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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U 보험조사파일] 유행처럼 번진 '보험빵'…고의사고 2천500명 수사

송고시간2020-11-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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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SNS로 10·20대 모집, 조직형 보험사기 전국 '성행'

법원, 고의 사고 사기단 총책에 잇단 중형 선고

[※ 편집자 주 =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9만3천명, 적발 금액은 8천800억원입니다. 전체 보험사기는 이보다 몇 배 규모로 각 가정이 매년 수십만원씩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는 실정입니다. 주요 보험사는 갈수록 용의주도해지는 보험사기에 대응하고자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IU 보험조사 파일' 시리즈는 SIU가 현장에서 파헤친 주목할 만한 사건을 소개합니다.]

교통사고 사기ㆍ자동차 보험 사기(PG)
교통사고 사기ㆍ자동차 보험 사기(PG)

[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22세 남성 A는 2018년 중반부터 동네 선·후배와 짜고 고의로 자동차사고를 내 합의금과 수리비를 받아내는 보험사기를 저질렀다.

A 일당은 합의금을 많이 뜯어내고자 미성년자 등을 모집해 동승시켰다. 반복된 범행에도 발각당하지 않으려고 인터넷 아르바이트 카페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차에 타고 있다 병원에 하루 이틀 입원하면 돈을 주겠다'며 새로운 동승자를 계속 모집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렌터카나 공유차량을 이용해 사고를 내다가 점차 대담해지며 고액의 수리비를 노리고 수입차를 사들였다.

A로부터 고의 사고 보험사기, 속칭 '보험빵'을 익힌 단순 가담자들은 다시 자신의 후배를 끌어들이고 동승자를 모집해 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A가 시작한 보험빵 사기 조직은 고양 일산, 서울 마포, 서울 강서 등 세갈래로 뻗어나갔다.

보험사 의뢰와 제보 등으로 수사를 벌인 서울서부경찰서는 올해 7월 A와 공범 총 59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A 등 14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A 등 3개 조직은 185차례나 고의 사고를 내고 보험금 약 20억원을 편취했다.

이달 1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A에게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하 보험사기특별법) 위반 혐의에 유죄 판결을 내리고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보험사기 범죄로는 이례적인 중형이다.

앞서 인천·부천 일대에서 108회에 걸쳐 고의 사고를 내 10억여원을 받아낸 사기 조직 총책 B(33)에게도 법원이 보험사기특별법 위반과 특수폭행 등 혐의에 유죄 판결하고 7년형에 처했다.

김기용 손해보험협회 보험사기조사팀장은 14일 "두 피고인이 보험사기 전력이 없지만 죄질이 나빠 중형이 선고됐다"며 "최근 전국 곳곳에서 10대·20대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조직형 '보험빵' 사기범죄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보험사기 적발금액 추이
[그래픽] 보험사기 적발금액 추이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8천809억원으로 전년(7천982억원) 대비 10.4% 증가했다고 8일 밝혔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5년 6천548억원, 2016년 7천185억원, 2017년 7천302억원 등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는 역대 최대 규모다. 보험사기 적발 인원도 9만2천538명으로 전년 대비 16.9% 증가했다. zeroground@yna.co.kr

◇ "자동차보험, 사기에 취약…누수액 연 1.5조 추산"

비슷한 수법의 고의 사고 사기는 최근 전국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의정부경찰서는 올해 9월 '보험빵 대통령'으로 불린 총책 C와 가담자 등 무려 108명을 검거했다.

C 조직이 10대 후반∼20대 초반 동승자를 모집해 저지른 고의 사고로 받아낸 보험금은 약 10억원이다.

또 서울지방경찰청과 제주서귀포경찰서도 올해 9월 렌터카로 고의 사고를 내고 수억원대 보험금을 편취한 10·20대 일당 각각 53명과 66명을 검거했다.

김기용 팀장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대구, 부산, 광주 등 지방 거점 도시 중심으로 전국에 2천500명이 비슷한 혐의로 최근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이 큰 죄의식 없이 보험사기에 가담하고 젊은 나이에 전과자로 전락하는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개탄했다.

보험빵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고의 사고 보험사기가 너무 쉽고, 그동안 이득에 비해 처벌이 경미했기 때문이라는 게 수사 인력과 보험업계의 판단이다.

이계형 의정부경찰서 수사과장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이 수법이 간단하고, 몸에 이상이 없어도 한방병원 등에 드러눕기만 하면 쉽게 합의금이 나온다"며 "단순 가담자도 쉽게 수법을 익혀 범행을 전파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자동차보험 제도 자체가 사기에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인원 9만2천538명 가운데 58%에 해당하는 5만3천500여명이 자동차보험에서 나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 입원보다는 차라리 조기 합의를 택하는 보험사의 처지를 간파해 별다른 범죄 경험이 없이도 쉽게 사기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최근 신속한 사고 처리나 비대면 업무가 강조되면서 보상 담당자들이 사고를 꼼꼼히 살펴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보험사기범들의 수법
보험사기범들의 수법

[전남지방경찰청 제공]

◇ "학창 시절 '일진' 협박에 어쩔수 없이 가담하기도"

고의 사고 보험사기는 다수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보험사기 금액은 적발된 것만 3천593억원이다.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보험사기로 누수되는 금액이 연간 1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10·20대가 쉽게 조직형 사기범죄에 유입되는 현상은 더 심각한 사회적 병폐로 볼 수 있다.

보험사기단 주범들은 동창생을 상대로 '도와달라'며 괴롭히거나 협박을 일삼아 차사고 피해자 역할, 이른바 '마네킹'에 동원하기도 했다.

학창 시절 '일진'으로부터 이러한 협박에 시달린 동창은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하게 된다.

부천원미경찰서가 검거한 보험사기단의 총책 B도 추가 범행을 거부하는 공범을 지방까지 추적해 감금·폭행하고 범행을 강요했다.

보험사기 조사·수사 전문가들은 고의 사고 사기를 줄이려면 지속적인 적발과 엄정한 처벌에 더해 자동차보험 보상 체계 수술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운전자라면 사고에 휘말렸을 때 사고 영상을 보전하면 고의 사고 범죄 해결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보험사기단 총책 A 사건을 담당한 서울서부경찰서 최성민 경위는 "본인이 차선을 위반하는 등 가해자가 된 사건이라고 해도 블랙박스 영상을 보관하거나 보험사 또는 경찰에 제출해 보전하게 하면 뒤늦게 사기 혐의가 포착됐을 때 입증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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