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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속 사진 읽기] 사진 속 주인공은 나야 나!

송고시간2020-09-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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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화된 백드롭 문구, 틀에 박힌 정치면 사진 주목도 높여

(서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대표들이 모여 있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대한민국 정치 1번지다.

이름에 걸맞게 이곳에는 300명의 의원, 보좌관, 사무처 직원, 출입 기자 등이 공존하는 말 그대로 정치판이다.

2020년 5월 현재 국회에 등록된 언론사만도 500여 곳, 출입기자는 1천700명을 넘어섰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의도 국회의사당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곳을 출입하는 사진기자들의 하루는 정당별 최고위원회의, 비상대책 회의 등 아침 지도부 회의를 시작으로 의원총회, 각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와 본회의 등 각종 회의를 쫓아다니기 바쁘다.

여기에 이른 아침 열리는 여당과 정부 각 부처의 정책 조율을 위한 당·정 회의와 각종 시민·이익단체 행사, 국회의원 개별 기자회견, 그리고 개각에 따른 장관급 인사청문회 등 부수적인 국회 일정을 취재하다 보면 몸은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이렇게 취재되는 사진은 정치면에 고정적으로 사용된다. 최소 두 장 이상은 지면에서 볼 수 있다.

그것이 당 대표나 원내대표 등 지도부 회의 모습이거나, 이슈가 되는 상임위원회 전체 회의 모습일 수도 있고, 그 밖의 다른 취재 사진일 수 있다.

위에서 열거한 취재 사진들 가운데 단 두세 장이 지면에서 살아남아 독자들에게 전달되니 그 경쟁률은 아이돌 선발 오디션 경쟁률에 버금갈 정도다.

그 가운데 당 대표(국민의힘은 현재 비상대책위원장)와 원내대표는 늘 사진 속 주인공이다. 회의를 주재하거나 외부 일정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제스처와 표정, 측근들과의 귀엣말 등 일거수일투족을 포착한다.

특히 귀엣말은 사진기자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먹잇감이다. 과거 산전수전 다 겪은 다선(多選)의 정치 고수들은 이것을 역으로 이용했다.

들리지도 않는 그들끼리의 속닥거리는 귀엣말 사진은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정치면에 대문짝만하게 게재됐다.

그런데 최근 주연과 조연이 뒤바뀐 정치면 사진이 화제가 됐다. 여기서 주연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장의 김종인 비대위원장 등 참석자들을 말한다.

독자들이 김 위원장의 모습보다 그 뒤편에 걸린 백드롭(뒷걸개)의 글귀에 더 관심을 보였다. 그저 일렬로 앉아 회의하는 틀에 박힌 모습 속에서 배경 문구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지난 7월 20일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7월 20일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금 이 나라에 무슨 일이.',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 '이 나라, 믿을 수 없는 게 수돗물뿐일까.', '아름다운 수도, 서울 의문의 1패'.

질문하고, 여당 대표의 실언을 비틀고, 방송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의 발언도 인용됐다. 과거 백드롭과는 확연히 달랐다.

'섬기는 머슴 행복한 국민'. 2016년 9월 1일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장의 백드롭 문구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느 누가 국회의원을 머슴으로 생각할까. 공감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그들만의 공허한 구호성 문구였다는 생각이 든다.

2016년 9월 1일 당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년 9월 1일 당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이 말을 했다고 하면 비약이지만, 그동안 존재감도 못 느낄 정도의 구호성, 계도성 메시지에 그친 백드롭이 보는 이에게 말을 걸고,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연성화된 백드롭 문구가 정치면 사진의 주목도를 높였다.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던 백드롭을 일약 주연으로 발탁한 기획자의 의도는 성공한 듯하다.

존재감 없던 조연도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시대, 사진을 찍으며 '뭣이, 중한지' 주변을 좀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하겠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swim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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