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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무더기 선거법 기소, 책임 묻되 맹점 없는지도 살피며 고쳐야

송고시간2020-10-1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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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4·15 총선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금배지들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공소시효 만료가 16일 0시로 닥친 가운데, 줄잡아 20명 안팎은 될 듯하다.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인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일찌감치 예상은 됐던 결과다. 선거사범으로 입건된 당선인만 94명이었기 때문이다. 직전 20대 총선과 비교하면 입건 숫자와 기소 건수가 각기 10%가량 줄었으나, 코로나 리스크로 대면 선거운동이 위축된 점을 생각하면 감소세가 현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혐의는 예의 같았다. 사전 선거운동을 포함한 불법 선거운동, 허위사실 공표, 흑색선전 같은 것들이다. 기소된 이들에게는 치열한 법정 다툼이 기다리고 있다. 혐의가 인정되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은 무효가 되고 선거를 다시 하는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대의민주주의 국가를 지탱하는 골간 정치제도인 선거에서 일단 되고나 보자는 목적에서 저질러진 위법이라면 중대 반칙이므로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번 기소에서 눈길 가는 특징은 허위 재산신고 혐의를 무겁게 봤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총선 재산공개에서 배우자 명의의 10억원짜리 상가 대지와 상가, 아파트 임대보증금을 누락한 혐의로 기소됐다. 민주당이 참여했던 비례대표 득표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출신 무소속 양정숙 의원 역시 동생 명의로 보유한 상가 대지 지분을 누락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민의힘에서는 현금성 자산 11억여 원을 누락한 조수진 의원의 기소 여부가 계속 조명 받았다. 이들 모두는 비례대표로 당선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례 의석을 챙기기 위한 위성정당 급조와 후보 검증 부실이라는 예고된 참사는 오롯이 거대 양당의 잘못이다. 20대 총선 때에도 당시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이 재산신고 누락으로 기소된 사례가 있다. 그렇지만 고의성이 입증되었는데도 벌금 80만원을 선고받고 배지를 지켰다. 19대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역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유지했다. 유권자들에게 공개되기는 매한가지인 후보자 정보인데도 허위 학력이나 경력 기재보다 허위 재산신고에 대한 처벌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그것이 고의적일 가능성이 작고 당락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적을 거라는 판단도 한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제공하는 기본 정보에서부터 거짓말을 하는 부정직한 후보라면 그 자질과 도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재고할 여지가 있다. 허위 재산신고는 모두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까지 가능하다. 관건은, 결국 고의성 여부에 대한 입증과 판단이 될 것이다.

선거 때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선거사범 양산은 손발도 모자라 입까지 꽁꽁 묶어 놓은 선거법의 맹점 탓도 크다. 하지 말라는 것은 뭐가 그리도 많고, 또 해도 괜찮다는 건 뭘 그리도 친절하게 풀어 뒀는지 싶을 정도다. 행위 제한 규정이 복잡하고 모호하니까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이 흐린 건 당연하다. 갈등과 분쟁의 씨앗이다. 주요 민주국가에서는 입법례를 찾기 힘든 시기 제한까지 있어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14일이다. 명색이 정부 제1기관인 입법부를 구성할 국민대표를 뽑는 데 선거운동 기간이 고작 2주다. 선거 법이 아니라 선거 '옥죄기법'이라는 조롱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해치는 금지 규정만 두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쪽으로 더욱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권위주의 시대부터 횡행한 금권·관권 선거의 타락상, 그리고 허위선전, 중상모략과 흑색선전의 폐해를 경계하는 것이야 마땅한 일이겠으나 그것이 여전히 이렇게도 낡은 선거법의 존치를 내내 정당화하는 건 아니다. 현역에게 유리하고 신인에게 불리한 제도의 형평 제고 역시 필수다. 문제는 현역 의원들이 수술칼을 잡는다는 불운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란 염려와 불신을 늘 동반하지만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진화를 위해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내하며 천천히 꾸준하게 나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선거법은 더디게라도 계속 진화했다.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21대 국회에서도 진화는 지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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