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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스토리텔링 실종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상업개발에 멍들어

송고시간2020-10-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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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정취 잃은 달맞이재 터널 등 역사적 가치 활용 뒷전 아쉬움

달맞이길·미포 해안길 등 기존 관광길과 연계 필요

곳곳 위험 도사린 공사 중 개통…안전사고 우려도 제기

옛 폐선부지 산책로에서 바라본 해운대 해안 모습
옛 폐선부지 산책로에서 바라본 해운대 해안 모습

[차근호 기자 촬영]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동해남부선이 있었기 때문에 동래가 파전으로 유명할 수 있었고 부전역 앞 부전시장이 전국 최고 재래시장으로 발달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 해운대 해안가 절경을 따라 미포∼청사포 옛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4.8㎞ 구간을 걷던 강우동(68) 해운대구 문화관광해설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강 해설사는 "기장군 주민들이 특산품인 쪽파를 수확해 동해남부선을 타고 동래역 주변 동래시장으로 나왔고, 그곳 식당들이 파전을 구워 팔면서 '동래파전'이 유명해질 수 있었다"면서 "이 철로를 따라 강원도 지역 무연탄과 시멘트가 부산으로 내려와 부산의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폐선부지 산책로는 공사중 '위험천만'
폐선부지 산책로는 공사중 '위험천만'

[차근호 기자 촬영]

◇ 폐선 6년 만에 산책로 완공 눈앞…벌써 시민들로 '북적'

취재진은 80여년간 운행돼 부산 시민의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옛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를 지난 14일 둘러봤다.

2013년 폐선된 이후 부산시와 해운대구는 이곳을 시민 산책로로 만들고자 했다.

공공 개발에 대한 열망이 높은 곳이었지만, 산책로 조성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시설이 상업시설로 개발됐다.

지난 7일 해변열차는 개통해 운행을 시작했지만 철로를 따라 가는 산책로는 지금도 공사 중이었다.

곳곳에 공사 자재가 쌓여 있고, 일부 구간은 난간 교체 작업이 이뤄져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이미 많은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지난해 사실상 공사가 끝났지만 산책로 폭이 1.5m로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에 따라 확장을 위한 재공사가 진행돼 이달 중으로 완공될 예정이란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산책로 왼쪽 해변열차 지상 철로와 10m 높이에 설치된 스카이 캡슐 레일 모습
산책로 왼쪽 해변열차 지상 철로와 10m 높이에 설치된 스카이 캡슐 레일 모습

[차근호 기자]

산책로와 펜스 하나를 사이에 둔 상업 개발 구간에는 해변열차와 스카이 캡슐이 다닌다.

기존 지상 철로 위에는 해변 열차가 달리고, 다시 그 옆에 설치된 높이 10m 공중 레일에는 4인승 체험시설 스카이 캡슐이 다닌다.

상업개발 전 포토존이었던 달맞이재 모습
상업개발 전 포토존이었던 달맞이재 모습

[2013년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상업 개발에 밀린 '달맞이재 터널' 옛 모습 사라져

6년 만에 다시 시민들이 걷게 될 폐선 부지는 상업 개발 전과는 사뭇 달랐다.

추억이 서려 있던 근대적인 모습과 고풍스러운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해안가 절경 만이 다시 시민을 반길 뿐이었다.

폐선 구간 최고의 포토존이었던 '달맞이재 터널'은 옛 모습을 잃은채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해변 열차가 터널을 통과하기 때문에 걸어서는 터널 입구로 갈 수 없었고, 터널 바로 위로는 스카이 캡슐 레일 지지대가 설치됐다.

이제 자갈 깔린 옛 철로를 밟고 터널 사이로 환하게 들어오는 빛을 배경 삼아 찍었던 사진은 추억으로만 남게 됐다.

옛 정취가 사라진 달맞이재 터널
옛 정취가 사라진 달맞이재 터널

[차근호 기자]

강 해설사는 "달맞이재 터널은 일제 강점기 동해남부선을 깔 때 이 구간에 바위가 많이 굴러떨어지자 운행 열차에 충돌이 없도록 '피암터널'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폐선 구간이 국내 유일의 임해 철도 구간이고, 터널은 이 일대에 만들어진 흔치 않은 피암 터널"이라며 "스카이 캡슐이 터널을 피해 조금 언덕 쪽으로 설치됐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상업 개발 전 시민들이 자유롭게 걷던 옛 동해남부선 폐선 구간 모습
상업 개발 전 시민들이 자유롭게 걷던 옛 동해남부선 폐선 구간 모습

[2013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인근 문탠로드와 단절…스토리텔링 못살려 아쉬움

상업 개발은 달맞이 언덕과 산책로 사이를 완전히 단절시키고 있었다.

기존 관광지인 문탠로드, 미포 해안 도로와의 연결도 미흡해 아쉬움을 줬다.

역사 유적이나 이야깃거리도 곳곳에 숨어있지만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산책로 옆에는 해안 경계부대에서 만들어 사용한 포상과 탄약고 등 역사적 시설도 보였지만 가까이 접근이 어렵거나 설명 판이 없어 아쉬웠다.

산책로 옆 옛 탄약저장소 모습
산책로 옆 옛 탄약저장소 모습

[차근호 기자 촬영]

미포 입구에서 출발해 200여m쯤 걸었을 때 달맞이언덕 산 쪽에 옛 어촌 마을의 오래된 사당이 보여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이 역시 멀리서 바라만 봐야 했다.

강 해설사는 "박격포 포상과 탄약저장소는 해상 작전 시 조명탄을 쏘아 올리는 시설로 판단된다"면서 "남북 초긴장 시기 해안 경계시설 유산으로 간첩선 격침과 함께 스토리텔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저 상태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책로 옆 옛 군 초소 흔적과 총좌 등 시멘트 구조물 흔적이 흉물처럼 남아있는 것도 있는데 보존 가치가 없는 것들은 철거해서 아름다운 천연 암석 해변으로 정비하는 것도 관광지 보존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변 암석 위 총좌
해변 암석 위 총좌

[차근호 기자]

산책로와 해안가 사이 바위틈에서 '손바닥 선인장' 자생지도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제주 월령리 해안가 손바닥 선인장 군락지는 천연기념물 429호로 지정돼 관리하고 있다.

강 해설사는 "산책로가 생기면서 낚시꾼들이 많아져 손바닥 선인장 자생지를 발로 밟아 훼손하고 있다"면서 "가시가 날카로워 안전 문제도 있고, 손바닥 선인장 자생지가 한반도에서 흔하지 않은 만큼 자치단체에서 자생지 훼손을 막고 또 하나의 생태관광자원의 볼거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어촌마을에 나타나 밥 소쿠리의 밥을 훔쳐 먹고 사라진다고 해서 도둑게라 불리는 게가 출몰하는 구간도 있는데 이 모든 게 이야깃거리"라면서 "향후 스토리를 더 살리고, 기존 산책로와 연계성 있는 개발에 대한 고민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해안 바위틈 손바닥 선인장 자생지
해안 바위틈 손바닥 선인장 자생지

[강우동 해설사 제공]

강 해설사는 이곳 산책로에서 보는 달구경은 예로부터 '대한 8경'에 속했다며 주민으로서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하늘 위에 떠있는 달과 만경창파가 일렁이는 밤바다에 황금색으로 출렁이는 달빛을 이곳 고두배기(달맞이 언덕 옛 이름) 언덕에서 바라보는 것은 평생 잊기 어려운 광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해운대구는 내년에 부산시 관광 관련 공모 사업에 옛 동해남부선 주변 역사자원 보존과 발굴 관련 사업을 응모할 방침이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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