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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148억 들인 '가파도 프로젝트'…겉은 '화려' 속은 '참담'

송고시간2020-11-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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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사업 위탁 맡은 가파도마을협동조합이 이익 독과점

주민 간 갈등의 골 깊어져 고소·고발 난무

제주도, "조합 관리·감독 권한 없어…위탁계약 갱신 거부 검토 중"

(가파도=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해마다 봄이 되면 바닷바람에 넘실대는 청보리밭이 관광객을 유혹하는 제주도 남단의 작은 섬 가파도.

2019년 기준 주민 수 222명, 면적 0.9㎢의 작은 섬엔 최근 수년간 1인당 1억원에 육박하는 세금이 투입돼 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됐지만, 주민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져 가고 있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맑은 하늘 아래 제주 가파도 풍경
맑은 하늘 아래 제주 가파도 풍경

(제주=연합뉴스) 제주지역이 맑은 날씨를 보인 30일 제주 서귀포시 가파도 전경. 2019.8.30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toz@yna.co.kr

아름다운 자연 복원과 무너진 경제기반의 재구축, 문화 예술 기반 조성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가파도의 미래를 만들겠다며 제주도와 현대카드는 2013년 9월부터 지금까지 일명 '가파도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가파도 아름다운 섬 만들기 사업'을 추진해왔다.

제주도는 재원을 대고, 현대카드는 기획과 운영지원을 맡았다.

현대카드 제안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2014년 조성계획 및 기본설계를 한 데 이어 2015년 8월 '제주특별자치도 가파도 아름다운 섬 만들기 지원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제정을 거치며 지금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도는 2017년엔 게스트하우스인 가파도하우스 등 건물 9동과 가파도 여객선터미널, 어업센터를 완공했고, 2018년엔 문화예술창작공간인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ir)를, 올해엔 스튜디오 및 전시동을 준공했다. 지난 9월 스낵바의 창고를 마무리해 표면적으로는 전체 시설사업을 완료한 상황이다.

"여기는 제주 가파도 청보리밭!"
"여기는 제주 가파도 청보리밭!"

(서귀포=연합뉴스) 2018년 4월 제10회 가파도 청보리축제를 앞둔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 풍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도는 마을강당, 어업센터 등의 마을지원시설은 가파리 마을회에 위탁했다. 도는 마을회로부터 건물 시가표준액의 1천분의 5인 연간 68만8천150원의 시설 사용료를 받는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가파도터미널과 가파도하우스, 스낵바, 레스토랑 등은 가파도마을협동조합에 위탁했다. 가파도마을협동조합이 제주도에 지불할 사용료는 연간 169만9천700원. 수탁 기간은 2018년 3월 14일부터 2021년 3월 13일까지 3년이다.

가파도 선착장
가파도 선착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화예술창작공간 Air 등의 위탁은 3년간 현대카드가 맡았다. 위탁금액은 5억200만원.

외견상 가파도 프로젝트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5년 178명이었던 가파도 인구는 2018년 233명까지 늘었고, 입도객도 2017년 12만4천845명에서 2019년 21만1천384명까지 증가했다.

폐가를 비롯한 기존 건물 등을 리모델링해 만든 가파도 터미널과 가파도 하우스, 스낵바, 레스토랑 등 현대적 디자인의 관광 시설은 낙후한 섬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주변 경관에 대한 정비도 이뤄져 20대와 30대가 즐겨 찾는 '인스타' 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독일 뮌헨에서 열린 'iF 디자인 어워드(Design Award) 2019'에서 지역 브랜딩의 우수 사례로 가파도 프로젝트가 선정돼 현대카드가 수상하기도 했다. 건축물도 여러 상을 받았다.

그러나 섬 밖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균형 발전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는 사업 취지가 무색하게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가파도 터미널 전경
가파도 터미널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수익사업. 제주도는 수익시설이어서 마을회가 맡을 수 없는 게스트하우스, 매표소, 카페, 스낵바, 레스토랑의 운영을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만들어진 가파도마을협동조합에 맡겼다.

그런데 도에 따르면 초반에 60여명이었던 가파도마을협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20여명 초반대까지 떨어졌다가 11월 현재 39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주민 수를 200명으로 가정하더라도 5분의 1의 주민만 조합에 가입된 상황이다.

마을 주민들에게 골고루 수익이 가도록 한 원래 의도는 사라지고, 조합원들에게만 프로젝트의 성과가 돌아가는 형국이다.

가파도마을협동조합의 조합원 수가 많이 감소한 것은 일부 임원들의 독점적인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가파도마을협동조합 측은 얼마 전까지 탈퇴 회원의 재가입도 막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파도 찾은 관광객
가파도 찾은 관광객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땅히 담보돼야 할 조합의 운영·회계 투명성도 주민들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가파도마을협동조합 측이 제주도에 최근 제출한 결산 현황에 따르면 2018년 수입은 1억700만원, 지출은 1억400만원, 연간 이익은 300만원에 불과하다.

입도객이 21만명을 넘어선 지난해 수입은 3억9천800만원, 지출은 3억1천500만원, 연간 이익은 8천300만원에 그쳤다.

게스트하우스 6동과 터미널 커피숍, 스낵바 등의 운영을 지켜본 주민들이 가파도마을협동조합의 결산 현황에 대한 반응은 '믿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가파도마을협동조합 측이 대표성을 내세워 숙박, 요식업, 특산물·기념품 판매 등을 독과점하고 있음에도 연간 수입과 수익의 규모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가파도마을협동조합 측 일부 관계자들은 터미널 카페 앞에서 마을 노인들이 미숫가루와 미역 등 특산물을 경운기에 실어 판매하는 것조차 막아왔다. 가파도마을협동조합 관계자 일부가 생계형 노점에 대해서조차 문제로 삼자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주민들의 여론은 극도로 나빠진 상태다.

주민 A씨는 "가파도마을협동조합 관계자들이 할머니들이 미숫가루, 커피, 미역, 톳 등을 파는 행위가 자기네 장사에 지장을 준다며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파도 하우스 전경
가파도 하우스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을의 공유재산을 도에 기부채납해 운영권을 받은 시설에 대해 가파도마을협동조합이 그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가 심해지면서 마을 내부엔 고소와 고발, 신고 등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알려진 고소·고발 건만 수십 건에 달한다.

가파도하우스 6동이 자연취락지구에 속해 있음에도 법규상 불가능한 일반숙박업 허가를 받았고, 터미널 카페 역시 법규상 불가한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되는 등 시설물 허가 과정에 대한 특혜 시비마저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한 민원이 제주도에 여러 차례 접수됐다. 결국 가파도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도 특별자치행정국 자치행정과는 올해 가파도마을협동조합 측에 추가 조합원 모집, 이익금 지역 환원 등을 통해 주민 대표성을 회복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두 차례 보냈다.

자치행정과는 지적사항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내년 3월 수탁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도 공문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윤진남 제주도 자치행정과장은 "가파도마을협동조합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감독 권한이 제주도에 있지 않다"면서 "내년 3월 수탁 계약 갱신 거부 결정을 내릴 것인 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진명환 가파도마을협동조합 이사는 연합뉴스와의 두 차례 통화에서 "조합 운영에 대해 도에서 받은 공문과 관련해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주민이 떠나가는 마을에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겠다며 혈세 148억원을 쏟아부은 가파도 프로젝트가 그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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