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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몸국 저녁엔 갈치구이?" 제주 올레길도 식후경

송고시간2020-10-2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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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겨울 제주 향토음식…입맛대로 골라 먹자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노랗게 익어가는 귤빛으로 더욱 제주가 풍요로워지는 계절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향토음식
제주향토음식

(제주=연합뉴스) 제주도는 지난 2013년 제주에서 꼭 맛봐야 할 대표적인 먹을거리 7가지를 선정한 데 이어 제주향토음식 20선을 뽑았다. 20선에는 자리물회, 갈칫국, 고기국수, 성게국, 한치물회, 옥돔구이, 빙떡, 갈치구이, 옥돔국, 자리구이, 소라물회, 돔베고기, 몸국, 꿩메밀칼국수, 오메기떡, 오메기술, 말고기육회, 고사리육개장(돼지고기육개장), 전복죽, 해물뚝배기 등이다. 사진 순서와는 상관없음. [제주도 제공]

걸어서 제주를 한 바퀴 여행하는 2020 제주올레 걷기 축제가 23일 개막하며 많은 올레꾼이 제주를 찾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지친 심신을 달래려 가족과 함께 또는 홀로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올레길을 걸으며 에메랄드빛 바다에 흠뻑 빠지더라도, 한라산의 아름다운 가을 경치에 취하더라도 제주의 맛있는 향토음식과 함께한다면 여행을 더욱 즐길 수 있다.

가을과 겨울, 제주에선 뭘 먹어야 할까.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요즘 제주의 별미로 'ㅁ+ㆍ+ㅁ국'(정확한 아래아 발음은 아니지만 '몸국' 정도로 발음, 이하 '몸국'으로 표기)을 추천한다.

'몸'은 '모자반'이란 해조류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몸국은 돼지를 삶아낸 국물에 모자반과 배추, 무 등을 넣고 끓인 국이다.

제주 사람들에게 돼지고기는 언제나 즐겨 먹는 음식이라기보다 마을 잔치가 있을 때나 어렵사리 먹을 수 있었던 행사용 음식이었다.

집안의 대소사에 손님 접대를 위해 돼지를 잡고 뼈나 내장 등 부위는 국물 음식으로 이용했고, 살 부위를 도마에서 썰어 대접했다. 일명 '돔베고기'다.

다른 지역의 편육과는 달리 삶은 고기를 누르지 않고 뜨거울 때 도마에서 썰어서 먹던 데서 유래했다. 돔베는 도마의 제주 사투리다.

돼지를 삶았던 국물도 아까워서 음식을 만들었는데 바로 이게 '몸국'이 된 것.

제주 몸국
제주 몸국

[연합뉴스 자료사진]

돼지고기 육수와 모자반의 인연은 찰떡궁합이다.

진한 국물 맛이 모자반 덕분에 담백하고 깔끔해졌다. 게다가 모자반 특유의 식감이 더해져 맛을 더욱 재미있게(?) 만든다.

몸국에 소면을 넣어 먹을 수 있는데, 가게 주인아주머니에게 소면을 달라고 하면 돈을 지불해 먹을 수도 있지만, 간혹 서비스로 주기도 한다.

또 돼지고기 육수에 국수를 말아 돔베고기를 고명으로 얹으면 고기국수가 된다. 보통 다른 지역의 잔치국수는 쇠고기 육수나 멸치육수에 소면을 사용하지만, 제주에서는 돼지고기 육수에 중면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제주 생물 갈치(얼리지 않은 생갈치) 가격이 많이 내렸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는데 갈치야말로 가을에 맞는 안성맞춤 먹을거리다.

겨울을 나기 위해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가을 갈치는 '돼지 삼겹살보다도 맛있고 은빛 비늘은 황소값보다도 높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가을 갈치에 잘 익은 늙은 가을 호박을 넣어 끓인 갈칫국은 환상적인 조합이 된다.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과 젓가락으로 툭 떼어 낸 갈치살의 부드럽고 달착지근한 맛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끓는 물에 갈치를 토막 내어 넣고 거의 익을 때쯤 채소를 넣어 마지막에 국간장으로 간을 하면 되는 초간단 음식인 갈칫국.

"제주 은갈치가 왔어요"
"제주 은갈치가 왔어요"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 맛의 시작과 완성은 재료의 싱싱함에 있다.

다른 지역에서 갈치로 국을 끓여 먹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흰살생선임에도 지방이 많아 싱싱한 갈치가 아니면 비린내가 나서 국을 끓일 수 없다.

제주에서는 당일 조업해 잡은 속칭 '당일바리' 은갈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을 끓여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요즘에는 기술이 발달해 먼바다에 가서 여러 마리를 한 번에 낚아 올리는 '주낙'으로 갈치를 잡아 선상에서 바로 급속냉동한 갈치가 있기는 하지만, 최고 중의 최고는 가까운 바다에서 한 마리씩 '채낚기'로 잡은 당일바리 생갈치다.

냉동 갈치와 생갈치는 조리 후 그 질감과 맛에 차이가 있다. 생갈치로 끓인 경우 맛이 더 달착지근하고, 갈치살이 더 부드럽다.

이외에도 제주에서는 은갈치를 재료로 갈치구이, 갈치조림, 회를 만들어 먹는다.

싱싱한 은갈치의 비닐을 벗겨내지 않고 내장만을 제거한 뒤 등에 칼집을 내어 굵은 소금만 뿌려 구워 먹는 갈치구이는 풍부한 기름기와 짭짤한 소금맛으로 손을 뗄 수 없게 한다. 인삼보다 좋다는 겨울무를 넣어 조린 갈치조림은 '밥도둑'이나 다름없다.

옥돔미역국과 갈칫국, 옥돔구이
옥돔미역국과 갈칫국, 옥돔구이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정 제주 바다에서 잡히는 방어도 빼놓을 수 없다.

찬 바람이 부는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가 통통하게 살이 오른 방어를 맛볼 수 있는 시기다.

윤기 흐르는 두툼한 방어 회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입안 가득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밀려온다. 방어에는 DHA, EPA 같은 불포화 지방산이 많고 비타민 D도 풍부해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등 순환기계 질환의 예방은 물론 골다공증과 노화 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1∼24일 제주 모슬포항 일원에서 열리는 최남단 모슬포 방어축제장에서 싱싱한 방어를 맛보는 것도 좋다.

'생선 중의 생선'이라 일컬어지는 옥돔은 12월에서 2월인 한겨울에 가장 맛이 오른다.

제주에서는 옥돔만을 유독 '생선' 또는 '솔라니'라고 불러 갈치나 고등어 등 다른 어류보다 귀하게 대접했다.

옥돔의 배를 갈라 손질한 후 찬바람이 나는 그늘에서 고들고들하게 말린 뒤 배 쪽에 참기름을 살짝 발라 구워 먹는 옥돔구이는 영구불변 제주의 맛이다.

옥돔은 살이 단단하면서도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죽이나 국을 끓여 회복이 필요한 환자에게 먹였다.

제주는 메밀꽃 필 무렵
제주는 메밀꽃 필 무렵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21일 오전 제주시 오라동 중산간 메밀밭에 메밀꽃이 활짝 피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2020.10.21 jihopark@yna.co.kr

겨울에 나는 중요한 제주의 식자재로는 메밀이 있다.

메밀은 추위에 강하고 생육 기간이 짧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비교적 해발이 높은 곳에서 처서(8월 23일경) 무렵에 메밀을 파종, 상강(10월 23일경) 이후에 거둬들였다. 반드시 윤작을 위해 겨울로 접어드는 11월 중순 이전에는 수확을 끝내야 한다.

먹을 것이 귀했던 겨울에 나는 메밀과 월동채소인 무로 만든 빙떡은 제주의 별미음식이다.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자주 찾게 되는 웰빙 음식 중 하나다.

제주 중산간(해안과 산지의 중간지대)에서는 꿩 사냥을 했는데, 꿩을 삶은 국물에 메밀 반죽으로 면을 만들어 무채와 함께 끓인 꿩메밀칼국수도 많이 먹었다.

제주향토음식 명인인 고정순 제주향토음식연구소장은 "제주 향토음식의 맛은 재료의 신선함에 있다. 아침 새벽 공판장에서 사 와서 당일 밥상에 올려야만 제주 특유의 맛이 나오는 것"이라며 "요즘 제철인 갈치가 맛이 제일 좋다. 싱싱한 각재기, 옥돔, 메밀 등이 시기에 맞춰 차례로 나오기 때문에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제주 향토음식을 맛있게 즐기기 바란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제주향토음식도록'(제주특별자치도), '맛과 건강을 창조하는 제주향토음식 20선'(제주특별자치도·제주대학교), '제주의 농촌밥상을 엿보다'(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등 책자를 참고해 제주향토음식을 소개한 것입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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