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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코로나19 중환자 급증…백신보다 치료제가 더 급하다

송고시간2020-09-04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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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은 자칫 '희망 고문' 될 수도…"치료제 개발해 사망자 줄이는 게 급선무"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중증 이상으로 상태가 악화하는 환자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집계를 보면, 코로나19 위중·중증 환자는 9월 3일 오전 0시 기준 154명으로, 전날보다 30명 증가했다. 이는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급증했던 지난 2∼3월 '1차 대유행' 시기의 위중·중증 환자 최대치 93명보다 더 많은 수치다. 그만큼 코로나19 위중·중증 환자가 다시 악화일로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희망이 되는 게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다.

하지만, 전문가 그룹에서는 백신 개발이 오히려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백신 개발이 성공하기도 힘들지만, 개발된다고 해도 기대 만큼의 효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류와 함께 한 바이러스 [서울의대 면역학교실 제공]

인류와 함께 한 바이러스 [서울의대 면역학교실 제공]

이는 그동안 개발된 인플루엔자 백신의 효과를 돌이켜보면 명확해진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인플루엔자 백신은 A형(H1N1)과 B형에 대해 평균 40∼60%의 예방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변이가 잘되는 A형 H3N2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그 예방효과가 20∼30%로 크게 낮은 실정이다. 특히 H3N2 바이러스 유행 시 백신의 효과는 더욱 떨어진다는 게 CDC의 분석이다.

코로나19 백신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험처럼 감염력과 치명상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 변이의 출현을 배제하기 쉽지 않다. 이는 두 바이러스가 모두 안정성이 낮아 돌연변이를 쉽게 일으키고, 감염력과 치명률도 크게 높아지는 RNA 바이러스라는 특성 때문이다.

이들은 원래 동물이 숙주였다가 사람에게 전파되면서 감염력이 향상한 특징을 가진다. 따라서 동물에서 유전자 변이가 자유롭게 일어나고 이들 중에서 일부 바이러스가 다시 인간으로 감염될 위험이 높다.

더욱이 쉽게 변이가 일어나는 바이러스는 종전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나 백신을 맞은 사람들을 다시 감염시킬 수 있다. 백신의 예방 효과에 대해 긍정과 부정을 떠나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지금 상황은 항생제처럼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는 치료제 개발이 백신보다 더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요즘 주목받는 혈장치료제를 꼽을 수 있다.

보통 감염된 사람의 혈액에는 대부분 항체와 면역세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이겨 낼 수 있는 면역능력이 생긴다. 이 중 항체가 풍부한 혈장을 다른 환자에게 주사하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데 이게 바로 혈장치료제다.

그러나 혈장을 상업적으로 대량 생산해 모든 환자에게 보급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공여받은 완치자들의 항체 생성률이 고르지 않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결합하는 고순도의 항체를 분리하고, 정량화하는 기술이 없는 게 표준화된 혈장치료제 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바이러스 변이로 인한 실패 위험도 항체와 동일한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바이러스가 변이되면 혈장 내의 주 치료성분인 항체도 변종 바이러스에 힘을 못 쓰게 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지금까지 200여개의 항체치료제 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 허가받은 약물은 없다.

[그래픽] 코로나19 위중·중증 환자 추이
[그래픽] 코로나19 위중·중증 환자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중증 환자가 31명 늘어 154명이 됐다고 밝혔다. 0eun@yna.co.kr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마냥 운 좋게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직접 장기의 세포를 죽이기도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환자의 면역체계가 과잉 반응해 오히려 환자 자신의 장기를 손상하는 경우다. 체내에 침입한 바이러스에 백혈구 세포들이 과잉으로 활성화돼 사이토카인이라는 염증 매개 물질을 과다하게 분비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최근 국내에서도 확인된 '사이토카인 폭풍'이다. 콩팥, 간, 골수, 폐 등이 손상되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거나, 폐에 물이 차 숨을 쉬기 어렵고 폐가 섬유화돼 딱딱하게 굳는 중증 현상들이 모두 백혈구의 과잉 염증 반응 때문이다. 과잉 염증 반응은 이 밖에도 기억력 감퇴, 심부전, 신부전 등의 다양한 후유증을 부른다.

결국 이런 비가역적인 장기손상에서 오는 후유증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고 환자를 감염 전과 같은 일상의 상태로 되돌리려면 과잉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백신, 항바이러스 치료제, 항체 약물들을 구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환자의 과잉 염증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치료가 의료 현장에서 더욱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환자 면역 복합체의 과잉 활성을 낮출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T림프구와 항체가 몸 안에 정상적으로 생겨서 장기부전 없이 환자가 회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주목받는 게 바로 '염증 복합체'다.

2002년 스위스 로잔대학교 연구팀에 의해 처음 발견된 염증 복합체는 과잉 염증반응의 시작과 증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밝혀지면서 최근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전 세계적으로 이를 타깃으로 한 신약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IFM 테라퓨틱스(IFM therapeutics)사와 인플라마좀(Inflamazom)사가 각각 임상1상 시험을 진행 중이고, 국내에서는 서울의대 벤처 회사인 샤페론이 염증복합체 억제 약물로는 처음으로 유럽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올해 연말에는 중간 임상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코로나19 감염 이후 폐렴 발생 메커니즘과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염증 복합체(Inflammasome)의 역할. [서울의대 면역학교실 제공]

코로나19 감염 이후 폐렴 발생 메커니즘과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염증 복합체(Inflammasome)의 역할. [서울의대 면역학교실 제공]

지금 코로나19 방역의 최대 목표는 추가 확산을 막는 것과 함께 중증환자가 사망하지 않고 회복될 수 있도록 치료하는 것이다. 중증 환자의 회복 기간을 단축하면 부족한 병상 회전율도 높일 수 있다. 그러려면 정부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중증 환자를 위한 치료제 개발에 다시 한번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견줘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 후보물질이 훨씬 많은 상황이다. 물론 치료제 못지않게 백신 개발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생명이 위중한 환자들의 사망을 막아내려면 다시 한번 치료제 개발에 고삐를 조여야 할 때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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