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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통령 회견후 부각된 '입양아 사전위탁' 실태는?

송고시간2021-01-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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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아직 법적 근거 없어…예비 양부모가 입양기관에 요청해 시행

제도적 공백에 '관리·평가·지원' 부족…외국은 정부·공공기관 주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이율립 인턴기자 =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입양 관련 발언을 해명하며 언급한 입양아동 사전위탁보호제도(이하 사전위탁제)에 관심이 쓸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해 나가면서 입양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반발을 불러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한 기사 댓글 등에는 '입양 부모가 원하면 아이를 바꾸거나 파양해도 된다는 오해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비판이 많았다.

그러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현재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하에 관례적으로 활용하는 '사전위탁보호' 제도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라며 "프랑스, 영국, 스웨덴에서 법으로 사전위탁제를 시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해명에도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지만, 이와 별개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사전위탁제' 개념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용자들은 "사전위탁은 어떤 개념이냐. 입양을 미리 경험해보는 것이냐"라고 묻는가 하면, "우리나라에도 입양 전에 사전위탁을 하는 제도가 있었느냐"며 관심을 보인다. 일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사전위탁제 취지에 부합하는지, 아닌지를 놓고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연합뉴스는 입양 아동 사전위탁제가 무엇이며 국내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한편, 이 제도가 법제화된 해외 사례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한국에 사전보호위탁제도 있나?…법제화 안된 채 민간기관-양부모 간에 운용

'입양 전제 위탁' 혹은 '예비 양부모 위탁'으로도 불리는 사전위탁제는 입양을 원하는 예비 양부모가 가정법원에서 입양 허가를 받기 전까지 아동과 함께 가정에서 지내는 것을 뜻한다.

부모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심사를 받는 한편, 부모와 아이에게 관계를 안정적으로 다질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제도가 한국에 있을까?

일단 한국에는 관련 법·규정이 없다. 따라서 예비 양부모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앞서 16개월 영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도 사전 위탁을 거치지 않았다.

그러나 제도가 없다고 해서 '한국에서 사전위탁이 실재하지 않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국내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만나고 싶어 하는 양부모가 입양기관에 요청함으로써 사전위탁이 이뤄지고 있다.

입양 대상 아동들은 일반적으로 보호시설에서 지내거나, 입양 기관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위탁가정의 돌봄(가정위탁)을 받는데 이중 입양을 원하는 양부모가 입양허가가 나기 전 자신이 입양하려는 아동에 대해 가정위탁을 자원해서 하면 자연스럽게 '사전위탁'이 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0일 "실제로 많은 예비 양부모들이 입양 전 위탁을 원한다"면서 "법원에서 허가가 날 때까지는 현실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예비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양특례법에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전위탁'을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법률의 공백 지대에서 이뤄지는 관행이라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육아정책연구소가 2017년 발간한 '입양 전 위탁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마련'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입양 자녀의 약 44%가 입양 전제 위탁 형식으로 양부모의 보호를 받았으며, 그 기간은 평균 2.6개월 정도였다.

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6월 기준 입양대상 아동 1천9명 중 69.3%(699명)가 가정위탁 형태로 돌봄을 받았고, 16.7%(169명)가 보호시설서 지냈으며, 예비 양부모에게 위탁됨으로써 '한국식 사전위탁제'를 경험한 아동은 13.4%(135명)였다.

국내 아동 입양 절차
국내 아동 입양 절차

국내에서는 예비 양부모가 아동과 결연을 하고 법원으로부터 입양 허가를 받기까지(노란색 표시 참고) '사전 위탁'이 필수가 아니다. [출처: 보건복지부 2020 입양실무매뉴얼]

◇외국은 법제화돼 있나?…英·佛·獨 등 '필수 코스', 정부·공공기관이 관리한다는 점과 예비부모 대상 의무교육이 특징

청와대는 "프랑스, 영국, 스웨덴에서 법으로 사전위탁제를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는데, 그렇다면 외국은 사전위탁제를 어떻게 법제화해 운영하고 있을까?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이 2018년 발간한 '입양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미국, 스웨덴, 영국, 중국, 프랑스, 필리핀, 홍콩 등이 입양 전제 위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양부모가 법원에 입양 허가를 신청하기 전 최소 10주 동안 아동과 함께 지내야 하며, 프랑스, 필리핀, 홍콩 등에서는 이 기간이 최소 6개월이다. 독일은 위탁 기간을 법률에서 특정하지 않고 '적절한 기간'이라고만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장애아동이나 특수한 욕구가 있는 아동 등을 고려해 기간을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 국가에서 사전위탁 과정을 정부나 공공기관이 관리한다는 점이다.

정부 또는 공공기관은 아동이 양부모와 일정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동이 가정에 잘 적응했는지, 양부모가 양육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 등을 관리·평가하며, 이는 최종 입양 결정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해외 사례의 또 다른 특징은 예비 양부모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일례로, 입양 절차 전반을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스웨덴은 공공기관을 통해 예비 양부모가 20여 시간에 이르는 입양 부모 준비 교육 과정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통상 3시간씩 7차례 소규모로 진행되는데, 예비 양부모가 입양의 의미를 충분히 성찰할 수 있도록 교육 기간마다 일정한 간격을 둔다.

국내에서도 예비 양부모가 8시간 이상 교육을 받고 법원에 이수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교육의 주체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아닌 입양기관이다.

'아동입양적격성 판단 국가가 하라'
'아동입양적격성 판단 국가가 하라'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아동인권단체와 미혼모·한부모단체, 입양인단체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입양 전 친생부모 상담과 아동보호를 입양기관에 맡기는 것을 반대하고 원가정 보호 원칙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18 jin90@yna.co.kr

◇법제화 안 된 한국, 관련 규정 없어…입양기관별로 양부모 관리·평가·지원 제각각

다시 한국 상황으로 돌아오면 문제는 사전위탁제를 법제화한 국가들과 달리, 이 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사전 위탁 가정에 대한 행정 차원 관리의 공백이 있다는 점이다.

위탁 시점부터 법원의 입양 허가가 나기까지 수개월 동안 아동이 '물리적으로' 예비 양부모 손에 맡겨지지만, 아동의 법적 후견인은 여전히 입양기관이다.

엄밀히 말해 예비 양부모에게는 아동에 대한 법적 책임이나 의무가 없어, 아동이 제도적 공백 상태에 놓이는 셈이다.

현재 한국에서 이뤄지는 사전위탁 기간 양부모의 적격성을 테스트하는 장치도 부실하다.

또 입양기관이 평가·관리를 맡는다고 하지만, 공통 기준이 없기 때문에 기관별로 그 방식이 제각각이다.

2017년 보건복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18개 입양기관 중 예비 양부모에 대한 윤리강령이 '없다'고 응답한 곳이 11곳(61.1%)으로, '있다'고 응답한 7곳(38.9%)보다 많았다.

또한 예비 양부모 위탁 가정 방문주기에 대해서는 8곳(44.4%)이 '월 1회'라고 답해 가장 많았고, '특별한 일이 있을 때'라고 응답한 기관이 4곳(22.2%)으로 그다음이었다. '격월 1회'라고 답한 기관은 3곳(16.7%)이었다. 이 밖에 '월 2회', '1∼2달에 1회', '입양위탁 기간 중 1∼2회'라고 응답한 기관이 각각 1곳(5.6%)씩 이었다.

사전 위탁 여부와 상관없이 법원이 지자체에 요청하거나 가사조사관을 보내 예비 입양 가정의 양육 환경을 조사할 수 있으나 이를 '관리'로 볼 수는 없으며, 부모의 적합성 '평가'를 위해서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16개월 영아 학대·사망 사건 때도 가사조사관이 양부모와 면접·가정조사를 진행했는데도 결과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었다.

일부 지방 소재 가정법원에는 가사조사관이 부족해 양육 환경 조사 자체가 여의치 않을 때도 있다.

또한 입양기관이 사실상 관리를 전담하다 보니 예비 양부모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다.

예비 양부모들은 사전 위탁을 신청하면 당장 아이를 돌봐야 하지만 아직 '법적 부모'가 아니어서 회사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으면 육아 휴직을 쓰기 어렵다. 또한 이들은 예비 부모로서 전문가 교육이나 상담을 받고 싶어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다.

한 양부모는 보건복지부 실태 조사에서 "많이 준비한다고 했는데 아는 것과 내가 반응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가정조사 때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시발점'이 될만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인식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로서는 사전 위탁이 법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법제화되면 정부가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추가로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도움을 드리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법적 근거 없이 시행됐던 사전위탁(입양 전 위탁)을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법제화해 아동과 예비 부모와의 초기 상호 적응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새로운 가족 형성을 지원하겠다고 19일 발표했다.

영국 입양 절차
영국 입양 절차

아동 배치(주황색 표시)는 양부모가 법원의 결정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전 위탁'을 뜻한다. [출처: 보건복지부 '입양전 위탁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마련' 보고서 ]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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