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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의사도 노동자? 집단휴진은 적법한 파업?

송고시간2020-08-2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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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는 노동자로 인정 안되나 고용된 의사는 인정 여지 커

파업목적 근로조건 관련인지, 찬반투표 거쳤는지도 합·불법에 관건

정부, '파업' 대신 '집단휴진' 규정…의협 "집단행동 통한 정당한 의사표현"

의료계 휴진 (PG)
의료계 휴진 (PG)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김예림 인턴기자 = 의사들을 '노동자'로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의사들의 집단휴진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쟁의행위로 인정될 수 있을까?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한 의사들의 2차 '총파업(집단휴진)'에 정부가 26일 수도권 전공의, 전임의 대상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면서 양측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기되는 질문이다.

온라인상에선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한 파업'이라는 주장과 '노동법에 위배된 불법파업'이라는 주장이 대립한다.

쟁점은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노동법에 따른 적법한 파업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다. 노동법상 파업으로 인정되면 헌법상 권리로 보호될 뿐만 아니라 파업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책임이 면제된다. 반면 불법파업으로 간주될 경우엔 민·형사상 책임을 모두 진다.

특히 집단 휴진이 의료법상 '진료거부행위'로 인정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심할 경우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의료법 15조는 "의료인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당연히 불법파업으로 인정되면 정당한 진료 거부의 사유가 될 수 없다.

의협 집단휴진 관련 긴급 담화 발표하는 박능후 장관
의협 집단휴진 관련 긴급 담화 발표하는 박능후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의사협회의 집단휴진과 관련해 긴급 정부대응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2020.8.26 kimsdoo@yna.co.kr

◇적법성 갖추려면 '의사=노동자' 인정돼야…"고용의사는 노동자 해당"

헌법상 권리로 보장되는 적법한 파업이 되려면 우선 집단 휴진에 참여한 의사들이 노동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쟁의행위권', 즉 파업할 권리를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은 노동자를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정의한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는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에 있으면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그 밖의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 판결에 따르면 직접 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는 개업의사는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지만, 사립병원 등에 고용돼 급여를 받는 의사들은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될 여지가 크다.

적어도 집단 휴진에 참여한 의사들중 전공의 등 사립병원 소속 의사들은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자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노동법 전문가인 김남석 변호사(법무법인 태원)는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개업을 한 의사는 노동자 신분이 아니지만 대형 종합병원 소속 의사는 대부분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 노동조합이 파업 주도해야 적법…"전공의협의회는 노조 가능성"

집단휴진에 참여한 의사 중 일부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한다고 곧바로 의사들의 집단 휴진이 적법한 파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이 주도한 파업'에 대해서만 적법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즉 집단 휴진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가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해야 적법한 파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을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로 규정한다. 이에 해당하더라도 '노동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단체'와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는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명시한다.

일단 의사협회의 경우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개업의사가 가입된 만큼 노동조합으로 간주되기 어렵다. 또 의료법에 따라 구성된 법정단체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단결해 만든 단체'라고 보기도 어렵다.

반면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노동조합에 해당하느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사립병원에 고용된 전공의들이 자신들의 근로조건 유지·개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조직한 단체로 인정되면 노동조합법이 규정한 조합의 실질적 요건은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근로조건과 무관한 단순한 친목 단체 내지 직능단체에 불과한 것으로 인정되면 노동조합성이 부정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노동조합의 형식적 요건인 '설립 신고'가 안됐기 때문에 의사협회는 물론 전공의협의회도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을 설립하면 곧바로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해당 지자체장에게 신고하도록 한다.

하지만 법원은 설립 신고를 하지 않은 노동조합도 단체행동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파업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본다. 대법원은 2016년 3월 판결에서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을 갖춘 노동자단체가 신고증을 교부받지 아니한 경우에도 노동기본권의 향유 주체에게 인정돼야 하는 일반적인 권리까지 보장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설립 신고를 하지 않은 노동조합도 파업을 주도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래픽] 전공의·전임의 집단휴진 참여 현황
[그래픽] 전공의·전임의 집단휴진 참여 현황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정부가 26일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 등에 반발하며 무기한 집단휴진(파업)에 나선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전공의 수련기관 200곳 중 163곳의 응답을 기준으로 전공의 휴진율은 58.3%(현원 1만277명 중 5천995명 휴진), 전임의 휴진율은 6.1%(현원 2천639명 중 162명 휴진)다.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파업목적이 '근로조건 향상'이냐도 관건…조합원 과반수 찬성도 얻어야

집단휴진에 참여한 의사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이를 주도한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를 노동조합이라고 보더라도 파업 목적에 따라 적법한 파업인지 여부가 갈릴 수 있다.

노동조합법 37조가 '쟁의행위(파업)는 그 목적과 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어떠한 파업 목적이 적법한지에 대해선 명문화한 법 규정은 없다. 대신 '노동조합'과 '노동쟁의'를 정의한 노동조합법 2조 규정을 토대로 '근로조건의 유지 및 개선'을 목적으로 한 경우에만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노동조합법 2조는 노동조합을 '근로조건 유지·개선을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로, 노동쟁의를 '노사 간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로 정의한다.

이에 대법원도 2001년 10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파업의)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근로조건 향상'에는 현재의 근로조건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을 반대하며 이뤄진 이번 집단 휴진이 근로조건 유지 또는 개선을 위한 파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않으면 파업을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한 노동조합법 41조도 주목해야 한다. 조합원의 의사를 묻지 않은 일방적인 파업은 방법과 절차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대법원도 2001년 판결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 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은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판단했다.

의사들의 집단휴진 자체가 헌법이 가장 중시하는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파업권으로 보장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의료법 권위자인 신현호 변호사(법무법인 해울)는 "의사라는 직업도 헌법 10조에 따라 인간의 존엄과 가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제도"라면서 "(파업이라는 이유로)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해서도 안 되고, 국민의 인격권을 침해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파업' 표현 안쓰고 '집단휴진' 규정…노조법 아닌 공정거래법 적용

이번 사태의 성격 규정과 관련, 의사협회는 '총파업'이라고 밝혔지만 정부는 '집단 휴진'으로 규정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정부 대응 기조를 밝히는 브리핑에서 '파업'이라는 용어를 일체 쓰지 않고 '의사단체의 집단휴진'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브리핑에서 "개원의를 포함한 의료기관의 집단휴진을 계획·추진한 의사협회를 카르텔 등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단체는 해당 단체 소속 각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할 수 없게 돼 있는데 의협이 1·2차 집단휴진을 결정하고 이를 시행한 것은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의사협회를 노조가 아닌 일종의 이익단체로 간주하는 인식하에, 이번 사안에 노동조합법이 아니라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적용한 것이다.

의사협회 김대하 대변인은 이번 집단휴진을 '총파업'으로 표현한 배경과 관련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우리도 이번 파업이 노동법에서 말하는 파업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의사 직역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노동자인 의사들이 사실상 파업이라고 집단행동을 통해 정당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해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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