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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포착] 남북 분단사의 대참극…'아웅산 테러 사건'

송고시간2020-10-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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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10월 9일 미얀마 아웅산 묘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수초 전의 장면을 찍은 사진
1983년 10월 9일 미얀마 아웅산 묘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수초 전의 장면을 찍은 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흑백사진 속에서 양복 차림의 사람들이 도열해 있다. 조금 편한 자세로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이 사진이 찍히고 수초 뒤 이곳은 폭발과 함께 아수라장이 됐다. 1983년 10월 9일 버마(현 미얀마) 수도 랭군(현 양곤)의 아웅산 묘소에서 발생한 '아웅산 테러 사건'이다.

당시 대통령 전두환은 서남아시아 및 대양주 6개국을 순방 중이었는데, 버마는 첫 방문지였다. 이날 우리 정부 관료와 경호원, 취재진 등은 묘소에서 대통령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다 오전 10시 25분께(현지시간) 폭탄이 터지면서 참변을 당했다.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폭탄이 터져 테러범들의 대통령 암살계획은 무산됐지만 인명 피해는 엄청났다. 서석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이범석 외무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 서상철 동력자원부 장관 등 공식 수행원 및 취재진 17명이 목숨을 잃었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물론 나머지 순방 일정은 취소됐다.

이 사건은 북한이 저지른 소행임이 이내 밝혀졌다. 미얀마 정부는 사건 발생 3일 만에 북한 공작원 강민철 등 2명을 체포하고 1명을 사살했다.

폭발 수초 전의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이는 연합뉴스 고(故) 최금영 기자다. 그는 한국사진기자협회가 2003년 발간한 '나의 취재기'에서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밝혔다.

이날 최 기자는 묘소에서 사진 촬영에 좋은 위치를 잡은 후 참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다가 카메라 테스트를 위해 흑백필름이 들어있는 카메라로 사절단의 모습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컬러필름을 넣은 카메라로 바꿔 사진을 찍는 순간 폭탄이 터졌다. 그는 무거운 쇠망치가 뒤통수를 세차게 내리치는 듯한 느낌과 함께 쓰러졌다고 했다.

최 기자는 "1초나 됐을까. 의식을 되찾았을 땐 화약 내음과 뽀얀 먼지로 묘소는 안개 속의 호수처럼 무섭도록 고요했고, 사절들이 서 있던 곳엔 뭔가 타고 있는 듯 불꽃이 솟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카메라 한 대는 셔터가 꼼짝하지 않았고, 다른 카메라는 렌즈가 깨지고 몸체에 구멍이 나 있었다. 얼굴과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손가락엔 파편이 박히는 등 그는 이미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이후 피로 범벅이 된 채 수거된 최 기자의 카메라에서는 한 통의 흑백필름이 발견됐고, 필름에는 그날의 한 장면이 남아 있었다. 사진은 최 기자의 피가 필름에까지 스며든 탓에 얼룩졌지만, 테러 발생 수초 전을 담은 유일한 역사의 기록이 됐다.

최 기자는 병원에서 사계절을 보낸 후에야 퇴원했다. 그리고 사건 발생 이듬해부터 매년 10월 9일이면 국립묘지를 찾아 현장에서 숨진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최 기자는 2003년 숙환으로 별세했다.

고 최금영 기자가 아웅산 테러 당시 사용했던 카메라
고 최금영 기자가 아웅산 테러 당시 사용했던 카메라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최 기자가 당시 사용했던 카메라는 현재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빌딩 1층에 그날의 사진과 함께 전시돼 있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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