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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저자가 인구조사 대상이라면?

송고시간2020-10-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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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친인척 외 같이 사는 사람은 무조건 '기타 동거인' 분류

'친구·지인등 가족外 동거 느는데 현실 동떨어져' 지적에 통계청 "사회적 논의 필요"

2020 인구주택총조사
2020 인구주택총조사

[출처: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홈페이지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이율립 인턴기자 = 지난해 발간 뒤 5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두 여성 저자가 인구주택총조사 대상이 된다면 관계를 묻는 항목에 뭐라고 답해야 할까?

5년 주기의 국가적 통계 사업인 인구주택총조사(이하 인구 조사)가 지난 15일 시작한 가운데, 달라진 사회상이 통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싱글 여성이 이른바 '조립식 가족'을 이루고 사는 이야기를 담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사례처럼 친구·지인과 함께 거주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비혼 동거 커플, 셰어하우스 거주자 등 가구 구성 방식이 전통적 가족 범주를 넘어 다양해지고 있는데, 인구 조사에서는 여전히 가족·친인척 기반으로 가구 통계를 집계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15일 조사가 시작된 뒤 가구주와의 관계를 묻는 항목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인구주택총조사 안내가 와서 참여해보려고 했는데 동거 가구원 항목에서 심각하게 비위가 상했다"며 "이 설문이 제공하는 선택지에서 소위 '촌수'가 붙는 친인척을 제외하면 '그 외 같이 사는 사람(고용인, 하숙인 등)' 딱 하나가 남는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도 "2020년에 인구주택총조사로 동거인에 대해 물어보면서 증손자와 배우자까지 있는 선택지에 연인, 친구, 동료는 없는데 이게 말이 되는 설계냐"라고 비판했다.

◇ '가구주와의 관계' 문항 14개 선택 항목중 '본인·가족·친인척' 외에는 '기타 동거인' 유일

'가구주와의 관계'를 묻는 2020 인주주택총조사
'가구주와의 관계'를 묻는 2020 인주주택총조사

[출처: 2020 인구주택총조사표]

연합뉴스가 2020 인구주택총조사 항목을 확인한 결과 지적대로 가구주·가구원 관계를 묻는 항목에서 고를 수 있는 객관식 답변은 절대적으로 법적 가족·친인척 관계 위주다.

1번 '가구주'를 제외한 13개 항목 중 12개 항목이 '배우자', '자녀', '자녀의 배우자', '가구주의 부모', '손주, 손주의 배우자(외손주 포함)', '증손주, 증손주의 배우자', '조부모', '형제자매, 형제자매의 배우자' 등이다.

혈연이나 법적으로 엮이지 않은 사람에 대한 관계는 마지막 14번 '그 외 같이 사는 사람(고용인, 하숙인 등)'이 유일하다.

따라서 애인이나 친구와 같이 가까운 사람과 함께 거주하더라도 혈연이나 법적으로 엮이지 않은 사이라면 통계에는 무조건 '그 외 같이 사는 사람'으로 잡히게 된다.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동거인 관계를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사 문항을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지 오래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18년 통계청에 조손(祖孫)가족, 동거가족 등의 가족관계 규모를 파악할 수 있도록 인구총조사를 실시해달라고 요청했다.

강신욱 통계청장도 지난 8월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이 '혼인·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주거와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양한 가족 형태로의 변화에 부응한 정책 마련을 위해 인구주택총조사에 관심과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에서도 이미 달라진 가구 구성을 인구조사시 반영하는 사례가 확인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결혼하지 않은 채 함께 거주하는 커플이 늘어나는 등 가구 구성원이 복잡해지는 점을 고려해 1990년부터 10개년 인구조사(decennial census)에서 '결혼하지 않은 파트너(unmarried partner)'를 가구 구성원 관계 항목에 포함했다.

◇ 장혜영 "동성 부부도 배우자로 봐야"…통계청 "사회적 논의 이뤄져야"

가구주와 배우자의 성별이 같으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온라인인구 조사
가구주와 배우자의 성별이 같으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온라인인구 조사

[출처:트위터 캡처]

법적 가족·친인척이 아닌 이들로 구성된 가구를 통계에 세밀히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더 나아가 인구 조사의 배우자 개념 자체를 동성 부부로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에 의해 제기됐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배우자의 성별은 가구주 성별과 같을 수 없어 (같은 성별로 조사를 작성하면) 취합은 되는데 내검(내용검토) 단계에서 동의 없이 '기타 동거인'으로 분류한다"며 "'기타 동거인'은 고용인, 하숙인을 상정하고 만든 항목인데 멀쩡한 배우자를 고용인으로 조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판결문(결정문)을 통해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규정하는 상황에서 현재 인구주택총조사 문항상의 '배우자'도 이성 부부 관계를 전제로 깔고 있다.

때문에 온라인 인구 조사에서는 가구주와 배우자 성별이 같다고 응답하면, 조사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방문 조사 등에서 가구주와 배우자 성별이 같다는 응답을 받더라도 통계청은 내용 검토 및 추가 확인 작업 등을 거쳐 답변을 수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장 의원의 발언은 정부가 주관하는 통계부터 동성커플을 부부로 인정하자는 취지로서, 궁극적으로는 동성혼 합법화론과 잇닿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주장이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이에 "변경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답했지만, 통계청은 이미 조사가 시작된 만큼 이번에 항목을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족 개념을 변경하려고 하면 여태껏 조사해 온 기준이 바뀌는 데다 사전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올해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구조사 항목 자체가 사회 변화상을 반영하는 만큼 사회적인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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