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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원 감독 "개성 있는 배우들이 이렇게 모여준 게 보람"

송고시간2020-09-2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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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신작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포스터를 꽉 채운 배우들의 조합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정현, 이미도, 서영희, 김성오 그리고 양동근.

2012년 '점쟁이들' 이후 8년 동안 절치부심한 신정원 감독이 내놓은 신작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이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앙상블로 꽉 채운 영화다.

[TCO㈜더콘텐츠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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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만난 신 감독은 그동안 몸이 많이 상한 데다 시사회 이후 긴장이 풀려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영화 이야기, 특히 배우들 이야기를 하며 금세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분명 의문이 있었을 텐데 이렇게 개성 있는 배우들이 나를 믿고 망설임 없이 승낙을 해줬다"며 "그게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큰 보람 중에 하나"라고 했다.

"생활인의 책임을 무시하고 힘겹게 세 작품을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영화에 이런 배우들이 모여 주니까 이러려고 그랬나보다 싶었죠."

실제 배우들은 지난 22일 언론시사회에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 한결같이 신 감독을 믿고 작품을 선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는 지구를 차지하러 온 외계 생명체 '언브레이커블' 만길(김성오)과 만길과의 신혼 생활에 푹 빠져 있는 사랑스러운 아내 소희(이정현), 언브레이커블의 정체를 알고 있는 미스터리 연구소장 닥터 장(양동근), 소희의 동창이자 닥터 장을 사랑하는 양선(이미도), 살기 넘치는 정육점 주인 이미지에 세 번의 이혼 경력으로 어두운 소문에 둘러싸여 있는 소희의 절친 세라(서영희)가 벌이는 한바탕 소동극이다.

포즈 취하는 신정원 감독
포즈 취하는 신정원 감독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의 신정원 감독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9.24 mjkang@yna.co.kr

장항준 감독이 10여년 전에 쓴 원작을 시대 변화에 맞게 고치면서 SF 요소가 가미됐다. 웬 뜬금없는 설정이냐는 소리도 들었지만 "흥행은 모르는 거고, 내가 재밌게 할 수 있고, 지지해 주시는 팬들이 있으면 오케이"였다.

신 감독은 구체적인 디렉션을 주는 대신, 배우들의 해석을 믿고 일단 맡겼다. 그는 "초반에는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했던 배우들도 점점 빠져들며 나중에는 즐기게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게 진정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의 이런 분위기는 거의 순서대로 촬영한 영화에 담긴 듯하다. 초반 느슨한 듯싶던 분위기는 중반 이후 달아오르며 배우도 관객도 이상하고 웃긴 세계로 빨려들어 간다.

어이없이 터지는 웃음 중 가장 강력한 건 닥터 장이다. 언브레이커블이 전기에 가장 취약하다는 점을 알아낸 닥터 장과 소희는 만길을 감전 시켜 죽이려 하지만, 돌발 상황 끝에 닥터 장이 감전되고 만다.

이후 닥터 장은 정신을 잃었다 깨어날 때마다 마주치는 사람에게 "초등학교 어디 나왔어요"라고 웅얼거린다. 양동근은 현장에서 이 짧은 대사 한 마디를 무수히 반복하며 진지하게 연습했다고 한다.

만길을 감전시키려다 자신이 감전된 닥터 장(양동근)
만길을 감전시키려다 자신이 감전된 닥터 장(양동근)

[TCO㈜더콘텐츠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 감독은 "시나리오 쓸 때부터 그 대사가 반응이 좋았는데 사실 왜 좋아하는지 몰랐다"면서도 "과도한 분장에 스태프들이 반발하고 의아해했지만, 확신은 있었다"고 했다.

평소 웃음도, 말도, 표정도 별로 없는 신 감독은 그 대사가 왜 웃기는지 몰랐다면서도 정작 현장에서는 닥터 장이 등장할 때마다 웃음이 터져 모니터를 보지 못하고, 웃음을 참느라 스태프와 배우들의 타박을 들을 정도였다.

장편 데뷔작 '시실리2㎞'부터 '차우', '점쟁이들'까지 코미디와 호러를 결합한 독특한 장르로 팬들에게는 '시대를 앞서간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신 감독은 한 번도 자신의 영화를 코미디로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함께 한 배우들도 그렇게 임했고, 특히나 진지할수록 웃긴 배우들이 영화들에 색깔과 힘을 더했다.

이번 작품에선 양동근이 그랬고, '시실리2㎞'와 '차우'에 출연했던 박혁권이 그랬다.

영화의 또 다른 웃음 포인트는 신 감독이 직접 고른 음악들이다.

오페라 '투란도트' 아리아 '네순 도르마', 빌리 아일리시의 '배드 가이', 드라마 '모래시계' OST '서로 다른 연인'(혜린의 테마) 등 귀에 익은 각기 다른 장르의 음악들이 생뚱맞은 장면에 찰떡같이 붙는다.

신 감독은 "유명한 음악은 저작권 때문에 사용이 쉽지 않은데, '배드 가이'는 편집본과 컨셉을 본 가수가 흔쾌히 허락해 줬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쉽지 않은 시기에 개봉하게 됐지만, 신 감독은 "캐스팅부터 투자까지 하나하나가 기적"이라는 말로 오랜 공백기의 마음고생을 표현하기도 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도 "오래 간직한 직접 쓴 시나리오가 있는데 잘 안 됐다"며 "개봉한 영화가 잘 되면 살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질문 듣는 신정원 감독
질문 듣는 신정원 감독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의 신정원 감독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0.9.24 mjkang@yna.co.kr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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