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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원은 퇴직금 두둑이 줘서 내보내라"

송고시간2020-09-1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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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직접 말하는 넷플릭스 성공의 비결 '규칙 없음'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명문 글로벌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의 에린 마이어 교수는 넷플릭스의 '컬처 데크(Culture Deck)'를 보고서 그 '정직성'에 놀라면서도 그것이 시사하는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느꼈다. 컬처 데크는 원래 넷플릭스에서 사내용으로 만든 127개의 슬라이드를 말한다. 2009년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 회장이 인터넷에 올려 전 세계에 공개한 후 성공한 기업의 경영 원칙을 배우고자 하는 경영자와 학생들에게 바이블이 된 캐치프레이즈들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적당한 성과를 내는 직원은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라고 쓰여 있다. 비범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은 해고한다는 뜻이다. 기업문화 전문가인 마이어 교수가 보기에는 '형편없는' 발상이었다. "최고의 인재를 데려다 놓고 남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 '두둑한 퇴직금'을 받고 쫓겨날 줄 알라며 겁을 주는 것이야말로 혁신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짓밟는 확실한 방법 아닌가?"

이런 마이어 교수에게 선뜻 납득되지 않는 넷플릭스의 경영 원칙에 관해 따져 물을 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창업자이자 CEO인 헤이스팅스에게 직접.

'규칙 없음' 저자들
'규칙 없음' 저자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회장(오른쪽)과 에린 마이어 인시아드 교수 [알에이치코리아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헤이스팅스의 이메일 연락으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고, 두 사람은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에 관한 책을 함께 쓰기로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 '규칙 없음'(원제 No Rules Rules·알에치코리아)은 두 사람의 대화와 마이어 교수의 임직원 인터뷰, 현장 탐방, 관련 자료 조사 ·분석 결과를 담았다. 책 제목이 시사하는 대로 직원 30명의 온라인 DVD 대여점에서 세계 최고의 미디어·콘텐츠 기업으로 우뚝 선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로 저자들이 내세우는 것은 '무제한'이라고 해도 좋을 자율성이다.

그러나 무작정 모든 규정과 통제를 없앤다고 해서 기업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전제 조건이 있다. 헤이스팅스 회장은 이런 '무규칙의 경영'이 '인재의 밀도'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인재의 밀도란 쉽게 말해 '최고의 인재들로 팀을 꾸리는 것'을 의미한다. 일 처리가 미숙하고 프로답지 못하거나 무책임한 직원이 없다면 규정과 통제도 필요 없다.

헤이스팅스 회장은 이 원칙을 어렵던 시절의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 당시로써는 신선한 사업모델로 잘 나가던 넷플릭스는 창업 3년 만에 '인터넷 버블'의 붕괴와 함께 위기를 맞게 되고 직원 3분의 1을 해고해야만 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내보내야 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지만, 해고의 후폭풍이 잠잠해지자 기대하지 않았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해고 이후 남은 '정예들'이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격려해가며 기업 분위기가 달라지고 경영 성과가 확 좋아졌다. 전체로 보면 사람 수가 줄었지만, 직원 한 사람이 가진 재능의 크기는 더욱 커졌다. 이것이 '인재 밀도'의 증가다.

헤이스팅스 회장은 자신의 경험상 팀에 평범한 사람이 1~2명 섞여 있으면 나머지 팀원들이 탁월하더라도 팀 전체의 성과가 떨어지고 평범한 팀이 되고 만다고 말한다. 평범한 성과를 내는 직원을 두둑한 퇴직금을 줘서 내보내야 하는 이유다.

마이어 교수는 이런 배경에 관해 듣고서는 '성과의 전염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떠올린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등하게 능력이 뛰어난 팀원들로 구성된 여러 팀 가운데 한 팀에만 엇나가는 행동을 하는 팀원 1명을 끼워 넣고 한 달 동안 수십 차례 실험한 결과 수준 미달 팀원이 단 1명이라도 포함된 팀의 성과가 30~40%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팀원 개개인이 집단 전체의 가치와 규범을 따라간다고 본 기존의 이론들과는 달리 개인의 행동이 다른 팀원에게 금방 전염됨을 보여준다고 마이어 교수는 풀이한다.

이렇게 능력 있는 직원들을 확보해 인재 밀도를 구축하는 것과 함께 피드백을 많이 하도록 독려해 솔직한 문화를 조성하고 통제를 줄이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이것이 '무규칙 경영'의 1단계라고 헤이스팅스 회장은 설명한다. 이렇게 되면 '자유와 책임'의 문화가 조성되고 이것이 또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여 통제를 훨씬 줄일 수 있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인재 밀도, 솔직한 문화, 통제의 제거를 훨씬 더 강화하는 2단계와 이를 극대화하는 3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넷플릭스는 웬만한 회사에는 다 있는 규정들 대부분을 없애 버렸다. 휴가·비용·출장 규정과 승인 절차, 급여 등급, 성과 향상 계획, 핵심 성과 지표, 목표관리법, 위원회에 의한 의사결정, 연봉 밴드, 성과에 따른 보너스 등이다

물론 규정이나 절차가 없으면 너무 방만하게 운영되고 이를 악용하는 직원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다. 실제로 일반적인 결재 시스템을 갖췄을 때와 비교해 넷플릭스의 경비는 10%가량 늘었다. 그러나 스타 플레이어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가 됐고 이들을 통해 대단히 빠르고 놀라울 정로도 유연하게 움직이는 혁신 기업이 된 데서 오는 이득에 비하면 이 정도 비용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사회 전반의 문화와 법규, 특히 노동 관련 법령이 판이한 우리나라 기업에 적용할 부분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기업 경영에 관한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게 읽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이경남 옮김. 468면. 2만5천원.

"평범한 직원은 퇴직금 두둑이 줘서 내보내라" - 2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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