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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검찰총장의 '벌금수배 해제'는 월권행위?

송고시간2020-12-3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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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총장, 벌금수배 9만건 해제 지시하자 일각서 "경찰권한 침범 아니냐"

벌금집행위한 수배 '잠정' 해제…경찰수사단계 지명수배 해제와 달라

檢 수배해제 요건 따로 없어 자의적 해제위험 상존…경찰은 훈령에 요건 규정

2020년 마지막 출근하는 윤 총장
2020년 마지막 출근하는 윤 총장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 안에 눈을 감은 채 앉아 있다. 2020.12.31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1천만원 이하 벌금형 대상자에 대한 수배조치를 해제한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윤 총장은 30일 전국 검찰청에 "1천만원 이하 벌금수배 약 9만건을 해제하고, 월 1만5천건에 달하는 신규 수배 입력을 일시 유예하라"고 지시했다.

윤 총장의 이번 지시는 서울동부구치소 등 교정시설 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하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구치소 내 밀집도를 낮춤으로써 감염 확산 위험성을 조금이나마 줄이겠다는 의도다.

이에 대해 방역 측면에서 '과단성 있는 조치'라는 평가와 함께, 일각에선 범죄자를 잡아 처벌하는 것이 본업인 검찰이 오히려 수배를 해제하겠다고 나선 것은 방역을 감안하더라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검찰총장이 무슨 권한으로 경찰의 수배를 해제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라거나 "대통령이 행사해야 할 사면을 검찰총장이 월권해 행사한 것"이라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경찰 수사단계서 범죄자 잡기 위한 지명수배는 경찰의 독자적 권한

윤 총장의 이번 지시가 경찰 권한을 침범한 것이라는 지적은 통상 수배가 경찰 고유의 수사업무 일환으로 여겨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의 수사업무를 검찰총장이 멋대로 간섭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 173조와 174조에 따르면 경찰은 범죄자의 소재를 알 수 없을 때에 범인 검거와 추적을 위해 전국 경찰관서에 지명수배를 할 수 있다.

또 지명수배 뒤 6개월이 지나도록 검거하지 못한 경우엔 규칙 178조에 따라 범인의 이름과 죄명 등을 각종 매체를 통해 일반에 알리는 '공개수배'를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경찰 수사단계에서의 수배는 경찰의 독자적인 권한이다. 경찰청 훈령인 '지명수배 등에 관한 규칙' 2조는 지명수배를 관리·감독할 부서로 경찰청 수사국 수사기획과와 각 지방경찰청 수사과를 명시하고 있다.

결국 윤 총장의 이번 지시가 경찰의 범죄자 수배조치를 해제한 것이라면 검찰총장이 월권행위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검찰의 벌금집행 위한 수배와 경찰 수사단계 지명수배는 별개

하지만 윤 총장이 해제를 지시한 이른바 '벌금수배'는 경찰의 지명수배가 아니라 법원에서 확정된 벌금형을 집행하기 위해 형집행 대상자를 수배하는 검찰 고유업무를 의미한다.

형사소송법 477조는 '벌금형은 검사의 명령에 의해 집행하고, 검사는 벌금형 집행을 위해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에 규정된 '필요한 조사' 중 하나가 바로 벌금수배라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물론 검찰도 자체 수사단계에서 피의자 검거를 위해 경찰처럼 지명수배 조치를 내릴 수 있지만, 그런 수배는 이번 윤 총장의 해제 지시 대상이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윤 총장이 경찰의 고유업무를 침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지명수배와 벌금 집행을 위한 검찰의 수배가 별개라는 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데 따른 '오해'라고 할 수 있다.

대검 관계자는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벌금형이 확정되거나 벌금 미납으로 노역장 유치가 결정된 자의 소재지를 알 수 없을 때 벌금 수배가 이뤄지는데 검찰총장의 지시는 이를 해제(벌금 1천만원 이하에 한정)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찰의 지명수배를 해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경찰 청사(CG)
검찰과 경찰 청사(CG)

[연합뉴스TV 제공]

◇ 사실상 사면권 행사?…"수배해제는 일시적, 다시 수배할 수 있어"

윤 총장의 벌금수배 해제가 사실상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와 같은 것 아니냐는 지적은 수배해제로 벌금형 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것 아니냐는 취지다. 하지만 이 또한 사면과 수배 해제의 법적 효과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데 따른 잘못된 지적이다.

사면은 법원이 확정한 형의 집행을 궁극적으로 면제시키거나 아예 법원의 형 확정이 없었던 것으로 간주해주는 것을 말한다. 즉 재판에서 형(刑)이 확정된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수배 해제는 잠정적이다. 추후 검사가 다시 수배조치를 내리면 얼마든지 형 집행을 위해 대상자를 검거하거나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법적 효과가 명확히 다른 사면과 수배 해제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 윤 총장이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 검찰 내부에 '수배해제 요건' 없어…경찰은 훈령에 요건 규정

벌금수배 해제가 검찰총장의 권한에 해당하더라도 '윤 총장의 이번 지시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수배해제를 위한 요건을 적절하게 따른 행위였냐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 관련 법규에는 벌금 관련 수배 해제를 위한 요건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수배의 종류와 수배 및 수배 해제의 요건 등을 훈령에 체계적으로 규정한 경찰과 달리 검찰은 수배와 관련된 마땅한 규정을 마련해놓지 않은 것이다.

대검찰청 예규로 '지명수배(통보) 및 해제업무 처리지침'을 두고 있지만 이는 수배와 관련된 전산 입력업무 처리절차를 규정한 것으로, 어떤 상황에서 수배조치를 내릴 수 있는지, 해제할 수 있는 요건은 무엇인지 등은 적시돼 있지 않다.

윤 총장의 해제 지시가 적절한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판별하기 위한 근거가 검찰 내부엔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검찰업무를 지휘할 권한이 있는 검찰총장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수배조치를 내리거나 해제할 수 있는 셈이다.

검찰의 이러한 사정은 경찰과 비교된다. 경찰은 지명수배를 해제하기 위한 요건을 내부 규범에 명문화해놓고 있다.

경찰청 훈령인 '지명수배 등에 관한 규칙' 13조는 ▲지명수배자가 검거된 경우 ▲ 지명수배자가 사망해 공소권이 소멸한 경우 ▲ 사건이 해결된 경우 ▲ 지명수배자가 조사에 응한 경우 ▲ 지명수배자에 대한 구속영장이나 체포영장이 실효된 경우에만 수배를 해제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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