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메워 만든 경주감포항·영덕강구항 공원 파도에 쑥대밭
송고시간2020-09-08 16:24
(경주·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바다를 메워 만든 경북 동해안 항구의 대규모 공원들이 잇따라 피해를 봤다.
8일 오전 영덕군 강구면 강구항 해파랑공원은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 등으로 공사장을 방불했다.
2016년 약 390억원을 투입해 완공한 이 공원은 당초 바다를 메워 조성했다.
파도에 의한 피해를 막고 주민이나 관광객이 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지난 3일 마이삭과 7일 하이선이 연이어 몰고 온 큰 파도는 방파제를 넘어 공원 안으로 들이닥쳤다.
이 때문에 7만4천㎡ 면적인 공원에서 본래 형태를 유지한 시설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부서지고 흩어졌다.
가로등이 쓰러지고 콘크리트 길은 떨어져 나갔으며 돌의자는 제자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놓여 있었다.
나무 난간 중 성한 것이 없고 잔디밭은 온통 파였으며 바닥 타일이 부서졌다. 광장 전체가 흙, 모래, 돌 투성로 변했다.
영덕군은 중장비를 동원해 흙을 치우고 주차장을 물로 청소하느라 온종일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주민 임모(96)씨는 "9호 태풍 때 집 안까지 물이 찼고 이번에는 모래주머니로 앞을 막아서 안까지는 들어오지 않았는데 문턱까지 물이 찼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른 주택 주민은 "첫 태풍 때는 방 안까지 물이 들어와서 문이 안 열릴 정도였다"며 "장독도 다 깨져서 담가놓은 장을 모두 버렸다"고 토로했다.
영덕군은 당초 50년 태풍 빈도에 맞춰 8m 높이 파도를 막을 수 있도록 테트라포드를 설치하고 해파랑공원을 조성했다.
그러나 이번 태풍은 그런 빈도를 뛰어넘는 15m 파도를 몰고 오면서 피해가 컸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15m 파도를 막는 시설을 만들려면 700억원 정도 더 들어간다"며 "그렇게 만들어도 100% 막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좀 더 배수가 잘되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시 감포읍 감포항 공원도 비슷한 상황이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재해를 예방하면서 동시에 친수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바다를 메워 2018년 3만5천810㎡ 규모 공원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 3일 태풍 마이삭에 이어 7일 태풍 하이선이 할퀴고 가면서 쑥대밭으로 변했다.
감포항 공원은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면서 잔디밭은 움푹 파였고, 거센 파도로 인해 상치라고 부르는 방파제 맨 윗공간의 콘크리트와 벽돌이 수십m 밖으로 떨어져 나갔다.
주차장은 뻘밭으로 변했고 주변은 상치에서 굴러온 벽돌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해일성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들이치면서 인근 상가와 주택이 연이어 침수됐다.
주민은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가 컸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포항해수청 관계자는 "파도가 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안제(수면 위까지 올라오는 방파제) 또는 테트라포드를 설치하거나 배수시설을 추가로 갖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지난 4일 경북 경주시 감포읍 감포항 옆 친수공간 호안 잔디밭이 전날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몰아친 대형 파도로 움푹 팬 모습. 2020.9.4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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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09/08 16:2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