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댓글

"숨을 못 쉬겠어" 밀입국 베트남인들 절박했던 마지막 순간

송고시간2020-10-29 07:03

댓글

재판서 휴대전화 음성메시지 공개…"가족에게 돌아가고파"

38도 찜통 컨테이너에 12시간 이상 갇혀

작년 10월 베트남 밀입국자 39명의 시신이 발견된 화물트럭과 컨테이너. [EPA=연합뉴스]

작년 10월 베트남 밀입국자 39명의 시신이 발견된 화물트럭과 컨테이너.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숨을 쉴 수가 없어. 가족에게 돌아가고파."

지난해 '브리티시 드림'을 좇아 영국에 밀입국하려다가 컨테이너 안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베트남인들의 마지막 음성이 공개됐다.

29일 AFP통신과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중앙형사재판소의 베트남인 밀입국자 집단사망 사건 재판에서 밀입국자들이 컨테이너 안에서 숨지기 전 마지막 절박했던 순간들을 짐작하게 해주는 음성메시지 등이 공개됐다.

영국에 밀입국하려던 이들 베트남인은 작년 10월 23일 영국 남동부 에식스주(州) 한 산업단지의 컨테이너 안에서 질식사한 채 발견됐다.

이들은 15살 아이부터 44살 어른까지의 연령대였는데, 미성년자도 10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밀입국자들은 빛이 들어오지 않아 컴컴하고 내부온도가 최고 38.5도까지 오른 고온의 컨테이너에서 12시간 이상 갇혀있다가 질식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밀입국자들이 숨은 컨테이너는 작년 10월 22일 오후 3시께 벨기에 제브뤼주항에서 영국 퍼피트항으로 가는 화물선에 실렸다.

밀입국자들이 탄 컨테이너는 노천갑판에 놓였다. 14도 안팎의 기온과 비바람을 고스란히 견뎌야 했던 셈이다. 실제 같은 날 오후 6시 25분에 촬영된 한 밀입국자의 셀카에는 땀 흘리며 더워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로부터 1~2시간 뒤 밀폐된 공간에서 호흡 곤란을 느낀 밀입국자들은 외부로 연락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말도 안통하고 물정도 어두운 타국에서 막다른 상황에 몰리자 본국의 베트남경찰 긴급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25세였던 응우얜 토 뚜언은 가족 앞으로 녹음한 휴대전화 음성메시지에 "미안해. 이제 너를 돌볼 수 없어. 미안해. 미안해. 숨 쉴 수가 없어"라고 남겼다.

그는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어. 잘 살아야 해"라고 가족의 안녕도 빌었다.

20살 응우얜 진 루옹의 음성메시지엔 밀입국자들이 컨테이너를 열려고 시도했던 정황이 담겼다.

"숨을 쉴 수가 없어. 미안해. 이제 가야 해"라고 말하는 루옹의 목소리 뒤로 "여러분, (문을) 엽시다"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녹음됐다.

루옹은 이후 음성메시지에선 가족들에게 "미안해 모두 내 잘못이야"라고 말했다.

이는 루옹의 '유언'이 됐다. 해당 음성메시지엔 다른 밀입국자가 "그(루옹)는 죽었어"라고 말하는 것이 녹음됐다.

베트남인 밀입국자 집단사망 사건으로 밀입국자들이 탄 컨테이너를 옮긴 트럭 운전사 모리스 로빈슨(26)이 과실치사와 밀입국 공모 혐의로 기소되는 등 4명이 재판에 넘겨져 재판을 받고 있다.

로빈슨은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실은 직후 컨테이너를 열어 밀입국자들의 시신을 봤지만 바로 경찰에 연락하는 대신 다른 피고인들과 통화했고 산업단지 주변을 뱅뱅 돌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항구의 컨테이너.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항구의 컨테이너.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jylee24@yna.co.kr

핫뉴스

전체보기

포토

전체보기

댓글 많은 뉴스

이 시각 주요뉴스

포토무비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