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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 부모살해' 김다운 재판, 1심서 국참 확인절차 누락 파행(종합)

송고시간2020-09-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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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음모' 혐의 추가기소·병합과정서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 안한 '중대 하자'…"재판 다시 할 수도"

김다운측 "국민참여재판 원해"…피해자 측 "우릴 갖고 노느냐" 항의에 항소심 재판부 "죄송"

법조계 "절차 미준수로 인한 재판무효는 사법 낭비…법원 잘못 크다"

(수원·안양=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청담동 주식 부자'로 알려진 이희진(34)씨의 부모를 살해하고 금품을 강탈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다운(35)씨가 2심 선고를 앞두고 국민참여재판(국참) 의사를 밝혀 재판이 원점으로 돌아갈 상황에 놓였다.

1심 재판부가 추가 기소된 '강도음모' 혐의 사건을 기존 사건에 병합하는 과정에서 김씨에게 국참 희망 의사를 묻지 않고 그대로 재판을 진행, 절차상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재판이 파행을 맞게 된 것이다.

김다운
김다운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원고법 형사1부(노경필 부장판사)는 24일 강도살인, 사체유기, 강도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한 선고 공판 기일을 열고 국참과 관련한 법률검토를 위해 변론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본래 강도살인 등 혐의로 먼저 기소가 됐고, 1심 재판 중에 강도음모 혐의가 추가로 기소되면서 두 사건이 병합됐다"며 "여러 사건을 병합할 때에는 1심 재판부가 각각의 사건과 관련한 피고인의 국참 희망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1심은 추가 기소된 강도음모 사건에 대해 국참 확인 절차를 누락했다. 이럴 경우 1심 재판은 전체가 무효가 된다"며 "항소심으로서는 1심을 파기하고 다시 사건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김씨가 국참과 관련한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2심을 진행하길 원하면 재판을 계속할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앞서 2심 개시 전부터 김씨에게 국참 희망 의사를 물었으나, 김씨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왔다.

김씨는 그러나 지난 10일 결심공판에서 낸 의견서를 통해 국참 희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관련법은 국참과 관련한 확인서를 송달받은 당사자가 일주일 이내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으면 국참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며 "이번 같은 경우에도 1심을 파기하고 돌려보내야 하는지 면밀히 논의 해보겠다"고 전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김씨는 "더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1심에서 준비가 미흡했던 부분이 많다. 꼭 국참으로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유족들은 "이건(피고인은) 정말 심하다. 우리를 갖고 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재판부는 "재판을 꼭 끝내려고 했는데 법이 그렇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재판부는 내달 6일 선고기일을 열어 파기환송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1심을 맡았던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어서 1심 법원이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답변을 유보했다.

재판 과정에서 국참 확인 절차를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 원심이 무효가 되는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일례로 수원지법은 2018년 9월 결혼을 빙자한 사기로 다수의 여성들에게 18억원 상당을 가로챈 가족사기단 사건 피고인 3명에게 징역 14년∼1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여러 사건이 병합되는 과정에서 일부 사건에 대한 국참 확인 절차가 누락된 사실을 알고 원심을 파기, 지난해 1월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수원지법은 사건을 다시 심리해 지난 7월 1심 선고를 내렸다. 2017년 첫 재판이 열린 지 3년여 만의 일이었다. 항소심은 내달 수원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수원법원종합청사
수원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TV제공]

법조계에서는 절차 미준수로 인한 재판 무효는 '사법 낭비'나 다름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김다운 사건의 경우 세간의 관심이 높았던 데다 병합된 사건이 '강도살인 등'과 '강도음모' 단 2건이었던 점에 미뤄볼 때 이번 법원의 실책이 뼈아프다고 지적한다.

한 현직 변호사는 "재판 시작 전 진술 거부권 고지, 재판 종료 후 상소 절차 안내가 기본인 것처럼 국참 희망 의사 확인은 반드시 지켜야 할 절차"라며 "1심의 실수로 피해자는 가해자를 제때 처벌하지 못하고, 피고인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관련 절차 미준수로 재판을 다시 하는 것은 행정력의 크나큰 낭비"라며 "여러 사건을 병합하다 보면 실수도 생길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법원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2월 25일 오후 4시 6분께 안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이씨의 아버지(62)와 어머니(58)를 살해하고 현금 5억원과 고급 외제 승용차를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고용한 박모 씨 등 중국 교포(일명 조선족) 3명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뒤 이씨의 아버지 시신을 냉장고에 넣어 평택의 한 창고로 옮긴 혐의도 받는다.

또 이씨의 동생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으려 한 혐의로도 추가 기소돼 지난 3월 18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사형을 구형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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