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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혐의로 얼룩진 스페인 전 국왕, 자국 떠나 있기로

송고시간2020-08-04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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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 후안 카를로스 1세, 사우디 고속철 사업관련 거액 뇌물수수 의혹

스페인의 상왕인 후안 카를로스 1세의 2018년 모습.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페인의 상왕인 후안 카를로스 1세의 2018년 모습.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희대의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82) 전 국왕이 스페인을 떠나기로 했다.

3일(현지시간) 엘파이스 등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왕실은 후안 카를로스 1세 상왕(上王)이 아들인 국왕 펠리페 6세에게 스페인을 떠나 있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발표했다.

후안 카를로스 1세는 사우디아라비아 측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건네받아 이를 스위스 비밀계좌에 은닉해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스페인 대법원은 지난 6월 사우디의 고속철 수주사업에 카를로스 1세 상왕이 부당하게 개입했는지에 대한 수사 개시를 명령한 바 있다.

앞서 스위스 일간지 라 트리뷘 드 주네브는 사우디의 전 국왕으로부터 후안 카를로스가 고속철 사업과 관련해 1억달러(1천200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았고 조세 회피처에 자금을 은닉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후안 카를로스 1세는 사우디의 메카와 메디나를 연결하는 고속철 사업권을 따낸 스페인 컨소시엄이 사우디 정부로부터 받아야 할 대금의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이를 막후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재의 대가로 사우디의 압둘라 전 국왕으로부터 거액을 받아 이를 자신과 내연관계인 독일인 여성사업가 코리나 라르센을 통해 스위스의 비밀계좌에 넣어두고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달 한 기자회견에서 카를로스 상왕을 둘러싼 부패의혹에 대해 "우려스러운 혐의들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입헌군주제 국가인 스페인에서 행정부 수반인 총리가 전임 국가원수인 상왕을 공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아버지의 부패 의혹은 아들인 현 국왕에게까지로 번지기도 했다.

세탁된 거액의 자금의 미래 수혜자가 펠리페 6세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론이 악화하자 펠리페 국왕은 지난 3월 아버지 유산의 상속을 포기한다고 발표하고 전직 국왕에게 지급되는 국가연금도 취소해버렸다.

후안 카를로스 1세는 딸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의 공금횡령 혐의 등 왕실의 잇따른 추문으로 왕실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건강도 나빠지자 2014년 6월 퇴위를 선언하고 아들 펠리페에게 왕위를 이양했다.

그는 1975년부터 39년간 국왕에 재임하면서 프랑코 독재 종식 이후 스페인의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프랑코의 철권통치가 끝난 뒤 스페인이 다시 독재의 길로 들어설 위험이 컸는데도 국왕으로서 중심을 잡고 입헌군주제를 지켜내는데 중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스페인을 떠나기로 한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외국 어디에서 기거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변호사는 카를로스 상왕이 스페인을 떠나 있더라도 검찰의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엘파이스가 전했다.

스페인 법률상 국왕은 재위 기간 행한 범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있다.

yonglae@yna.co.kr

2014년 당시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왼쪽)와 펠리페 왕세자(현 국왕. 오른쪽)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2014년 당시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왼쪽)와 펠리페 왕세자(현 국왕. 오른쪽)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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