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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어차피 통보될 피소사실 알린건 비밀누설 아니다?

송고시간2020-07-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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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前시장이 피소 알았던 정황 제기되자 '비밀누설' 여부 관심

'비밀'로 법적 분류 안된 수사정보도 '공무상비밀' 해당될수있어

"구체 혐의까지 알렸으면 죄 성립 유력…피소사실만 알렸다면 논란여지"

박원순 전 시장 피소사건 고소인측 회견
박원순 전 시장 피소사건 고소인측 회견

[서울=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지은 기자 =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왼쪽 세 번째)가 2020년 7월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7.13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김예림 인턴기자 = 지난 9일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자신의 비서였던 직원에게 성추행 혐의로 그 전날 고소당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정황이 제기되면서 피소사실의 전달 경위가 관심을 모은다.

이와 관련, 한 단체가 14일 경찰과 청와대의 '성명불상 관계자' 등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하는 등 복수의 단체에서 고발에 나서면서 앞으로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자신이 피소된 사실을 즉각 알아야지 경찰이나 검사 쪽에서 안알려 줬으면 직무유기다" "비밀누설? 어차피 알게 되어 있는 것이다", "민원실에 고발들어온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피의자에게 통보해서 방어권을 인정하지 않나?" 등의 주장을 SNS 등에 올렸다.

고소장 접수에 즈음해 누군가가 피고소인에게 피소 사실 등을 알렸다면 그것이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하느냐는 물음이 제기된 것이다.

◇ 수사정보 유출, 법률·판례에 비춰 공무상 비밀누설죄 성립 가능성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일단 관련 법률과 판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형법 제127조(공무상 비밀의 누설)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법조문에 따르면 이 죄의 적용 대상은 공무원 또는 전직 공무원이며, 누설시 죄가 되는 비밀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인 것이다.

그렇다면 피소 관련 정보를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로 볼 수 있을까?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법원 판례는 형법 127조에 명시된 '직무상 비밀'의 범위와 관련,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7년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수사 정보 유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판결문에서 이같이 밝히며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직무상 비밀에 대해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라며 "본죄(공무상비밀누설죄)는 기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중략) 비밀의 누설에 의하여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수사정보의 경우 법령으로 규정된 비밀은 아닐지라도 수사의 '밀행성', '증거인멸 방지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지, '실질적으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서 직무상 비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고소장 접수 직후 시점에 자세한 혐의까지 알렸다면 범죄 성립 유력

다만 피고소인 측에 알려준 정보가 상세한 피의사실 등을 포함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고소장이 접수된 사실 그 자체 뿐인지에 따라 공무상 비밀누설죄 성립 여부는 엇갈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15일 연합뉴스가 복수의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에게 물어본 결과 고소장이 접수된 직후, 피소 사실과 함께 고소인의 주장 내용 등을 공직자가 피고소인 측에 상세히 알려줬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될 소지가 크다는데 견해가 일치했다.

수사 성패에 중요한 밀행성, 보안성 등을 감안할 때 수사 초입 단계에서 구체적인 피의 사실이 피의자 쪽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소됐다는 사실 자체만 알려줬다면 간단히 결론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검사 출신인 김광삼 변호사(법무법인 더쌤)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피소사실 뿐만 아니라 고소인이 조사 받은 내용, 고소인의 구체적인 진술 내용을 미리 알려줬다고 한다면 공무상 비밀 누설죄가 될 수 있다"면서도 "피소 사실만 알려줬다고 하면 공무상 비밀누설로 볼 수 있을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경찰 고발하는 이종배 법세련 대표
청와대와 경찰 고발하는 이종배 법세련 대표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5일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 이종배 대표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과 관련해 고소사실을 유출한 의혹이 있다며 청와대와 경찰 관계자를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에 앞서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7.15 jjaeck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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