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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아 기억할게①] 한겨울 '락스 학대'로 숨져…5년간 뭐가 변했나

송고시간2021-01-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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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아동학대 사망자 42명…매년 수십 명씩 발생

학대 피해도 5년간 3배 증가…"정인이 5주기땐 달라져야 할텐데"

[※ 편집자 주 = 한겨울 계모의 락스 세례를 받고 차가운 욕실에 갇혀 숨진 뒤 암매장된 신원영 군을 기억하십니까. 친부의 방치와 계모의 학대 속에 악몽 같은 7살의 어린 생을 마감해야 했던 원영 군이 떠난 지 오는 2월 1일이면 꼭 5년이 됩니다.

우리는 그때 '다시는 이런 아동 학대 살인 행위가 있어선 안 된다'고 다짐하고 또 맹세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정인이라는 이름의 생후 16개월에 불과한 아기가 끔찍한 폭행과 학대를 당한 끝에 숨졌습니다. 원영이 사건 이후 수많은 대책이 마련됐지만, 비극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아동학대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실태를 살펴보고 원인과 대안을 분석하는 기획 기사 3편을 일괄 송고합니다.]

(평택·양평=연합뉴스) 최종호 김솔 기자 = 폭설과 한파가 이어진 지난 11일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 평택시립추모관은 평일인데다 매서운 날씨 탓인지 인적이 끊긴 채 냉기만 가득했다.

원영이의 즐거운 한때
원영이의 즐거운 한때

[신원영군 가족 제공]

이곳 납골당 한쪽에 마련된 안치단 198곳 중 손길 닿기 가장 어려운 제일 높은 줄에 신원영(당시 7세) 군의 유해가 봉안돼 있다.

원영이의 안치단에는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 3장과 조화 다발 3개가 놓여있었다. 사진은 빛이 바랬고 꽃다발은 축 늘어져 조화임에도 시든 듯 보였다. 주변 다른 안치단은 선명한 가족사진과 그리움 가득한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으로 빼곡했다.

원영이는 2016년 2월 1일 경기도 평택의 집 화장실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는 네살때인 2013년 친부 신모(43) 씨가 계모 김모(43) 씨를 집에 데려온 후부터 '소변을 잘 못 가린다'는 이유 등으로 김씨로부터 상습적인 폭행과 학대를 당했다.

심지어 2015년 11월에는 원영이를 화장실에 가두고 하루 한 끼 음식을 주면서 수시로 때리기 시작했고, 이듬해 1월 28일 변기 옆에 소변을 흘렸다는 이유로 원영이의 온몸에 살균제인 청소용 락스 2ℓ를 퍼부었다. 이때부터는 하루 한 끼 밥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같은 해 2월 1일까지 5일간 굶다시피 한 원영이가 바지에 변을 봤다. 김씨는 원영이의 옷을 모두 벗기고선 찬물을 퍼부었다. 그날 평택의 최저기온은 영하 12.5도였다.

몇 시간 뒤 원영이는 숨이 멎은 채 발견됐다. 또래 아이들보다 한참 작은 112.5㎝ 키에 체중은 15.3㎏에 불과한 그야말로 앙상한 기아 상태였다. 3개월간의 화장실 감금과 그보다 훨씬 오래 이어진 학대는 그제야 멈췄다.

신원영군의 안치단
신원영군의 안치단

(평택=연합뉴스) 김솔 기자 = 지난 11일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 평택시립추모관의 신원영군 안치단. 2021.1.11

원영이의 사망과 함께 계모 김씨의 학대와 이를 방관하거나 동조한 친부 신씨의 만행이 드러나 세상의 공분을 샀다.

이후 '제2의 원영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됐고 일부는 법제화도 됐지만 아동학대는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

아동학대 의심 건수와 이중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유관기관이 학대로 판단한 판정 건수는 2016년 2만9천671건·1만8천700건에서 이듬해 3만4천166건·2만2천367건, 2018년 3만6천416건·2만4천604건, 2019년 4만1천389건·3만45건으로 집계됐다. 학대로 판정된 피해 건수만 봤을 때 2014년 1만27건에서 5년만인 2019년에는 3만45건으로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경찰이 접수한 아동학대 신고와 처리 사건도 증가추세이다.

경찰청의 최근 5년 전국 아동학대 신고 및 처리 결과 통계를 보면 경찰이 접수한 아동학대 신고는 2016년 1만830건, 2017년 1만2천619건, 2018년 1만2천853건, 2019년 1만4천484건, 지난해에는 11월까지 1만4천894건이다. 이 가운데 피의자 검거로 이어져 사건 처리된 사례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천992건, 3천320건, 3천696건, 4천645건, 5천25건으로 늘어났다.

아동학대 신고와 사건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 대해 관련 기관과 전문가는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아동학대로 규정되는 행위의 범위가 넓어진데다 의무 신고 직군 등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기도청 아동보호팀 관계자는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신고의식이 높아진데다 아동학대가 의심될 경우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직군이 2000년도 9개에서 2016년 24개로 늘어나 아동학대 의심, 판정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도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져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시민이 늘었다"며 "그동안 파악되지 않았던 피해 아동들이 발견되고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는 만큼 최근 증가세를 부정적으로 보기만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래픽] 아동학대 피해 건수 추이
[그래픽] 아동학대 피해 건수 추이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8월 31일 발표한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피해 사례가 3만 건을 넘었고 학대로 사망한 아동 숫자도 42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0.8.31

그러나 학대로 세상을 떠난 아동이 매년 수십 명에 이른다는 통계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사망자 수를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 2019년 42명으로 파악했다.

원영이를 비롯해 2015년 6월 울산에서 친모로부터 알루미늄 밀대 자루 등으로 마구 맞아 숨진 30개월 여아, 2017년 4월 친부와 친부 동거녀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고 숨진 고준희(당시 5세) 양, 같은 해 7월 부모에 의해 개 목줄을 목에 차고 침대 기둥에 묶여있다가 질식사한 3살 남아 등이 이 숫자에 포함된다.

지난해 6월 1일 친부의 동거녀로부터 가방(가로 44·세로 60·폭 24㎝)에 갇힌 채 학대받다 숨진 9살 남자 어린이와 10월 13일 양부모로부터 모진 학대와 폭행을 당한 끝에 사망한 생후 16개월 정인이는 2020년 아동학대 사망자 수에 포함될 예정이다.

2013년 8월 8살 의붓딸을 발로 마구 차 장 파열로 숨지게 한 칠곡 계모 사건과 같은 해 10월 소풍을 보내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계모한테 폭행당해 갈비뼈 16개가 부러져 숨진 8살 울산 서현이 사건, 2016년 9월 "벌을 준다"며 6살 입양딸의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고 물과 음식을 주지 않은 채 방치, 다음날 숨지게 한 포천 입양딸 살해 사건 등도 최근 10년 사이 벌어진 끔찍한 아동학대 사망 사례이다.

정인이에게 가해진 양부모의 만행이 널리 알려지면서 5년 전처럼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여론이 형성되고 여러 조치가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원영이가 잠든 평택시립추모관에 이어 찾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의 정인이 묘원에는 수십 개의 꽃과 동화책, 장난감, 간식 등이 놓였고 추모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한 추모객은 "5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사람들의 기억에서 원영이는 사라져 가고 있고,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면서 "그러니 또 정인이 같은 비극이 일어난 것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정인이의 5주기 때는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야 할 텐데…"

추모객의 마지막 말이 무겁게 귓전을 때렸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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