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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 바람 탈출했죠"…낙동강 제방 붕괴로 창녕서 369명 고립

송고시간2020-08-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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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면 주민 "태풍까지 온다니 언제 집으로 돌아갈지 막막"

고립된 창녕 구학마을
고립된 창녕 구학마을

[창녕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창녕=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낙동강 제방이 무너져서 마을에 물이 많이 찰 것 같습니다. 주민 여러분은 대피할 준비 하십시오"

매섭게 퍼붓던 폭우가 점차 잦아들던 9일 오전 4시 50분께 경남 창녕군 장천리 구학마을에서 이장의 다급한 외침이 시작됐다.

단잠을 자던 주민들이 소지품 하나 없이 잠옷 바람으로 집을 나섰을 때는 이미 발목까지 물이 들어찬 상황이었다.

방송이 시작된 지 10분 남짓 흘러 다시 한번 마을 방송이 시작됐다.

"마을에 물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당장 피신하십시오"

불어나는 흙탕물을 피해 주민들은 지대가 높은 곳으로 이동했다.

대피가 어려운 어르신 8명은 승용차를 타고 마을 밖으로 빠져나왔다.

3차례에 걸쳐 투입된 대피 차량 중 마지막 차량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성인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 진입조차 어려웠다.

마지막 차량에 올라탄 한 70대 주민 A씨는 "키가 작아 허벅지 근처까지 강물이 올라와 조심하면서 차량에 올라탔다"며 "행여 넘어질까 정신이 아득했다"고 하소연했다.

마을서 만난 주민 김경순(72) 씨는 "양말 한 켤레 챙기지 못해 맨발로 나왔다"며 "태풍 소식까지 들려 언제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구학마을 이재민 대피소에 도착한 구호물품
구학마을 이재민 대피소에 도착한 구호물품

[촬영 한지은]

해가 뜨면서 비구름이 모두 걷혔지만, 오후 1시 30분을 기준으로 마을에는 계속 물이 차고 있다.

인근 도로는 모두 침수돼 오갈 곳이 없는 상황이다.

이 마을에는 주민 60여명이 고립된 상태다.

마을 경로당에서 주민들과 함께 있는 이장 B(63) 씨는 "낙동강 제방이 없던 시절부터 이 마을에 산 어르신들의 말에 따르면 지금보다 최대 1.5m 물이 들어찰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 상황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추가로 대피할 시 필요한 생필품을 챙기고 있다.

마을이 경사가 있고, 산지로 연결돼 있어 물이 더 들어찬다면 주민들은 고지대로 이동할 계획이다.

낙동강 범람을 여러 차례 경험한 곳이라 이번 제방 붕괴에 놀라면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다지고 있다고 한다.

비교적 저지대에 있는 주택 3채에는 30m 높이까지 물이 차 주민들이 함께 물을 퍼냈다.

이 마을을 포함해 창녕군 이방리에는 주민 369명이 고립돼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보트를 이용해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을 파악해 구조하고 있다.

창녕군 재난 대응 담당자는 "인명피해가 없도록 주민들의 상황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피해 복구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 제방 붕괴에 불어난 물
낙동강 제방 붕괴에 불어난 물

(창녕=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폭우로 낙동강 제방이 무너진 9일 경남 창녕 적포교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물이 불어있다. 2020.8.9 contactje@yna.co.kr

contact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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