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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처벌 안 받잖아요"…수사기관 비웃는 청소년들

송고시간2020-10-0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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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범 중학생 구속영장 기각…"소년법 취지 되살려야"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저 촉법소년인데 (조사) 언제 끝나요? 법정 캠프에서 배웠는데요. 열네 살 안 되면 처벌 안 받는다고…"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비밀의 숲2'에서 친구를 폭행하고 감금한 중학생이 검찰 조사 중 검사를 향해 던진 대사다.

이처럼 법망을 잘 알고 수사기관을 비웃는 소년범들의 대담함이 드라마만이 아닌 현실에서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현장의 경찰관들은 "청소년들은 어느 수준의 범행으로는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아예 대놓고 얘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 6천여만원 절도 혐의 중학생들 구속영장 기각

1일 법무부 의정부준법지원센터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오후 9시께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수천만원짜리 명품시계와 가방, 팔찌 등이 도난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단서를 추적한 결과 용의자는 인근에 거주하는 A(14·중3)군과 B(15·중3)양 등이었다.

이들은 앞서 하루 전날에도 경기 양주시의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현금을 훔친 것으로 확인됐다. 총 피해 금액만 6천만원 상당이었다.

경찰은 추적 끝에 의정부시의 한 모텔에 숨어 있던 이들을 체포했다. 경찰서로 연행돼 오기 전까지도 이들은 "어차피 우리는 크게 처벌 안 받을 것"이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이들의 범죄 전력은 A군이 77건, B양이 13건이나 됐다.

특히 이들은 이미 특수절도 전과로 1년 전 보호관찰 2년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현재 A군은 다른 사건으로도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3개월간의 외출 제한 명령도 받은 상태였다.

경찰은 이들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나이가 어리고 피해품을 돌려줬다는 이유 등으로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다. 결국 두 청소년은 경찰 조사 후 풀려났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TV 제공>>

◇ 학교와 부모의 울타리 벗어난 사례 대부분

A군과 B양은 모두 가출 청소년이었다.

가출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교화와 갱생을 책임져야 할 수사기관과 보호기관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이들이 검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나 자신들끼리의 정보 공유를 통해 소년범 처벌 수위에 대해 빠삭하다 보니 붙잡혀 와서도 수사기관을 비웃기 일쑤다.

이달초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에서 신용카드를 훔쳐 이틀간 160만원어치를 긁은 10대 남녀 2명도 가출청소년이었는데, 검거된 뒤에도 별다른 죄의식이 없었다고 한다. 특히 가출청소년의 경우 부모나 학교에 알려질 것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관계자는 "소년범들은 경험으로 절도사건 정도로는 경찰에서 조사가 끝나면 귀가 시켜 준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라며 "그렇다 보니 경찰에 붙잡히는 것을 걱정하기보다 당장 필요한 돈을 훔쳐서라도 마련하고 쓰고 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부모에게 연락해도 부모조차 자녀를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아 난감하다"며 "학교에 소속돼 있어도 이미 교육의 한계를 벗어난 학생들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사진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사진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 "소년법 취지 퇴색…교화 목적 되살려야"

이렇게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우습게 여기는 '소년법'이란 뭘까.

소년법은 처벌보다는 교화를 목적으로, 청소년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에 기회를 사전에 차단받지 않도록 하는 취지로 제정됐다.

소년법에서 규정하는 대상은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10∼14세의 '촉법소년'과 14∼19세의 '범죄소년' 등으로 나뉜다.

이 법의 취지에 따라 중학생 이상의 청소년들도 살인 등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구속 처벌을 잘 받지 않는다. 절도나 폭행 등의 사건을 저질러 경찰에 입건되더라도 훈방이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년법을 청소년 스스로가 악용함으로써 교화의 기회가 오히려 제한되다 보니 원래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소년과 성년 사이인 18∼19세의 주요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기소 이후에 이름과 얼굴 사진 등의 보도가 가능하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주 내용으로 하는 소년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만 처벌 강화가 재범률을 낮추는 능사는 아니라는 청소년 전문가들의 지적이 아직은 우세하다.

의정부준법지원센터 관계자는 "요즘 보호관찰 대상 청소년들을 보면 범죄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부모 등 보호자가 부재해 범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보호기관에서라도 끈질기게 관심을 갖고 교화하면 효과가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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