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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백신 '공급시기' 합의했어도 계약서에 안 쓰면 위법?

송고시간2020-12-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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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계약법상 기재 필수…정부 "특례규정이 허용하는 '예외' 해당"

전문가 "국제관례 따랐다면 적법" vs "이행시한이라도 계약서에 담아야"

정부가 계약 체결 완료한 아스타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정부가 계약 체결 완료한 아스타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사진은 정부가 2천만 회분을 구매하게 될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의 일러스트. 2020.12.8 [로이터 자료사진] hkmpooh@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이율립 인턴기자 =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와 체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 계약이 법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9일 한 일간지는 정부가 해당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공급 시기를 명시하지 않아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이에 따라 백신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앞서 '아스트라제네카사 임원이 화상 회의에서 "내년 2, 3월쯤 (백신을) 공급할 수 있다"고 구두로 밝혔으나 이러한 내용이 계약서에는 명시되지 않았다'고 다른 매체가 보도한 것을 인용한 후속 보도였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이들은 해당 기사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그럼 아스트라제네카(백신)도 확보 못 할 수도 있다는 말이냐", "하다못해 자취생 원룸 계약도 구두계약 안 한다"는 등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반면, "보건복지부 실무자, 과장, 국장, 실장, 장관까지 관련 규정을 모를 리가 없고, 계약 체결도 이에 따라 이뤄졌을 것"이라며 '위법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 내년 2~3월 공급 확약받았다면서도 계약서 적시 여부 확답 피해

이에 대해 정부는 내년 2∼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국내 공급이 확약돼 있다면서도 그 시기가 문서에 적혀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21일 코로나19 백브리핑에서 확인을 요청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부분은 정부가 몇 번에 걸쳐 내년 2∼3월에 들어온다고 말씀드렸다. 여러 경로로 확약 돼 있고, 보장돼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백신 공급 계약서에 공급 시기를 명시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국가계약법을 위반한 것일까?

이에 연합뉴스는 관련 법 조항과 예외 규정을 살펴보고, 백신 담당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 의견 등을 토대로 해당 백신 구매 계약의 위법 여부를 따져봤다.

◇국가계약법 11조, 계약서에 '이행기간' 명시토록 규정

우선 현행법에 따라 국가가 물품 제조·구매, 용역 계약 등을 체결할 때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하고 공급 시기를 명시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국가계약법 제11조는 정부가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목적 ▲계약금액 ▲이행기간 ▲계약보증금 ▲위험부담 ▲지체상금(遲滯償金·계약 미이행 시 지급해야 하는 금액) ▲그 밖에 필요한 사항 등을 명백히 기재한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담당 공무원과 계약상대자가 계약서에 기명하고 날인하거나 서명하면 계약이 확정된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달 서명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 계약서에는 이러한 필수 항목 중 공급 시기 등 일부 내용이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백신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가계약법의 취지는 정부가 물품을 조달할 때 질이 좋은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구하기 위해 시장에 형성된 가격 등 여러 정보를 확인하고, 국가에 최대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하라는 것이지만 현재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제관례 따른 계약 방식 허용하는 '예외 규정' 있어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 계약서에 국가계약법상 필수 기재 항목이 일부 빠졌다고 해서 반드시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백신 구매와 같이 내·외국인 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물품을 조달하는 국제입찰의 경우 예외를 인정하는 특례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특정조달을 위한 국가계약법 시행령 특례규정 제40조를 보면 정부가 '불가피한 경우' 특정조달계약을 할 때 통화, 보증금 납부의 형태 및 시기, 대가지급 방법 및 검사 등의 절차에 대해 법이 인정하는 범위 안에서 국제상관례(국제 상거래 관례)를 따를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특정조달계약'은 정부가 국제입찰을 통해 물품 등을 조달하는 계약을 뜻한다.

정부 역시 이 규정에 근거해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계약을 체결했다는 입장이다.

미 전역으로 배송 시작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미 전역으로 배송 시작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올리브 브랜치 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올리브 브랜치에 있는 의약품 유통업체 매케슨의 물류센터에서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담긴 상자들을 직원들이 옮기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에 이어 긴급사용을 승인한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 이날 트럭에 실려 미 전역으로 배송되기 시작했다. leekm@yna.co.kr

◇전문가 "국제관례 따랐다면 적법으로 봐야" vs "정식 계약이라면 기간 명시해야"

그렇다면 정부의 이번 계약이 적법한지 여부는 특례규정에 해당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엇갈리게 된다.

즉, 현 상황에서 백신 공급 계약서에 공급 시기가 기재되지 않았다면 그것을 특례규정에 입각한 합법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인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렸다.

과거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제계약분쟁조정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성근 변호사는 "현재 코로나19 백신 구매와 관련한 국제상관례가 완벽히 형성돼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 다른 나라도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각 국가의 체결 방식을 준용하고 있다면 적법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계약상 미흡함을 지적할 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통상적인 계약 절차를 거친다고 하면 백신 구매를 못 하거나 하더라도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백신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외교관 출신의 국제통상 전문가인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백신 공급이 언제 가능할지 등이 불확실해서 이행 기간을 오픈해서 규정해놓고 있는 국제적인 관례가 있다면 그 조항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행 기간의 최대한도 등을 확정하지 않고 막연하게 해서 계약금을 지불했다든지 하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만일 정식 계약을 맺었다면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는다든지 계약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계약의 이행가능 한도 기간을 정해야 우리 예산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위법"이라고 부연했다.

◇계약서 내용,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되어야 위법 여부 판단 가능

결론적으로 정부의 국가계약법 위반 여부를 현 단계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다.

국가계약법 위반 소지가 제기된 상황에서 '특례에 해당한다'는 정부 설명이 맞는지에 대한 평가는 계약서 내용이 좀더 구체적으로 확인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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