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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술만 마시면 커지는 목소리, 대체 이유가 뭘까

송고시간2020-12-30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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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 밖 음주가 줄어드는 대신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은 더 늘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만취·폭음과 같은 고위험 음주 경험 비율도 코로나19가 없던 2017년 57.3%에서 올해 63.5%로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제는 이런 고위험 음주가 장소를 떠나 여러 가지 문제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술에 취할수록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이 단순한 술버릇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음주 자체가 청력 기능을 떨어뜨려 상대방의 말을 잘 못 알아듣게 되면서 덩달아 목소리가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국제학술지 '청각·신경이과학'(Audiology and neurotology) 최신호를 보면, 한림대 의대 이비인후과 연구팀(이효정·최효근·장지원)은 건강한 젊은 성인 43명을 대상으로 음주가 사람의 청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비교 실험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연구 참가자들이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 여러 청각 검사를 한 뒤 술을 마신 직후 청각 기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비교 분석했다.

실험 당시 음주 목표량은 형사처벌 기준(면허정지)이 되는 혈중알코올농도 0.05%였지만, 음주 후의 실제 혈중알코올농도 평균치는 0.07%로 이보다 더 높았다.

청력검사는 달팽이관에서 뇌까지 걸쳐있는 전체 청각신경계의 기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술자리(PG)
술자리(PG)

[제작 정연주, 최자윤] 일러스트

우선 음주 상태에서는 순음청력검사(단순한 소리를 인지하는 수준)와 어음청력검사(짧은 단어를 인지하는 수준) 수치 모두 비음주 상태에 견줘 유의성 있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그 차이가 1∼2㏈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음주 후의 가장 큰 청력 변화는 주변에 소음이 있는 상황에서 시행한 '문장 인지검사'(K-MST)에서 두드러졌다.

참가자들은 술을 마시자 주변 소음의 정도를 보여주는 신호대비잡음비(SNR)가 -2㏈로 낮을 때도 문장 속 단어를 알아듣는 능력이 떨어졌는데, 주변 소음이 -8㏈로 높아지자 이 능력이 더 낮아지는 연관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주변 소음이 시끄러울 때 9.4% 정도 더 문장 속 단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연구팀은 "음주 후 목소리가 커지는 현상은 작은 소리를 얼마나 잘 감지하는가를 보는 순음청력검사에서 유의하게 역치가 올라간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면서 "특히 음주 후에는 소음 속에서 말소리를 알아듣는 능력이 10% 가까이 떨어진다"고 풀이했다.

주목되는 건 음주에 따른 청력의 변화가 만성 알코올의존증이 아닌 건강한 성인에서 일회성 음주만으로도 확인된 대목이다.

이효정 교수는 "청력은 말초 뿐만이 아니라 두뇌에서도 전두엽 등 집중력이나 고위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영역들이 관여하는 기능"이라며 "음주량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될 정도의 미미한 수준에서도 청력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목소리가 커진다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나온 연구 결과도 이번 논문과 일맥상통한다.

영국 런던 대학병원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이비인후 장애'(BMC Ear, Nose and Throat Disorders)에 발표한 논문(2008년)에서 음주량이 증가할수록 청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은 당시 청력이 정상인 사람 30명(20∼40세)을 대상으로 미리 정해진 양의 술을 마시게 하고 그 전후에 청력검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음주량이 증가할수록 청력이 떨어졌고, 나이가 든 사람과 과거 폭음 습관이 있었던 사람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더 심했다.

이를 들고 연구팀은 알코올이 청신경을 손상하거나 소리를 처리하는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음주가 장기간 계속되면 청력에 영구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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