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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의 설움…집 불태우고 부모 무덤 옮기는 아르메니아인

송고시간2020-11-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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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에 이양되는 켈바자르 주민들 스스로 집에 방화

"자정까지 철수 명령받아…갈 곳 없는 노숙인 신세"

자신의 집을 불태우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 주민
자신의 집을 불태우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 주민

[로이터=연합뉴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분쟁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놓고 아제르바이잔과 격전을 벌인 끝에 사실상 항복한 아르메니아에 패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내 켈바자르 지역의 일부 아르메니아 주민들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집에 스스로 불을 붙였다.

켈바자르와 라친 지역은 몇 시간 뒤인 15일 오전 0시부터 아제르바이잔으로 이양되기 때문이다.

AP·AFP·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켈바자르에서만 주택 수십 채가 불에 탔다.

21년간 켈바자르에서 산 가로 다데부샨은 자신의 손으로 지은 집에 휘발유를 끼얹고 횃불을 던졌다.

다데부샨은 가재도구를 트럭에 실은 후 "무슬림들에게 아무것도 남겨줄 수는 없다"며 "다 불태우거나 폭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데부샨의 아내인 루신은 마지막으로 집을 돌아본 후 "이제부터 우리는 노숙자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지었다.

자신의 집을 불태우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 주민
자신의 집을 불태우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 주민

[AFP=연합뉴스]

다른 아르메니아 주민은 AFP 통신에 "자정까지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여기는 내 집이다. 아제르바이잔에 넘겨줄 순 없다. 우리 모두 집을 불태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의 무덤도 옮겼다"며 "아제르바이잔인은 우리 무덤을 훼손하며 기뻐할 것이다. 그건 정말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아르메니아로 향하는 도로는 터전에서 쫓겨난 아르메니아인의 트럭으로 가득 찼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옛 소련 시절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 영토였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독립공화국을 세운 뒤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포했으나, 아제르바이잔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이 1992∼1994년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이후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법적으론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를 하는 분쟁지역으로 남았으며,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은 2017년 '아르차흐 공화국'으로 명칭을 바꿨다.

아르메니아는 지난 9월 27일부터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놓고 아제르바이잔과 6주 넘게 격전을 벌인 끝에 지난 10일 항복에 가까운 평화협정에 합의했다.

협정에 따라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그담 지역과 아제르바이잔 가자흐 지역의 점령지를 오는 20일까지 아제르바이잔에 반환하고, 켈바자르와 라친 지역을 각각 이달 15일과 12월 1일까지 아제르바이잔에 반환하기로 했다.

자신의 집을 불태우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 주민
자신의 집을 불태우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 주민

[AFP=연합뉴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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