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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한진의 첫 심야 배송 중단, '과로 사회' 극복 계기 되길

송고시간2020-10-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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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택배기사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장시간 노동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진이 물류업계 최초로 심야 배송을 없애기로 했다. 한진은 26일 다음 달부터 오후 10시 이후 심야 배송을 전면 중단하고, 남은 물량은 다음 날 배송하도록 하는 한편 과로의 주원인인 분류 작업에도 지원인력 1천명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롯데글로벌로지스, 그리고 지난 22일 국내 최대 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도 분류 지원인력 투입, 산재 보험 전원 가입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놨다. 물류회사들의 대책들이 주로 과로 방지에 초점을 맞춘 것은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쇼핑이 폭증해 택배기사의 근무환경 악화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이를 방치했다가 이미 1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늦었지만 반성의 의미를 담아 국민에게 한 약속인 만큼 철저히 실천해주길 바란다.

이번에 나온 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업계 2위 한진의 심야 배송 중단 선언이다. 심야 근무는 '과로 사회'의 상징과도 같다. 지금까지는 택배업계에서 심야 배송이나 새벽 배송이 확산하는 추세였다. '혁신'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택배기사들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 근무 형태이다. 물론 다른 회사의 대책도 근무시간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심야 근무 금지를 아예 못 박은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동안 수없이 봤던 것처럼 큰일이 터졌을 때 쏟아져 나온 대책들은 이를 제도화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시장의 경쟁 논리에 밀려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진의 발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지도 미지수이다. 심야 배송 중단만이 과로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고, 회사마다 나름의 사정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자체 배송망을 가진 쿠팡이나 마켓컬리의 경우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로켓배송', '샛별배송' 등의 영업모델을 접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들 회사 역시 과로의 근본 원인을 찾아 필요한 대책을 마련한 뒤 이를 매뉴얼로 만들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래야 이번 택배기사 과로사 사태로 초고속 배송에 심적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호응도 얻을 수 있다.

장시간 노동은 비단 택배기사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다는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많은 노동자가 과로사의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주 52시간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에도 국내 노동자의 1일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전년에 비해 단 10시간 줄어드는데 그친 1천957시간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약 300시간, 독일ㆍ프랑스보다는 600~700시간이나 많다. 많은 정치인이 '저녁이 있는 삶'을 얘기하면서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22년까지 연간 노동시간을 1천800시간대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지금 추세로 보면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태로 '과로 사회'의 비인간성과 사회적 폐해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정부와 국회는 우선 급한 대로 택배기사 관련 대책을 마련한 뒤 이후 우리 사회 전반의 장시간 노동 문제에 대한 실천적 해법을 검토해 구체적 결과를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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