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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구례 수해 현장에 트럭 몰고 나타난 청년

송고시간2020-09-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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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차·구호품 전달·현장 복구 나선 예비 해양경찰관 박승만 씨

"조용히 일하는 베테랑 봉사자, 공직자가 주역…이재민들 속히 일상 되찾길"

구례 수해 현장에서 봉사하는 박승만씨
구례 수해 현장에서 봉사하는 박승만씨

[박승만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구례=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터미널이 잠기고 주민들이 보트로 구조되는 사진을 보고 장화와 아버지의 1t 트럭을 챙겨 달려갔죠."

지난 8월 전남 구례에 유례없는 수해가 닥치면서 전국에서 봉사자들이 찾아와 일손을 보태고 수재민들을 위로했다.

순천에 사는 박승만(32) 씨도 지난 8월 9일 시청 공무원인 친구가 보내준 구례의 사진을 받자마자 짐을 싸고 구례군청으로 출발했다.

대형면허와 동력수상레저기구 면허, 항해사 면허 등이 있어 운전이라도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해양경찰 임용 면접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취업준비생 박씨는 과거 외항선에서 근무할 때에도 휴가 중 여수 선박 기름 유출 사고 뉴스를 보고 달려가 기름을 닦았다.

지난 8월 8일 오후 수해로 잠긴 구례읍의 모습
지난 8월 8일 오후 수해로 잠긴 구례읍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동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트럭을 몰고 나타난 박씨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대한적십자사와 구세군이 운영하는 사랑의 밥차 현장이었다.

그는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300∼500인분의 하루 세끼 식자재와 식사를 배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베이스캠프에서 만든 식사를 구례5일시장 밥차까지 옮기는 게 주된 일이었지만 틈이 날 때면 배식과 퇴식, 5일 시장 청소를 돕고 군청에서 구호 물품을 나르기도 했다.

적십자사 밥차가 다른 현장으로 이동한 뒤에는 구례읍사무소에서 구호 물품을 날랐다.

구례 수해 현장에서 구호품 전달 봉사하는 박승만씨
구례 수해 현장에서 구호품 전달 봉사하는 박승만씨

[박승만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트럭을 타고 물품을 옮기는 일이 힘들 법도 하지만 박씨는 "복구 현장에서 싱크대나 냉장고를 나를 때면 너무 더워서 현기증이 났다. 종일 더 힘든 일 하는 분들에 비하면 내 일은 쉽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부인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매일 새벽 시원한 음료를 꼼꼼히 챙겼고 양가 부모님도 유류비를 지원하며 박씨를 격려했다.

봉사 사흘째에는 해양경찰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도 날아들었다.

다음날 수줍게 떡을 들고 간 박씨에게 밥차 봉사자들은 준비한 케이크를 꺼내 깜짝 파티를 열어 줬다.

만나면 초코파이 하나라도 꼭 쥐어주던 할머니도 큰 힘이 됐다.

건물 2층으로 대피해 간신히 구조된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많이 흘리던 할머니는 트라우마가 심할 텐데도 항상 박씨와 봉사자들을 향해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컴컴한 새벽 순천 신혼집을 출발해 한여름 해가 다 질 때야 집에 돌아갔지만, 자신이 떠난 뒤에도 일하는 수재민과 공무원들을 떠올리면 항상 발걸음이 무거웠다.

박씨는 2주간 봉사하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쩔 수 없이 현장을 떠나게 됐다.

해양교육원 입교를 앞두고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려고 마음먹고는 있었지만 8월 22일부터 갑자기 타지역 봉사자들이 구례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구례읍사무소 봉사자들과 함께 사진 찍는 박승만씨(맨 앞줄 오른쪽)
구례읍사무소 봉사자들과 함께 사진 찍는 박승만씨(맨 앞줄 오른쪽)

[박승만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씨는 "사실 처음에는 '내가 큰 도움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구슬땀을 흘리는 많은 분을 보며 반성했다"고 말했다,

특히 "수만시간의 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일을 하고 인수인계까지 깔끔하게 한 뒤 조용히 떠나는 베테랑 봉사자들을 보면서 이분들이 영웅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진과 포크레인 기사 등 큰 사회적 기회비용을 포기하고 달려온 사람들, 폭염 속에 묵묵히 무거운 비닐하우스 철근을 옮기던 군인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매일 밤 10시, 11시까지 야근하고 새벽에 또 나와 묵묵히 봉사자 이상의 일을 해내는 구례군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감동하기도 했지만 지치지 않을까 염려됐다"고 밝혔다.

박씨는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거나 장판도 없는 시멘트 바닥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이 많다고 들었다. 이분들 모두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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