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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디지털 화폐' 전쟁이 시작됐다

송고시간2020-10-3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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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법정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국이 최근 광둥성 선전시 시민들에게 나눠준 '디지털 위안화'. 로이터_연합뉴스

중국이 물밑에서 준비해온 '법정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드디어 수면으로 부상했다. 미중 갈등 속에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달러 대 위안화, 이른바 '디지털 화폐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CBDC

최근 10여 년 사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수의 블록체인(분산 장부) 기반 가상화폐가 새 투자처로 떠올랐다.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한 간편결제도 익숙해졌다.

이름은 비슷해도 CBDC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법정화폐처럼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정부가 가치를 보장하므로 민간이 발행하는 가상화폐, 은행을 경유하는 간편결제와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당연히 법정화폐와 같은 신뢰도를 갖고, 가격변동이 심한 가상화폐와 달리 액면가는 고정돼 있다. 별도 결제체계를 거치므로 환전조차 필요 없다. 돈의 흐름이 투명해져 '검은 돈'이 사라지고, 발행량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도 쉽다. 이런 이유로 국제결제은행(BIS)은 "현금보다 CBDC가 유용하다"고 진단했다.

CBDC 도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진전했다. 불특정 다수가 만지는 지폐로 코로나19가 전파될 가능성이 커서다. 실제 최근 영국에선 현금사용이 절반으로 줄었고, 심지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현금을 아예 안 받기로 했다.

◇달러에 도전하는 '디지털 위안화'

CBDC를 상용화할 첫 타자는 중국이 유력하다. 인민은행은 광둥성 선전시 정부와 협력해 10월 12일 시민 5만 명에게 200위안(3만4천 원)씩 '디지털 위안화'를 지급했다. 일주일간 3천389개 상점에서 6만2천788건이 결제됐다.

사용준비는 전용 앱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으면 끝이다. 상점에서 QR코드를 촬영하거나, NFC(근거리무선통신)단말기에 접촉하면 돈이 빠져나간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같은 간편결제에 익숙한 중국인에겐 낯설지 않은 방식이다.

인민은행은 디지털 위안화가 소액 현금거래를 일부 대체하는 용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무역대금 결제와 해외 송금 등에 활용해 기축통화로 키우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팡싱하이 증권감독위원회 부주석은 지난 6월 공개포럼에서 "위안화의 국제화는 향후 외부금융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며 "결코 우회할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여건도 이미 조성돼 있다. 중국 관광객이 드나드는 각국 관광지들엔 이미 알리페이 등 간편결제가 깔려있고, 중국 주도의 경제블록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도 꽤 진척된 상태다.

중국이 CBDC 발행을 서두르는 결정적 이유는 미중 무역전쟁이다. 만약 미국이 중국을 국제 달러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극단적 공세를 취한다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2위지만 위안화의 위상은 초라하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올해 8월 국제지급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1.91%에 불과했다. 달러(38.96%)나 유로(36.04%)와는 큰 차이가 나고 파운드(6.7%)에도 뒤처진다.

◇중국 자극한 '리브라' 발행 연기… 주저하는 미국

속도전을 펼치는 중국과 반대로 미국은 느리고 신중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0월 19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처음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우리는 아직 CBDC를 발행할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중국을 자극한 것은 작년 6월 미국 페이스북이 내놓은 가상화폐 '리브라' 발행계획이다. 세계 30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과 와츠앱 이용자에게 환전 없는 송금과 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셈이다.

당장 주요국 정부는 일제히 반발했다. 페이스북이 '지갑'을, 리브라가 '달러'를 대신하면 미국의 금융지배력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두려워해서다. 중앙은행의 통화지배권 상실 우려도 컸다. 중국은 즉시 디지털 위안화 계획을 출범시켰다.

게다가 미국 정부와 의회도 사이버 범죄, 자금세탁, 위조 등의 위험이 크다며 페이스북을 압박, 결국 리브라 발행은 무기한 연기됐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당국의 우려가 풀릴 때까지 발행을 미룰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토론에 매달리는 동안 중국이 비슷한 구상으로 쫓아오고 있다"고 걱정했다.

다만 연준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 국제결제은행(BIS)들과 함께 CBDC를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의장은 "CBDC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개인정보를 보호하며 불법도 막는 방법은 무엇인지 철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 앞다퉈 CBDC 발행 추진

주요국들은 경쟁적으로 CBDC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리브라 발표 때와는 180˚ 바뀐 태도다. 제2, 제3의 리브라가 나오기 전에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있는 CBDC로 시장을 선점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해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최근 "디지털 유로의 발행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나라는 스웨덴이다. 연내 'e-크로나' 시험을 완료해 내년 발행할 계획이다. 스웨덴은 2016년 기준 현금결제 비중이 15%에 불과한 세계에서 현금을 가장 적게 쓰는 국가란 게 강점이다. 올해 1월엔 스웨덴과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스위스 등 6개국 중앙은행이 CBDC 연구그룹을 구성했다.

유난히 현금거래를 선호하는 일본도 내년부터 CBDC 시험에 나설 예정이다. 디지털 위안화가 급부상하면 3대 기축통화 중 점유율 꼴찌인 엔화의 지위가 가장 위험해서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 7월까지 1단계로 CBDC 설계와 기술검토를 마쳤다. 2단계 업무프로세스 분석 및 외부 컨설팅을 거쳐, 내년 중 3단계로 발행은 한은이 맡고 유통은 민간이 하는 현금유통 방식의 시험체계가 가동될 예정이다. CBDC의 보유현황, 거래내역 등을 기록하는 원장(元帳)은 블록체인 방식으로 관리한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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