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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체포' 지미 라이는…암살기도 무릅쓴 반중 언론재벌

송고시간2020-08-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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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과일보 세워 '중국 지도부 비리·홍콩 경찰 폭력' 등 비판

美 폼페이오 장관 만나기도…수차례 화염병 테러·살해 위협당해

홍콩 경찰에 체포된 반중 언론 재벌 지미 라이
홍콩 경찰에 체포된 반중 언론 재벌 지미 라이

(홍콩=EPA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1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전격적으로 체포된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는 홍콩에서 찾아보기 힘든 반중국 성향의 언론 재벌이다.

중국 중앙정부에 밉보일 것을 두려워해 친중 노선을 걷는 다른 홍콩 재벌과 달리 지미 라이는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를 세워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에 날카로운 비판의 날을 세워왔다.

중국 광둥(廣東)성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지미 라이는 파산한 의류 공장을 인수한 후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Giordano)를 창업, 아시아 굴지의 의류 기업으로 키운 입지전적 인물이다.

하지만 1989년 중국 정부의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에 충격을 받은 그는 1990년 넥스트 매거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해 언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94년 그가 소유한 언론매체가 톈안먼 시위 강경 진압의 주역인 리펑(李鵬) 총리를 강도 높게 비난하자, 중국 정부는 본토에 있는 지오다노 매장들을 폐쇄해버렸다. 이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의류 기업을 매각해야 했다.

빈과일보는 중국 지도부의 비리와 권력투쟁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로 떠올랐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도 경찰 폭력과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 대응 등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지미 라이 본인은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과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미국에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미 라이는 지난해 미국 방문 때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다. 이때 '홍콩의 자율성'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고 공개해 홍콩인권법 제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인권법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고, 홍콩의 인권 탄압에 연루된 중국 정부 관계자 등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에 중국 관영 매체와 홍콩 친중파 진영은 그를 외세와 결탁해 송환법 반대 시위를 배후조종하는 인물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관영 환구시보는 그를 홍콩 시위 배후에 있는 '4인방'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일부 외신은 지미 라이의 재산이 10억 달러(약 1조2천억원) 이상이라고 추산했지만, 이날 체포 영향 등으로 그가 71%를 보유한 넥스트 디지털의 주가는 홍콩 증시에서 장중 11% 넘게 폭락했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이후 빈과일보의 지면에서는 광고가 사라졌으며, 이는 중국 중앙정부에 '미운털'이 박힐 것이 두려워 기업들이 광고 게재를 꺼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법원 앞에서 구호 외치는 반중 언론인 라이
홍콩 법원 앞에서 구호 외치는 반중 언론인 라이

(홍콩 AP=연합뉴스) 홍콩에서 발행되는 반중 성향 매체 '빈과일보'의 사주인 지미 라이(黎智英ㆍ오른쪽에서 세번째)가 15일 법원 앞에서 홍콩 민주화를 요구하는 활동가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지난해 벌어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4월 범민주 진영 인사 15명을 체포해 기소했다. 2020.06.15. sungok@yna.co.kr

지미 라이가 친중파 진영 등의 탄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에는 지미 라이의 자택 밖에 있는 나무에 설치된 사제 폭탄에서 불이 났고, 2009년에는 그를 암살하려던 중국인 남성이 체포됐다. 이 남성은 총, 탄환, 지미 라이의 신상정보 등을 지니고 있었다.

이 암살 미수범의 배후에는 중국 폭력조직인 '삼합회' 두목과 조직원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법정에서 대만에 사는 한 홍콩 출신 재벌이 지미 라이 등의 목숨에 1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고 실토했다.

2013년에는 자동차 한 대가 그의 자택 정문을 들이받았고, 이후 정문 앞에서 칼, 도끼 등이 발견됐다. 2015년에도 복면을 쓴 한 남성이 그의 자택 정문에 화염병을 던졌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에도 두 명의 남성이 그의 자택 정문에 화염병을 던졌다. 친중파 시위대는 시시때때로 지미 라이의 자택에 몰려가 그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지미 라이는 홍콩보안법 통과 후에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으며, 국제사회에 중국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등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이날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격적으로 체포된 것도 이러한 불굴의 저항 의지로 인해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지미 라이와 함께 그의 두 아들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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