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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불법'은 아닌 비혼 인공수정 출산, 현실적으로 가능?

송고시간2020-11-1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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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법적 혼인관계에만 시술" 지침에 일선 병원도 '난임부부만 대상'

고액 시술비도 난관…비혼자 대상 시술, 건보·정부지원서 제외

KBS 1TV '뉴스 9' 속 방송인 사유리
KBS 1TV '뉴스 9' 속 방송인 사유리

[유튜브 'KBS News'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방송인 사유리 씨가 모국인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한 사실이 알려지며 자발적 비혼 출산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지난 16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모든 게 불법이다. 결혼하는 사람만 시험관이 가능하다"고 한 그의 발언은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시술 대상자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 의료기관이 그 배우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배우자가 없는 시술 대상자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 경우 서면 동의서의 '해당 배우자' 부분을 공란으로 두면 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비혼 여성이 인공수정 시술을 받아도 법에 위배되지 않으며, 따라서 시술을 받은 당사자나 담당 의사가 처벌을 받지도 않는다.

'비혼여성의 인공수정 출산이 한국에서는 불법'이라는 사유리씨 발언은 엄밀히 말해 사실과 다른 셈이다.

그렇다면 비혼여성의 인공수정 출산이 한국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 의료계 가이드라인 "법률적 혼인 관계에만 인공수정 시술"

결론부터 말하면 사유리 씨와 같은 비혼 여성이 한국에서 인공수정 시술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선 의료계 내부에서 인공수정 시술은 부부를 대상으로 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고, 그것은 의료 현장에서 법 규정과 거의 진배없이 운용되고 있다.

2017년 개정된 대한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은 "비배우자간 인공수정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 배우자간 인공수정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관계 부부만 대상'
'비 배우자간 인공수정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관계 부부만 대상'

대한산부인과 보조생식술 윤리지침. [출처: 대한보조생식학회 홈페이지 갈무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비배우자 인공수정 시술이) 불법은 아니지만, 그동안은 사회적 요구가 높지 않아 이를 윤리 지침에 반영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더구나 일선 병원이나 의사 입장에서는 비배우자 인공수정 시술을 했다가 정자를 기증한 생물학적 아버지가 찾아와 아기 개인정보를 알려달라고 하거나 반대로 아이가 아빠를 찾으려고 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 일선 산부인과도 "'난임부부'만 인공수정 시술·정자은행 이용 가능"

일선 산부인과에서는 의료계 지침에 따라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과 같은 시술은 난임부부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안내한다.

난임 치료로 유명한 서울의 한 여성 전문 병원에 비혼 인공수정 시술이 가능한지 문의하자 "정자은행과 같은 시설이 없어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정자기증자와 함께 방문할 경우에도 시술이 불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 병원에서는 시술을 받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정자은행이 있는 병원도 대부분 난임 부부만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수도권의 한 난임치료 전문 병원은 운영중인 정자은행에 대해 "법률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만이 기증 정자를 이용할 수 있다"며 "가족관계증명서나 혼인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역시 정자은행을 운영하는 지방의 한 난임치료 전문병원도 홈페이지에서 "비배우자 정자은행은 무정자증, 고도의 정자형성장애 등 남성인자의 난임 부부를 위한 기관"이라고 소개하면서, 부부 각각의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필수 서류로 요구한다.

비배우자 정자은행 이용 안내
비배우자 정자은행 이용 안내

[난임치료 전문 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비용도 난관…비혼자는 건보·정부 지원서 제외돼 1회 시술에 최대 수백만 원 개인 부담

비혼 여성이 어렵사리 인공수정 시술이 가능한 병원과 정자 기증자를 찾는다고 해도 거액의 비용이라는 난관이 남아있다.

비혼 상태에서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과 같은 시술을 받으려면 한 번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건보 혜택 없이 개인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2017년 10월부터 인공·체외수정과 같은 보조생식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는데, 법률상 부부만 해당된다. 그 이전에는 비급여 항목으로 체외수정 1회 시술 때마다 300만∼500만원을 전액 본임이 부담했는데, 건강보험 적용으로 체외수정은 23만∼57만원, 인공수정은 8만원 수준으로 본인 부담금이 낮춰졌다.

여기에 정부가 2006년부터 시작한 난임시술비 지원까지 받으면 본인 부담금을 더 낮출 수 있는데, 역시 모자보건법에서 규정하는 난임 부부만이 대상이다.

한편,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정부와 여당이 관련 법·제도 정비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1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법이 아닌 병원과 학회의 윤리지침이 비혼 여성의 체외수정 시술을 어렵게 하고 있고, 법상 세부 규정이 없어 혼선이 있는 것도 문제"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에서 검토하겠다. 복지부는 불필요한 지침 수정을 위한 협의에 들어가달라"고 말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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