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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라 더 그리워요"…코로나19로 고국 못가는 이주여성들

송고시간2020-09-2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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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꼭 고향 가려고 했는데"…방문 계획 전부 취소

추석 음식 만들고 나누며 '동병상련'

"송편 빚었어요"
"송편 빚었어요"

(정읍=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29일 오전 전북 정읍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 이주여성들과 센터 직원들이 모여 추석을 맞아 송편을 빚고 있다. 2020.9.29 doo@yna.co.kr

(정읍=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올해는 아이들 데리고 꼭 베트남에 가고 싶었는데…하지만 추석을 맞아 이렇게라도 모여 얼굴도 보고 좋아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전북 정읍시 건강 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모인 결혼 이주여성 20여명은 추석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저마다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은 손바닥 위에 넓게 편 쑥 반죽을 올리고 깨와 설탕을 넣어 조금은 서툰 실력으로 송편을 조물조물 매만졌다.

지난 7월 결혼해 한국으로 귀화한 한 베트남 이주여성은 한국살이 5년 차 선배의 송편 빚는 솜씨를 어깨너머로 배우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고추전과 돼지고기 동그랑땡 등이 프라이팬 위에서 지글지글 먹음직스럽게 노릇노릇 익어갔다.

고소한 향이 어느새 지원센터 안을 가득 메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뒤로 자주 모이지 못했던 결혼 이주여성들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미소가 번졌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고향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은 더욱 커졌다.

이들은 코로나19 탓에 올해 고향 방문 계획을 접어야 했다.

맛있게 전 부치기
맛있게 전 부치기

(정읍=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29일 오전 전북 정읍시 건강 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 이주여성들과 센터 직원들이 추석을 맞아 전을 부치고 있다. 2020.9.29 doo@yna.co.kr

올여름 자녀들과 베트남에 가려고 했었다는 김써니(29)씨는 "요즘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2015년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다 보니 오랫동안 고향에 가지 못했다"며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서 올해는 다 함께 베트남에 가려고 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베트남에 있는 부모님도 속상해하셔서 요즘은 평소보다 더 자주 전화를 한다"며 "고향에 가지 못하는 마음을 이곳 친구들과 베트남 음식을 해 먹으면서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산적에 달걀옷을 입히던 이주여성 조민아(27)씨 역시 심상치 않은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에 올해 2월 베트남 계획을 접었다.

조씨는 "결혼 직후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세월이 훌쩍 지났다"며 "올해는 꼭 친정 식구들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고 그리움을 표현했다.

이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고향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내고 있지만 늘 베트남에 있는 여동생, 언니,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이 떠오른다"고 아쉬워했다.

한국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지원센터 직원으로 근무하는 이주여성 이화(43)씨는 같은 처지인 여성들의 고충을 들어주며 '동병상련'을 느낀다고 했다.

이씨는 "이곳 결혼 이주여성들은 시국이 이렇다 보니 외출도 잘 못 할뿐더러 고향 방문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인 탓에 최근 고민 상담이 부쩍 늘었다"며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나서 우울하다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함께 모여 '추석나기'
함께 모여 '추석나기'

(정읍=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29일 오전 전북 정읍시 건강 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 이주여성들과 센터 직원들이 추석을 맞아 전을 부치고 있다. 2020.9.29 doo@yna.co.kr

이날 이들이 정성껏 준비한 명절 음식들은 정읍 지역에 정착한 지 3년이 되지 않은 결혼 이주여성들과 한 부모 가정,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임내규 정읍시 건강 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결혼 이주여성들의 외로움은 명절을 앞둔 요즘 더욱 크다"며 "코로나19로 다들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렇게 다 같이 모여 명절 음식을 만들고 이웃에게 나눠주면서 서로가 정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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