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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임신 얘기를?" 낙태죄 바라보는 10대들의 시선

송고시간2020-10-1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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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추가 동의 요건에 "현실성 부족"…20대 여성들도 큰 관심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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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어른들은 청소년이 사소한 스킨십만 해도 너무 빠르다며 혼내는데, 낙태하겠다고 부모님께 말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 송모(18)양은 최근 정부가 낙태죄 관련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는 뉴스를 보고 친구들과 함께 낙태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송양은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14주면 임신 여부를 정확히 알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데, 부모님께 임신 사실을 말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14주가 다 가버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그간 낙태죄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10대들 사이에서도 관련법 개정과 낙태죄 처벌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만 16세 이상인 미성년자는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 받기를 거부하는 등 불가피한 경우 상담 사실확인서만으로 낙태를 할 수 있다. 만 16세 미만은 법정대리인이 없거나 법정대리인의 폭행·협박 등 학대로 동의를 받지 못할 때 이를 입증할 공적 자료와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 상담 사실 확인서 등으로 시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조항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미성년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Wetee)'의 양지혜 활동가는 11일 "학대 상황을 입증할 공적 자료 제출은 절차나 시간을 생각하면 임신중절을 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과 맞지 않을 확률이 높다"며 "사실상 법정대리인 없이 임신중절을 하려는 청소년들의 결정권을 막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17)양은 "원치 않는 임신은 미성년자든 성인이든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며 "미성년자 낙태 관련 조항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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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여성들이 '#나도 낙태했다'는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의 낙태 경험을 고백하며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일고 있다.

한 이용자는 "의사가 저에게 무릎을 꿇고 빌라고 했다. 네 인생이 불쌍해서 내가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통을 겪는 다른 피해자가 없기를 바란다"고 자신의 경험을 적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낙태죄 전면 폐지와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에 관한 청원'은 5일 만에 4만명 넘게 동의했다.

20대 여성들 사이에서도 낙태죄 폐지는 뜨거운 화두다.

낙태죄 전면 폐지 청원에 동의했다는 B(27)씨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인생이 망가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SNS에 올라온 낙태 경험 고백 글을 읽고 생리가 늦어질 때마다 미래에 대한 불안에 잠 못 이루던 경험이 떠올랐다"고 했다.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한 C(26)씨는 "주변에 20대에 임신해서 계획에 없는 결혼을 한 사례를 종종 본다. 그 경우 대부분 여자가 학업이나 취업을 포기하는 걸 보면서 부조리함을 느꼈다"며 "낙태가 죄로 처벌되지 않는다면 여성이 적어도 임신 때문에 자신이 계획하던 인생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10대, 20대 여성들이 낙태죄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페미니즘과 여성 인권 담론에 어린 나이부터 노출됐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중요시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국가는 1020 여성을 소위 최적의 '가임기 집단'으로 보지만, 이들은 국가가 정의한 '인구 재생산 기계'의 삶을 택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단"이라고 분석했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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