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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국회의장의 필리버스터 종결표결 참여, 중립위반?

송고시간2020-12-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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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장 국정원법개정안등 처리과정서 투표하자 국민의힘 반발

의장재임중 당적 이탈하나 의원직 유지…국회법상 본회의 표결 제한 규정無

의사진행표결 의장참여 전례 있으나 필버 종결은 금번 처음이라 전례無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서'에 관해 발표하는 박병석 국회의장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서'에 관해 발표하는 박병석 국회의장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는 도중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서'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2020.12.13 toad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방해를 위한 반대토론) 종결동의 표결에 참여한 것을 두고 '국회의장의 중립의무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당적을 이탈해 중립을 지켜야 할 의장이 의장석을 비우고 (투표를 위해) 내려간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의장직을 스스로 포기한 박 의장을 인정하지 않고, 박 의장이 진행하는 (본회의) 사회는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박 의장이 지난 13일부터 이틀에 걸쳐 보수 야당의 반대 속에 여당 주도로 통과된 국정원법 개정안과 대북전단살포 금지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 표결에 참여한 것을 두고 국회법이 정한 국회의장의 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반발한 것이다.

국회법이 국회의장에게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하는 책임을 부여하고(10조),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은 당적(黨籍)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데(20조의2) 박 의장의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 참여는 이런 규정의 취지에 위배된다는 것이 국민의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국회의장도 의장으로서의 직무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으로서 역할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본회의에서 당연히 표결에 참여할 권한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무제한 토론 종결 후 규탄대회
국민의힘, 무제한 토론 종결 후 규탄대회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14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의회독재 다수폭거 민주당을 규탄한다, 코로나 안일대응 대통령이 책임져라!" 등을 외치고 있다. 2020.12.14 zjin@yna.co.kr

◇의장도 의원 겸직…'국회의장 표결권 제한' 규정 없어

박 의장의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 참여의 타당성 유무를 따지려면 우선 관련 법령을 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2012년 신설된 국회법 106조의2는 '국회 재적의원 1/3 이상이 서면으로 요구하면 본회의에 상정된 안건에 대해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도록 하면서 '재적의원 1/3 이상의 서명으로 무제한 토론 종결을 요청하면 표결을 통해 재적의원 3/5 이상의 찬성으로 이를 의결'하도록 규정한다.

즉 무제한 토론의 일종인 필리버스터를 원칙적으로 보장하되, 60% 이상의 국회의원이 이를 반대하면 예외적으로 중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필리버스터의 '시작과 끝'을 규정한 이 조항에는 국회의장의 표결 참여 여부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다.

그러면 일반적인 국회 의결 절차에서 국회의장의 표결 참여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국회법 15조는 국회의장을 의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하고, 20조는 '국회의장은 의원직 외에는 겸직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국회의원은 국회의장에 선출되더라도 국회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으로서의 일반적인 권한도 그대로 유지한다.

결국 국회의장도 다른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법안을 대표발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이 낸 법안에 동의할 수 있고, 본회의 의결 절차에 참여해 토론을 하거나 표결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다만 국회법 11조와 39조에 따라 국회의장은 국회 상임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고, 상임위 표결에도 참여할 수 없다. 국회의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토록 하기 위해 상임위 활동은 제한한 것이다.

무제한 토론 종결 선언하는 박병석 의장
무제한 토론 종결 선언하는 박병석 의장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 종결을 선언하고 있다. 2020.12.14 zjin@yna.co.kr

◇ 전임 의장들, 의사진행 관련 표결 참여 전례…필버 종결은 이번이 최초여서 전례 없어

법적 근거와 함께 과거 의장들의 본회의 표결 참여 여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앞선 19∼20대 국회만 따져봐도 의사봉을 잡았던 4명의 전임 국회의장은 모두 본회의에서 개별 국회의원 자격으로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19대 국회 상반기 강창희 의장은 임기 중 마지막 본회의인 2014년 5월 29일 본회의에서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국회 회의록상 확인된다.

19대 국회 하반기 정의화 의장도 2016년 5월 19일 임기 마지막 본회의에서 공교육 정상화 촉진법 개정안 등 표결에 참여했다.

또 20대 국회에서 정세균 의장과 문희상 의장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에 대한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안 외에, 국회 의사 진행 관련 사안은 전례가 없을까?

주호영 원내대표가 "법안 내용도 아니고 의사 진행에 관해 특정 정당을 편들어 의장석을 비우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의사진행 관련 안건 중 여야 대립 사안의 표결에서 국회의장은 불참함으로써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일단 앞서 4명의 국회의장 모두 국회 의사 진행과 관련된 표결에 참여한 바 있다.

19대 강창희 의장과 정의화 의장은 각각 2014년 4월 29일 본회의와 2015년 12월 28일 본회의에서 국회 의사진행 관련 의안인 '휴회의 건'에 재석의원으로서 표결에 참여했다.

20대 정세균 의장과 문희상 의장도 각각 2018년 4월 15일 본회의와 2019년 3월 13일 본회의에서 휴회의 건 표결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릴 수 밖에 없는 필리버스터 종결 건은 필리버스터 제도가 도입된 2012년 5월 이후 이번이 첫 사례이다 보니 비교할 전례가 없다.

법제처 출신인 홍승진 미국 뉴욕주 변호사는 1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회의장도 본회의 표결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해석되므로 필리버스터 종결동의 표결 참가를 제한하려면 국회법에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국회 본회의장에 온 이상 법안이든 그 외 다른 안건이든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받은 소임과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라는 게 박병석 의장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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