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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얼굴에 까만 분장만은…" 발레계에 무슨 일이 [뉴스피처]

송고시간2020-10-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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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흑인과 동양인 등 유색 인종의 피부색을 부각한 분장은 곧잘 인종차별 논쟁을 불러옵니다.

국내에서도 지난 8월 의정부고 학생들이 졸업 사진을 위해 일명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하면서 얼굴을 검게 칠해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비판하는 등 논란이 됐습니다.

또 6월 말레이시아 연예인이 출연 드라마 홍보 차 '검은 분장을 하고서 춤추는' 영상을 공개해 '블랙페이스는 장난칠 소재가 아니다'란 누리꾼의 비난을 받았죠.

근래 세계 발레계에서도 무용수들의 흑인 분장 등 무대 위 차별적 요소를 시정하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 귀족 사회의 사교 무용이던 발레는 오랜 세월 '백인의 전유물'이었죠.

미국의 명문 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에서 첫 흑인 수석 무용수가 등장한 것이 고작 5년 전.

200년 동안 핑크색으로만 나오던 토슈즈(포인트 슈즈)에 유색 인종을 위한 갈색 옵션이 추가된 것도 최근 일입니다.

이처럼 발레계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무대에 올려질 때마다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오는 작품이 있습니다.

유럽 안무가가 '인도 황금 제국'을 그린 '라 바야데르'.

이 작품은 특히 하인 역할 무용수에게 과장된 흑인분장을 시키는 '블랙페이스'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무용수들이 '라 바야데르' 공연의 블랙페이스 분장 사진을 SNS에 올리자,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흑인 수석 무용수 미스티 코프랜드가 SNS를 통해 "이것이 발레 세계의 현실"이라며 비판했는데요.

이에 러시아의 간판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는 "(흑인 분장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예술일 뿐"이라고 받아치기도 했죠.

스타 무용수들의 설전이 벌어지자 한 무용수는 "난 흑인인데도 '라 바야데르'에서 블랙페이스를 해야 했다"며 백인들의 편견에 맞춰 피부를 더욱 까맣게 칠하고 입술을 두툼하게 과장해 그린 경험을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 이달 프랑스 국립 파리오페라발레단이 블랙페이스 금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흑인 분장과 차별 용어 사용을 금지하고 토슈즈와 타이츠를 피부색에 맞게 착용하도록 해달라."

직원 400명이 이 같은 내용으로 띄운 인종차별 반대 공개서한에 발레단 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겁니다.

일각에선 '라 바야데르' 등에 등장하는 흑인 역할 설정에 대해 "원작대로 따르는 것뿐"이라고 반박하지만 '호두까기 인형'에서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담긴 '중국 춤' 분장과 안무가 바뀐 예도 있습니다.

일부 버전에서 '중국 춤'을 추는 백인 무용수의 얼굴을 노랗게 칠하고 집게손가락으로 젓가락을 표현했는데요.

이것이 동양인을 비하하는 '옐로페이스'란 비판을 받자 지난해 호주발레단은 무용수를 동양계로 교체하고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몸짓을 없앴습니다.

백인 중심의 보수적인 문화가 뿌리 깊은 발레. 다양성을 포용하자는 사회적 움직임 속에서 조금씩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이은정 기자 김지원 작가 박소정

"제발 얼굴에 까만 분장만은…" 발레계에 무슨 일이 [뉴스피처] - 2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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