전의 소금 채취

[연합뉴스 자료사진]

먼저 소금의 역사를 보자. 근대 이전에 공장에서 화학식으로 만들어내기 전까지 소금은 글자 그대로 작은 황금이었다. 이 소금을 팔아 떼돈을 번 거상들이 출현하고 심지어 국가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뒤엎기까지 했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데는 간디의 비폭력 불복종 저항운동인 '소금 행진'이 큰 역할을 했다.

초창기 로마 군인들은 하루에 한 주먹 분량의 소금을 정부로부터 봉급으로 받았다. 이때 그들이 받은 봉급을 '소금 화폐'라는 뜻의 살라리움(salarium)이라 불렀고, 이 살라리움에서 오늘날의 월급인 샐러리(salary)가 나왔다. 후기 로마시대로 접어들면서 군인들이 소금으로 받아오던 봉급은 금화나 은화로 대체됐다. 하지만 살라리움은 그대로 남아 중세 프랑스에서 군인들이 봉급으로 받은 동전을 솔드(solde)라고 했고, 여기서 군인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인 솔저(soldier)가 생겨났다.

설탕은 사탕무에서 당분을 추출하는 방법이 개발되기 전까지 덥고 습한 기후에서만 자라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하는 것밖에 몰랐다. 그래서 소금보다 훨씬 비싸고 귀한 물건이었다. 중동에 쳐들어간 십자군은 설탕을 얻기 위해 이슬람 세력이 제안한 동맹도 거부한 채 전쟁을 일으켰으며, 십자군이 중동에서 쫓겨나자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에서 붙잡아 온 흑인들을 카리브해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보내 중노동을 시켰다.

이처럼 설탕의 달콤함 속에는 흑인 노예들의 쓰고 뼈아픈 삶이 흐르고 있다. 17세기와 18세기에 흑인 노예를 부려 가장 많은 돈을 번 나라는 아이티의 지배국인 프랑스였다. 설탕 판매로 거둔 수익은 아이티에 살던 3만 명의 프랑스인 지주와 프랑스 정부에만 돌아갔을 뿐 48만 명의 흑인 노예들은 농장주들이 휘두르는 채찍에 맞으며 피와 눈물로 일해야 했다.

설탕
설탕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 커피는 15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인들이 전혀 모르고 있다가 16세기 들어 터키를 통해 알게 될 정도로 생소한 것이었다. 유럽에서 정치와 사상의 선두를 달리던 프랑스에서 카페가 활기를 띠었는데 1789년 프랑스혁명이 일어날 때는 2천 곳에 달했다.

파리를 중심으로 들어선 카페들에는 철학자나 성직자 등 부르주아와 예술가, 소설가는 물론 수많은 계층의 사람들이 하루 종일 틀어박혀 소식을 주고받고 현안을 토론했다. 프랑스 카페는 온갖 뜬소문과 음모론이 퍼지는 공장이기도 했는데, 프랑스혁명을 계획한 장소 역시 커피를 즐기던 카페였다. 한반도에 커피가 들어온 때는 구한말로 당시 조선의 임금이 처음 커피를 맛봤다. 지금은 전국에 7만여 개소의 카페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성업 중이다.

저자는 "설탕, 소금, 후추, 밀, 커피, 초콜릿.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이들 가루는 고작 수백 년 전에야 일상화됐을 정도로 귀한 재료였다"며 "얼핏 하찮아 보이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것이 없는 생활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 가루에 얽힌 세계사를 통해 인류의 역사도 깊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며 이번 책의 집필 동기를 밝힌다.

2004년 장편소설 '마지막 훈족'을 펴내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도씨는 '원균과 이순신', '전쟁이 발명한 과학기술의 역사', '전장을 지배한 무기전', '전세를 뒤바꾼 보급전', '실업이 바꾼 세계사', '르네상스의 어둠' 등 역사서도 다수 출간해왔다.

이다북스. 256쪽. 1만6천원.

세계사를 뒤바꾼 설탕·소금·후추·밀·커피·초콜릿 - 3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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