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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피해자? 피해 호소인? 법률은 어떻게 부르나

송고시간2020-07-1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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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前시장 고소인' 호칭 놓고 논쟁 일자 여가부 "법령상 피해자"

우리 형사법은 판결확정 전이라도 '피해자' 단일 표현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최근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지켜보면서 성희롱,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러한 상황에 마음이 무겁고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7.17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김예림 인턴기자 =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다음날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과 관련, 서울시와 일부 여권 인사들이 고소인 A씨를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면서 논란을 초래했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입각, 피고소인에 대해 '범죄자' 대신 '피의자'란 용어를 쓰듯 고소인도 진상이 밝혀지기 전에는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란 의미를 담은 '피해 호소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논리였다.

황윤정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16일 "성폭력방지법 등 소관 법률에 따라서 피해 공공지원을 받는 분을 피해자라고 보고 있다"며 A씨는 '법령상 피해자'라는 인식을 밝혔다.

유관 정부 부처 당국자가 이같이 밝힌 데 대해 인터넷 상에는 "무죄추정은 헌법에 명시된 원칙 아니냐", "피해자라고 호소하는 사람의 말만 믿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눌 순 없다", "고발하는 순간 피해자라고 어느 법률에 명시되어 있냐?"는 등의 댓글도 등장했다.

◇우리 형사법은 형사소송 단계에 관계없이 '피해자'로 통일

그렇다면 법률이 '피해자' 호칭 문제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형사사법 절차의 어느 단계에서부터 '피해자'로 규정하는지 등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대한민국 형사법은 '피해자', '피해 호소인' 등의 구분 없이 '피해자'라는 용어를 통일적으로 쓴다.

일례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는 "'성폭력피해자'란 성폭력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을 말한다"고 간단히 규정하고 있다.

또 형사소송 절차에 들어선 이상, 판결이 확정되기 전 단계에도 '피해자'라는 용어를 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는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과 사진 등 또는 그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범죄피해자보호법' 제8조는 "국가는 범죄피해자가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수사담당자와 상담하거나 재판절차에 참여하여 진술하는 등 형사절차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판결이 확정된 단계가 아니더라도 형사소송 절차에 들어선 경우 '피해자'로 칭하는 것이다.

◇전문가 "무고로 판명되기 전에는 '피해자' 신분 미리 부여"

천주현 변호사(법학박사)는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형사 절차가 아닌 사내 감찰이나 조사 시에는 '피해자'보다는 '신고인'이라는 용어를 쓰게 되나 고소, 신고 등을 통해 형사절차에 들어서면 '피해자'로 부른다"며 "피해자라는 개념은 헌법과 형사소송법, 범죄피해자보호법 등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것은 물론 경찰청의 규정과 지침에도 모두 '피해자'라고 적시돼 있다"고 말했다.

천 변호사는 "범죄 피해가 무고로 판명되기 전에는 피해자 신변이나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것이 헌법의 이념이자 범죄피해자보호법의 명시적인 규정"이라며 "대한민국 법률은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서 무고로 판명되기 전까지는 피해자로서의 신분을 미리부터 주며, 무고로 판명되면 피해자의 자격을 잃고 오히려 '무고 피의자'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부장판사는 "(가해자의) 유죄가 확정되어야 '피해자'라고 칭하는 것은 아니다"며 "유죄 확정 판결이 났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법률용어상 일관되게 '피해자'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손팻말 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손팻말 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지은 기자 =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피해자와 연대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0.7.13 jieu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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