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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지명 꿈 이룬 귀화 배구 선수 현무린 "심장이 쫄깃했어요"

송고시간2020-09-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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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태생으로 지난해 한국 국적 취득…흥국생명 지명

"새 이름 지어주신 아빠 위해 꼭 성공하겠다"

흥국생명의 지명을 받은 세화여고 배구선수 현무린
흥국생명의 지명을 받은 세화여고 배구선수 현무린

[본인 제공=연합뉴스. 재배포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제가 뒤에서 두 번째로 지명받았잖아요. 심장이 쫄깃쫄깃하더라고요. 눈물이 찔끔 났어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벨라루스 태생의 귀화 여자배구 선수 현무린(19·세화여고·흥국생명 지명)의 목소리는 여느 한국 여고생과 다름없었다.

"외모만 서양인일 뿐 완벽한 한국인"이라고 말한 세화여고 배구부 강미선 총감독의 표현 그대로였다.

현무린은 22일 2020-2021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2번째 수련선수로 흥국생명에 호명됐다.

정식 선수는 아니지만, 흥국생명에 입단해 프로 무대를 밟게 된다.

현무린은 이날 발표 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제 첫 번째 목표를 이뤘다"며 "뒷바라지해 주신 엄마와 아빠를 생각하며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현무린은 사연이 많은 선수다. 그는 2001년 5월 벨라루스에서 유소년 체육 지도자로 활동하던 어머니와 현지 대학교수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벨라루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부모님의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새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으로 건너왔다. 2009년 2월, 그의 나이 만 8세 때였다.

어린 현무린의 눈엔 모든 것이 낯설었다. 말이 통하지 않았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았다.

그러나 현무린은 외롭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 입국한 뒤 1년 동안은 (적응 기간이 필요해) 학교에 가지 못했는데, (새) 아빠가 많은 책을 읽어주며 한국말을 가르쳐주셨다"며 "세 명의 오빠들도 매우 잘해줘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듬해 대전 유성초등학교에 입학해 또래 친구들처럼 씩씩하게 자랐다.

활발한 성격의 현무린은 금세 친구들과 친해졌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운동에 소질을 보이며 자연스럽게 배구를 접했다.

그는 "엄마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구기 운동을 즐겼다"며 "당시 학교엔 남자 배구부만 있어서 남학생들과 함께 운동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의 지명을 받은 세화여고 배구선수 현무린
흥국생명의 지명을 받은 세화여고 배구선수 현무린

[본인 제공=연합뉴스. 재배포 및 DB금지]

배구에 재능을 보인 현무린은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서울 추계초등학교를 거쳐 서울 반포초등학교로 전학한 뒤 세화여중, 세화여고에 진학했다.

키(169㎝)는 그리 크지 않지만 강한 서브와 안정적인 리시브, 감각적인 터치아웃 능력 등을 앞세워 많은 스카우트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22일 비대면으로 열린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수련선수로 흥국생명에 호명됐다.

이날 프로행을 확정 지은 13명의 선수 중 12번째였다. 세화여고에선 유일하게 프로행에 성공했다.

세화여고 배구부 기숙사에서 신인드래프트를 시청하던 현무린은 전율을 느꼈다.

그는 "너무 떨려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며 "오빠들에게 축하 연락을 받았는데 다들 울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현무린은 "그동안 많은 힘이 돼준 엄마와 아빠, 오빠들에게 고맙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더 악착같이 운동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에서의 목표를 묻는 말엔 "기량을 끌어올려 김연경(흥국생명) 선배처럼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태극마크를 다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사실 현무린이 정식 한국인이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는 벨라루스 국적으로 율리아 카베트스카야라는 이름으로 생활하다 지난해 한국으로 귀화했다.

현무린이라는 이름은 아버지가 지어줬다. 옥돌무(珷)에 맑을린(潾)으로 맑고 밝은 삶을 살라는 의미다.

현무린은 "아빠가 지어주신 이름처럼 프로 무대에서도 밝게 빛나고 싶다"고 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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