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댓글

추석은 '팔월 멩질'…일가친족 집집 돌며 차례 지내고 화목 다져

송고시간2020-10-01 08:00

댓글

상애떡·새미떡 등 전통 떡과 카스텔라 등 서양식 빵도 차례상에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1년 열두 달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제주 차례상
제주 차례상

음력 8월 15일은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한 뒤 맞는 가장 풍요로운 명절, 추석이다.

추석 세시풍속은 지역마다 큰 차이는 없지만, 곳에 따라 독특한 풍습과 음식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지난날 절해고도의 섬으로 육지부와 교류가 적었던 제주도만의 추석 명절 풍속을 살펴본다.

◇ 일가 친족 집마다 돌며 차례 지내고 화목 다져

향토사학자들에 따르면 제주에서 추석은 '팔월 멩질(음력 8월 15일에 지내는 명절)' 또는 '고슬 멩질'(가을 명절)로 통한다.

특히 제주에서는 일가 친족이 빠짐없이 모여 집마다 돌며 차례를 지내는 등 여느 지역보다 추석 명절 화목을 다지는 풍속이 강하다.

다른 지방에서는 추석 때 성묘를 하지만 제주에서는 추석에 앞서 음력 8월 1일에 '모둠 벌초'를 하고, 간단한 제물을 올려 절하는 것으로 가름한다.

추석 앞두고 벌초하는 성묘객
추석 앞두고 벌초하는 성묘객

(제주=연합뉴스) 추석을 일주일 남짓 앞둔 지난 20일 오전 제주시 서부공설묘지에서 성묘객이 벌초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모둠 벌초는 자손들이 모여 벌초를 하며 혈연을 확인하고 유대를 과시하는 일종의 단합대회 성격을 띤다.

제주의 독특한 추석 민속놀이도 있다. 바로 '기러기 놀이'다.

이 놀이는 귀신으로 뽑힌 아이(술래)가 마치 기러기 떼처럼 늘어선 무리의 맨 끝에 있는 아이를 한 명씩 떼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편을 갈라 일렬로 선 후 상대편 꼬리를 잡으면 이기는 육지의 '꼬리잡기' 놀이와 유사하지만, 기러기 놀이는 술래가 차례로 꼬리 위치에 선 아이를 모두 떼어내야 끝이 난다. 무속신앙이 발달한 제주에서 저승사자에게 잡혀가지 않으려는 기원이 투영된 놀이다.

아울러 동국여지승람·동국세시기 등에 따르면 제주에선 추석날 남녀노소가 한데 모여 노래와 춤을 즐기고 패를 갈라 조리희(照里戱·줄다리기)를 벌였다.

마을 공동체별로 떠들썩한 잔치를 벌여 공동체 의식을 함양한 셈이다.

◇ 보리·메밀로 만든 떡, 옥돔, 귤 등 독특한 차례 음식

추석은 한해 농사를 끝내 수확하는 시기지만, 제주는 곡식과 과일이 드물었던 탓에 지금처럼 풍성한 제물을 마련하지 못했다.

풍성하지는 않더라도 제주만의 독특한 추석 음식이 있다.

보리와 메밀 등으로 만든 상애떡과 새미떡이 대표적이다. 상애떡은 보릿가루나 밀가루를 탁주로 발효한 반죽에 팥소를 넣고 성형해 쪄낸 빵이다. 다른 지역에서 먹는 술빵과 비슷한 맛이 난다.

새미떡은 메밀가루를 익반죽해 둥근 사발로 모양을 떠 팥소를 넣어 반달 모양으로 만든 후 삶아서 찬물에 식혀 참기름을 바른 떡이다. 새미'는 '만두'의 제주어로, 모양이 비슷해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름떡
기름떡

[촬영 백나용]

지름떡(기름떡)도 제주의 명절 단골 음식으로 꼽힌다.

기름떡은 뜨거운 물로 반죽한 찹쌀가루를 톱니바퀴 모양으로 찍어낸 뒤 기름에 지져 설탕을 듬뿍 뿌린 떡이다. 별 모양이어서 '별 떡'이라고도 불린다.

추석 하면 빠지지 않는 송편, 제주의 송편은 다른 지역과 달리 보름달 모양이다.

제주는 예로부터 쌀이 귀해 추석 때만이라도 넉넉히 먹자는 의미에서 둥글고 큰 송편을 빚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송편에 넣는 재료도 푸른 풋콩이나 완두, 녹두 등을 설탕에 졸인 달곰한 소를 넣어 먹는다.

제주 추석 차례상에 올라간 떡과 빵. 가장 위에 동그란 떡이 송편이며 송편 아래로 왼쪽에는 청묵과 시루떡 오른쪽에는 기름덕과 롤케이크가 올라가 있다.

제주 추석 차례상에 올라간 떡과 빵. 가장 위에 동그란 떡이 송편이며 송편 아래로 왼쪽에는 청묵과 시루떡 오른쪽에는 기름덕과 롤케이크가 올라가 있다.

1970년대부터는 제빵기술이 발달하면서 상애떡을 대신해 식감이 비슷한 카스텔라나 롤케이크가 차례상에 올려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상애떡보다는 카스텔라가 차례 음식으로 보편적이다.

이 때문에 명절날 친척 집에 방문할 때 서양식 빵을 사 들고 가는 사람이 많다.

메밀로 만드는 새미떡도 1970년대 후반부터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서 쌀로 만든 떡으로 대체되고 있다.

특히 예전과 달리 메밀가루가 쌀가루보다 1㎏당 2.5배 이상 비싸지면서 새미떡을 판매하는 도내 떡집을 찾아보기도 힘든 실정이다.

제주음식연구가인 김진경 베지근연구소 소장은 "과거 제주는 땅이 척박하고 논농사가 거의 되지 않아 쌀이 귀해 메밀과 보리로 만든 떡이 발달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쌀을 훨씬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제주와 육지부 떡집에서 살 수 있는 떡의 종류도 평준화돼 차이가 거의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손이 많이 가는 빵과 떡을 주로 구매해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차례상에 올라가는 제주 전통 떡과 빵이 과거보다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dragon.me@yna.co.kr

핫뉴스

전체보기

포토

전체보기

댓글 많은 뉴스

이 시각 주요뉴스

포토무비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