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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전·월세대책 고민의 흔적 보이나 보다 근본적 접근 필요하다

송고시간2020-11-1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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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부가 19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극심한 전세난을 타개하기 위해 동원 가능한 아이디어를 모두 망라한 '영끌 대책'이다. 향후 2년간 서울에 3만5천 가구 등 11만4천 가구의 임대주택을 전국에 풀 계획이다. 이 중 4만9천 가구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해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또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앞으로 5년간 6만3천 가구의 고품질 중형주택도 내놓는다. 내년 하반기에는 빈 사무실과 호텔 등 숙박시설 등을 사들여 주택으로 개조하는 방식으로 2만6천 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정책 기조에 손을 대지 않고, 매매시장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짜낼 수 있는 대책을 박박 긁어모은 모양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과거 10년 동안의 전세 대책을 다 검토해봤으나 뾰족한 단기 대책이 별로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 이후 거의 한 달 만에 나온 대책으로 고심의 흔적이 읽힌다. 현재의 전세난이 절대적인 공급 부족 때문이라는 점에서 매우 늦은 감은 있지만, 현실적 선택이다.

일단 이번 대책에서 제시한 물량이나 공급 속도는 정부로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여겨진다. 저소득층의 전월세난 해소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가구 분화 등에 신경을 쓴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의 전세난은 전국적 현상이지만 서울과 수도권이 특히 심각한 만큼 이 지역에서 전세 물량 공급을 늘리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까지의 조기 공급분 가운데 수도권은 2만4천 가구며 이 중 서울은 9천 가구에 그친다. 수급 불안을 약간 완화하는 효과는 기대되지만, 물량이 너무 적다. 전세난의 핵심은 단독주택이나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에서 교통과 교육, 직주 근접 등 편리한 정주 환경을 갖춘 아파트 전세매물의 품귀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임대주택은 기존 공공임대의 공실이거나 신축 다세대 주택이 주류여서 대책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빈 상가와 매물로 나온 관광호텔 등 숙박시설을 주택으로 개조해 2022년까지 전국에서 1만3천 가구의 임대 물량을 확보하기로 했는데 1∼2인 가구의 전월세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자녀를 키울 수 있는 안정된 주거 형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지금의 전세난을 조기에 안정시키지 못할 경우 매매시장이 흔들려 집값을 잡기 위한 기존 부동산 정책이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정책당국은 인식해야 한다. 작년 하반기부터 불안하게 움직이던 전·월세 시장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된 지난 8월 이후 더 고삐가 풀린 모습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괜찮은 주거 환경을 갖춘 아파트의 전셋값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씩 뛰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아파트에서 시작된 전세난은 다가구 다세대 등 빌라를 거쳐 주거용 오피스텔로까지 번졌고, 하루가 다르게 전세와 월세가 치솟고 있다. 전셋값이 집값 수준을 넘보자 패닉에 빠진 무주택자들이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입에 나서면서 안정세를 찾아가던 매매시장을 밀어 올리고 있다. 정부가 전월세 가격을 통제하고 나서면서 집주인과 임차인 간에 분쟁이 급증하고 위로금, 이사비, 급행료 등이 등장해 주택 임대차시장이 암시장화 조짐까지 보인다.

정부가 지금까지 세제와 대출, 임대사업자와 다주택자, 주택의 공급, 분양가상한제와 청약, 재개발·재건축 등을 넘나들며 내놓은 24차례의 부동산 대책은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두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대의명분에 충실했다. 하지만 이들 정책이 시장과 얽히고설켜 화학반응을 일으킨 결과는 의도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나온 대책의 성과와 부작용을 조목조목 해체해 반성하며 성찰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보건·경제 복합 위기를 맞아 정부가 민생 구제를 위해 통념과 관행을 깬 처방을 썼듯 부동산정책에서도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예컨대 로또 광풍을 빚는 현재의 주택청약제도는 자발적 무주택자를 양산하면서 전·월세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부동산 대출 때 강제하는 실거주 의무가 전월세난을 가중했다는 견해가 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지금의 시장 불안을 잉태했다는 비판도 있다. 정책의 큰 기조를 바꿀 수 없다면 각각의 정책에서 문제 되는 부분을 적출해 과감하게 개선하거나 철회하는 것을 주저해선 안 된다. 현재의 전·월세 시장 혼란이 새로운 정책 시행에 따른 마찰 요인 때문으로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일하다. 지루하게 계속되는 땜질식 대증요법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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