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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언제나 가방엔 고양이 사료 한가득…전주 '캣맘'들

송고시간2021-01-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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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로 길고양이 돌보고 인식 개선 나서는 전주시길고양이보호협회

"길고양이 보면 행복하다가도 학대 뉴스에 서글퍼져…공존 고민했으면"

전주시길고양이보호협회 회원들
전주시길고양이보호협회 회원들

[전주시길고양이보호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고양이는 모르는 사람한테 하악질(이빨을 드러내며 공격적 모습을 취하는 행동)을 하거든요. 쓰다듬어도 손길을 피하지 않는 고양이는 애완용으로 키워지다 버려졌을 가능성이 커요. 사람을 좋아하니 학대당할 가능성도 높아지죠."

전주시길고양이보호협회 한 회원의 말을 듣고 있던 다른 이들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길고양이보호협회는 각자 동네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이 모인 단체다.

30명 남짓한 회원 수에 변변한 사무실도 없지만, 지역 길고양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캣맘들은 전주시가 설치한 '길고양이 급식소' 중 완산구청과 전주교대 등 2곳의 급식소를 개인 시간을 쪼개 관리한다.

유수경 대표는 "지난해 김하연 작가 강의를 듣다가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단체를 만들게 됐다"며 "그즈음 전주시가 동물복지과를 신설하고 길고양이 급식소를 세우면서 그 일부를 회원들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의 봉사활동은 전주시 길고양이급식소에 그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이 사는 동네의 길고양이들을 돌본다.

사비로 산 사료를 가방에 챙긴 뒤 출퇴근길이나 산책길에 개인이 설치한 길고양이 급식소를 들른다.

회원들은 사룟값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지만, 사료를 끊으면 고양이가 굶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다.

동네에서 '고양이 아가씨'로 불린다는 강혜진 씨는 "7개의 사료통을 채우느라 한 달 사룟값만 15∼20만원이 든다"며 "장기간 집을 비울 때는 지인에게 길고양이 밥을 챙겨달라는 부탁까지 해 둔다"고 말했다.

전주교대 길고양이 급식소
전주교대 길고양이 급식소

[전주시길고양이보호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길고양이들을 포획해 중성화수술(TNR)을 시키는 일도 한다.

길고양이 수를 관리하고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 중성화 수술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고양이 한 마리당 15∼20만원인 중성화 비용은 전주시 지원을 받지만, 길고양이 수를 고려하면 예산은 한참 모자란다.

그럴 때면 중성화 비용을 회원들의 사비로 지출하기도 한다.

유 대표는 "중성화 비율이 70%는 돼야 길고양이 수를 관리할 수 있는데, 현재 전주시 길고양이들은 30% 정도만 중성화가 됐다"며 "예산이 조금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고양이 사료에 뿌려진 돌가루
고양이 사료에 뿌려진 돌가루

[전주시길고양이보호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 비용이나 노동보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이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으면 "길고양이들이 다 몰려와 골목이 지저분해진다", "길고양이 울음소리도 듣기 싫은데 밥은 왜 주냐"는 주민들의 비난을 들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강 씨는 "누군가 사료에 흙이나 돌을 섞어 놓거나, 사료통을 가져가 버린 일도 있었다"며 "주민들과 마주칠까 봐 두려워 한밤중에 길고양이를 돌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유 씨는 "길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뜯거나 우는 이유는 배가 고프기 때문"이라면서 "길고양이에 편견을 가진 주민들을 만나면 '밥을 주면 울지 않을 것'이라고 차분히 설명하려고 노력한다"며 웃었다.

직업도, 나이도, 성별도 모두 다르지만, 회원들은 앞으로도 함께 하며, 또 고양이들을 사랑하는 누구나와 어울리며 길고양이를 돌볼 예정이다.

유 대표는 "사료를 먹는 길고양이들을 보면 마냥 행복하다가도 세상의 많은 고양이가 굶거나 학대당하고 있을 거란 생각에 서글퍼진다"며 "고양이를 굶겨 죽이거나 살처분시킬 수는 없으니 사람과 함께 공존해나갈 방법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성화를 위해 길고양이를 포획하는 회원들
중성화를 위해 길고양이를 포획하는 회원들

[전주시길고양이보호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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